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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심리 상담 센터 03

노래의 날개 위에 (Auf Flugeln des Gesanges)

by 쏘냥이

푸른 수염 심리 상담 센터 <3> Auf Fluegeln des Gesanges



https://youtu.be/LzKZS3OGUw8?si=mhgSIujKS0WATfTB



"그..가 도대체 왜 저를 떠나버렸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어서.. 너무 괴로워요...

선생님, 우린 정말 남 부러울 것 없는.. 그렇다고 뭔가 특출난 것도 없는 그런... 그런 커플이었거든요..."

한참을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침묵을 지키던 내가 불쑥 꺼낸 첫 단어, '그'.. 마법의 단어같은 '그'와 함께 나는 행복했던 우리의 시간을 두서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날은 1주일이 넘게 황사와 꽃가루가 괴롭히던 잔인한 날씨를 지나 반가운 봄비가 내린 다음날이었다. 너무나 청량하고 맑은, 푸른 하늘이 아름답게 빛나던, 그래서 한 잎, 두 잎 떨어지기 시작하던 벚꽃들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던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비염약 때문에 멍해진 상태로 주변을 볼 경황은 커녕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벚꽃비가 내리는 오르막길을 빠르게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운동 부족 이슈까지 겹쳐 숨이 턱까지 차오르다못해 지각이고 뭐고 잠시 멈출까 생각을 하던 그 때, 저 멀리서 낯선 사람 한 사람이 보였다. 뭐, 꽤나 내성적이어서 있는듯 없는듯 학교를 다니던 내가 이 캠퍼스에서 낯설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가.

맑은 날씨 때문일까? 그의 얼굴은 봄날보다 더 빛이 났다. 그는 "오늘 휴강 공지 났는데 너도 몰랐어?"라는 말과 함께 헉헉거리는 내가 재미있다는 듯 쳐다본다. "응? 어디에?" 나는 적잖이 당황을 했고, 늦잠을 자서 지각은 면하려고 핸드폰 알람만 꺼놓고 뛰쳐 나오느라 정작 핸드폰은 집에 두고 나온 나를 발견했다. 당황하며 가방을 뒤적이는 내 모습에 그는 봄날과 닮은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을 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는 주변의 공기를 바꾸는 힘이 있었어요. 주변에서 우울한 기운이 있다는 말도 듣고 알게 모르게 따돌림도 당하던 제게 그는 밝게 빛나는 화사한 봄날 같았죠. 그와 함께 있으면 거리는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 같았고, 가끔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그러길 바란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가끔 그와 함께 있으면 너무 행복하면서도 불안한 때가 있었어요. 가끔 딴 생각에 잠긴 듯 먼 곳을 바라보는 그를 느꼈기 때문이죠. 그건 제 기분 탓이란 생각을 하였지만, 지금와서 돌아보면 나는 그의 스쳐가는 사람 중 한 명이었던 것이었어요."


푸른 수염 선생님은 한참 나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차트에 끄적이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는 내게 물었다. "그럼 꽤 오래 그와 함께 하셨겠네요. 지금은 직장인이시기도 하고, 대학교 신입생 때 그를 만났으니..", 하지만 나는 슬픈 표정으로 그에게 대답하였다. "아녜요 그는 마치 자석같은 사람이라 항상 주위에 사람이 많았죠. 그렇게 조금 다른 우리는... 그의 군대, 그리고 흔히 얘기하죠? 고무신 거꾸로, 군화 거꾸로.. 그렇게 그 사람은 제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저와 헤어지자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었어요. 저 역시 그의 거절이 두려웠었는지, 면회도 생각하지 못하였죠. 그렇게 저는 그가 복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떠나버렸어요. 그렇게 우리는 첫 번째 이별을 하였죠."


푸른 수염 선생님은 이제야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 길고 질긴 인연, 그리고 내가 왜 견딜 수 없는 상실에 시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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