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그리고 엘가의 사랑의 인사
안녕하세요.
금요일이면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찾아오는 "쏘냥이"입니다.
오늘은 첫 칼럼에 예고해드렸던 영국 신사 작곡가 엘가와 그의 가장 달콤한 클래식 음악인 사랑의 인사, 그리고 그 음악이 가장 아름답게 묻어났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엘가는 지금 우리에게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엘가 경 (Sir Edward Elgar, 1857-1934)" 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지만 무려 27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무명으로 보내야 했던 작곡가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무명의 음악가(^^)들이 동감을 하며 겪고 있는 일은, 오랜 시간 자신의 음악을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결국 자신의 음악성과 음악 세계에 대한 회의감과 의구심에 시달리게 되고 그 때문에 자괴감의 블랙홀 속에 빠지게 되어 결국 음악을 관두는 일들이 굉장히 비일비재합니다.
엘가 또한 그의 일생의 반려자였던 9살 연상의 여류 작가 "캐롤라인 앨리스 로버츠 (Caroluine Alice Roberts, 1848-1920)"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제 첫 칼럼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오늘의 주제인 사랑의 인사를 영원히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답니다.
1886년 피아노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났던 이 두 사람은 신분과 나이라는 두 큰 장벽을 뛰어 넘어 1889년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으며, 앨리스는 엘가가 "수수께끼 변주곡 (Enigam Variation, Op.36)" 으로 명성을 얻게되는 1899년까지 내조의 여왕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습니다.
엘가는 앨리스를 위해 많은 곡을 작곡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이 "사랑의 인사 (Salut d'Amour, Op12)"입니다.
처음에 엘가는 결혼 직전 약혼녀였던 앨리스에게 감사의 마음과 프로포즈를 위해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작곡했습니다. 후에 그에 의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편곡되어진 이 작품은 감미롭고도 달달한 멜로디가 곡 전체를 따스하게 감싸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여러 악기 편성으로 편곡이 되며 결혼식의 축주나 프로포즈 용으로 많이 연주되며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은 1998년 "이정향 감독 (1964-)"이 메가폰을 잡고 "심은하 (1972-)", "이성재 (1970-)", "안성기 (1952-)", "송선미 (1974)"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결혼식 전문 촬영 기사 "춘희 (심은하)"는 예식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국회의원 보좌관 "서인공 (안성기)"를 짝사랑하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입니다.
그녀가 새로 이사온 집에 살았었던 "다혜 (송선미)"의 변심과 이사 사실을 모른 채 가지고 있던 열쇠로 집으로 들어와 밀린 월세까지 지불해버린 군인 "철수 (이성재)"가 10일의 휴가 기간 동안 춘희와 함께 의도치 않게 집을 나눠 쓰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이 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입니다.
먼발치에서 그림을 바라보듯 짝사랑만 하는 미술관을 사랑하는 여자 춘희, 그리고 막 실연을 당해 이루지 못한 사랑에 괴로워하는 동물원을 좋아하는 남자 철수, 이 두사람은 인공과 다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춘희의 시나리오를 통해 그들이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함께 써내려가기 시작하고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투닥거리며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어찌보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영화 속에서 "사랑의 인사"는 영화가 시작한지 1시간 20여분이 지난 후에야 등장하게 됩니다.
춘희와 철수의 시나리오 속 남자주인공 "사랑을 모르는 남자 인공"이 여자 주인공 "다혜"의 사랑을 거절한 후, 어쩔 수 없는 상황때문에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집을 향하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다혜에게 인공이 "다혜, 이름이 참 이뻐요."라는 서툰 말을 건내며 마음을 열고 다가온 사랑을 받아들이는 장면이고 이 때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이 사랑의 인사가 배경 음악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사랑이 마음을 걸어 잠근 사람에게 쉽게 열릴거라 생각하니?"
라며 갈등의 끝으로 달려갔던 춘희와 철수가 미술관과 동물원의 갈림길 앞에서 재회한 후 서로에의 사랑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사랑의 인사는 가수 "서영은 (1973)"의 노래 "사랑하는 날에"로 편곡되어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해피엔딩을 화면 가득 채워줍니다.
서영은의 "사랑하는 날에"는 오보에가 "사랑의 인사"의 멜로디를 연주하며 시작됩니다.
그녀의 노래에 맞춰 클라리넷이 사랑의 인사 테마를 계속 연주하고, 또 노래 중간에도 사랑의 인사 멜로디가 들어가 있으며 간주에도 트럼펫이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의 인사의 멜로디로 가득차 있는 노래입니다.
사실 위에도 설명했듯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시나리오 속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장면과 영화의 마지막 서영은의 노래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단 두 장면에서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3분여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품인 사랑의 인사,
하지만 시종일간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은 사랑처럼 중간의 미묘한 긴장감과 그러나 다시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채워주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 이 작품은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이 영화 전체에서 보여주고 싶어했던 아무도 모르던 사이 슬그머니 찾아와 인사를 내미는 사랑이란 감정의 엉뚱하면서도 따스함을 잘 표현해준 작품이 아닐까요?
다음 주 금요일에는 또 어떤 영화와 클래식 작품으로 찾아올지 많은 기대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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