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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Jun 08. 2017

영화를 살린 클래식 #21

만화 영화 속 클래식 09.디즈니 판타지아, 무소르그스키 민둥산의 밤

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모은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디즈니 "판타지아 1940" 2부의 3번째 곡이자 영화 전체 중 7번째 클래식 작품인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밤"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딤스 테일러의 민둥산의 밤과 아베마리아 해설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중]딤스 테일러의 민둥산의 밤과 아베마리아 해설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중]



오늘도 역시나 우리의 진행자인 "딤스 테일러 (Deems Taylor, 1885~1966)"가 이 작품과 영상에 대한 설명을 해줍니다. 하지만 이번 설명에서는 특이하게도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밤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칼럼의 주제이자 판타지아 1940의 마지막 곡이기도 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민둥산의 밤과 아베마리아가 "윌프레드 잭슨 (Wilfred Jacson, 1906~1988)"의 연출을 통해 하나의 스토리와 영상으로 구성되어 선과 악,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러시아의 작곡가 "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르그스키 (Modest Petrovich Mussorgsky, 1839~1881)"는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5명의 모임인 "러시아 5인조 (러시아 국민음악파 5인)"의 멤버입니다.



무소르그스키의 초상 [출처: 구글]



러시아 5인조의 멤버인 "세헤라자드 (Scheherazade)", "왕벌의 비행 (Flight of Bumblebee)"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 (Nikolai Rimsky-Korsakov, 1844~1908)", 오페라 "바보 이반 (Ivan the Fool)", "코카서스의 죄수 (A Prisoner in the Caucasus)" 등을 쓴 러시아 5인조의 리더 "세자르 쿠이 (Cesar Antonovich Cui, 1835~1918)", 오페라 "이고르 왕자 (Prince Igor)"와 현악 사중주로 유명한 작곡가 "보로딘 (Aleksandr Porofir'evich Borodin, 1833~1887)"와 함께 러시아 고전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국민 작곡가 "글린카 (Mikhail Ivanovich Glinka, 1804~1857)"로 부터 시작된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 운동을 계승하며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시킨 무소르그스키는 이 러시아 5인조 중 가장 개성적인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문화와 음악, 특히 고전 음악을 동경하면서도 러시아 민족의 특징과 각각의 개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러시아 5인조와 그 중 특히 자신의 특이하고도 뚜렷한 개성을 유감없이 창작 활동 속에 쏟아부었던 무소르그스키는 그 결과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Boris Godunov)", 그의 친구인 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 (Viktor Hartmann, 1834~1873)"을 그리며 쓴 피아노 작품이자 후에 관현악 모음곡으로 편곡된 "전람회의 그림 (Pictures at an Exhibition)", 가곡집 "죽음의 노래와 춤 (Songs and dances of Death)" 등의 명작들을 남겼습니다.



글린카와 러시아 5인조, 음악평론가 스타소프 (Vladimir Stasov, 1824~1906) [출처: http://blog.aladin.co.kr/763908185]



그리고 그 중 무소르그스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이 "민둥산의 밤 (Night on the bare Mountain)"으로 알려진 "성 요한의 민둥산의 밤 (St. John's Eve on Bald Mountain)" 입니다.


이 "민둥산의 밤"은 원래 무소르그스키가 1867년 "민둥산의 성 요한 축일 전야"란 피아노 곡으로 작곡하여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던 "발라키레프 (Mily Alekseevich Balakirev, 1837~1910)"에게 헌정하려 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발라키레프는 이 곡에 대해 비난에 가까울 정도로 힐난하였고, 무소르그스키는 이 작품은 7년간 방치해뒀다 오케스트라 버젼으로 편곡을 하였습니다.  


무소르그스키는 이 오케스트레이션을 한 버젼을 그가 죽기 1년전인 1880년까지 작곡에 전념했던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 (The Fair at Sorochynts)"의 3막 속 1장과 2장 사이에 간주곡으로 포함시켰습니다.

그 결과 이 "민둥산의 밤"은 오페라의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꿈 속에 나타난 악마의 향연을 그려 조금은 생뚱맞은 장면을 연출하게 되었답니다.



리사 호라 [출처: 구글 이미지]



처음 무소르그스키가 작곡에 임했을 때의 곡 제목인 "민둥산의 성 요한 축일 전야"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러시아 남부 키에프 부근의 산에서 마녀와 악마들이 축제를 벌인다는 "성 요한 축일 전야의 전설"을 토대로 작곡되었습니다.


"대머리산"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리사 호라 (Lysa Hora)"는 현재 우크라이나, 키에프, 폴란드 등을 걸치고 있는 크고 높은 산입니다. 키에프 지역의 리사 호라에서는 매년 6월 24일에 성 요한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할로윈처럼 이 성 요한의 제사 전날인 6월 23일 밤에는 마들과 마녀들이 그들의 왕이자 슬라브 신화에서 어둠과 죽음의 신인 "체르노보그 (Chernobog)"를 찬양하며 광란의 축제를 벌이다가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면 모두 다시 지하 세계로 돌아가며 새벽이 밝아온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성 요한 축제 (Le Petit Journal 1893) [출처: 위키피디아]



무소르그스키는 그 전날 밤의 모습을 작품에 묘사한 피아노곡과 오페라 속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위한 곡으로 작곡하였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장 많이 연주하고 듣는 버젼은 무소르그스키가 죽은 후, 그의 친구이자 러시아 5인조 중 한명인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2년간 관현악으로 편곡하는 작업을 하여 1886년에 초연한 교향시입니다.


디즈니 판타지아 1940 속에서 "민둥산의 밤"은 이 성 요한 축일 전야의 악마와 마녀들의 축제를 공포스럽게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화 "판타지아 1940" 속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밤 [츨처: 영화 "판타지아 1940" 중]영화 "판타지아 1940" 속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밤 [츨처: 영화 "판타지아 1940" 중]



검은 바위의 민둥산이 악마의 왕인 "체르노보그"로 분하여 모든 잠들어 있는 유령들을 깨우고, 악마와 해골들이 바위 산 사이를 날뛰며 광란의 파티를 벌입니다.

유령들의 힘을 한데 모아 지옥불을 일으킨 체르노보그, 그의 손아귀 속에서 불들은 마녀들로 변하여 요염한 춤을 춥니다. 이 무시무시한 축제의 시간을 보내는 악령들의 모습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함께 더욱더 효과적으로 공포감 가득 영상화되고 있습니다. 


어느덧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퍼지면 모든 악령들과 귀신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악의 왕 "체르노보그"는 하프와 오보에의 솔로 멜로디를 따라 다시 민둥산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체르노보그의 손아귀에서 춤을 추는 악령들 [출처 : 영화 "판타지아 1940" 중]



다음 시간에는 "판타지아 1940"의 마지막 작품이자, 오늘 다룬 어둠과 악을 나타내는 음악인 "민둥산의 밤" 영상에 이어지는 빛을 상징하는 음악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판타지아 1940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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