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밤의 음악 (Eine kleine Nachtmusik)
https://youtu.be/biKpYSdlVWg?si=dAGnILtWh0d0rySQ
똑똑..
한참 머뭇거리다 문을 6시가 지나서야 문을 두드린 내게 돌아온 대답은 푸르다란 표현이 걸맞는 "들어오세요"라는 맑은 남성의 목소리였다. 접수대가 없는건가?
정갈하다 못해 서늘하다란 느낌의 넓은 방 한 켠에 위치한 텅 빈 접수대가 처음 눈에 들어왔고, 창문가에는 차트를 바라보고 있는 TV 속의 '그' 푸른 수염 의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창문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은 유럽의 TV 속에서나 보이는 책장이 뱉어내기 일보 직전의 책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푸른 빛을 뿜어내는 각진 어항 속의 귀여운 열대어 몇 마리만이 움직일 뿐이었다. 한 가운데에 위치한 누울수 있는 소파는 어서 자리를 채워달라는 듯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상담을 시작해볼까요?"
미소를 지으며 넓직한 소파 옆의 작은 의자에 능숙하게 앉는 푸른 수염 선생님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도 못한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소파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 얼마 전 겪은 이별을 견디기 힘들어 저를 찾아오시고 싶다는 말을 차트에서 발견하고 늦으면 안될 것 같아 급히 연락드렸어요. 직원들은 6시에 퇴근인데 오늘은 좀 일찍 보냈답니다." 어색한 분위기는 익숙한듯 이런 저런 말들로 상담을 시작한 그에게 나는 나도 모르게 한 마디 뱉어버렸다.
"이게 무슨 음악이죠?"
잠시 정적이 흐르고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던 푸른 수염 선생님은 호탕하게 웃음을 지으며 "모차르트예요, 유명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작은 밤의 음악이란 곡이랍니다. 1악장은 워낙 유명한데 2악장 로망스는 음악은 익숙할 수 있는데 제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라고 섬세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그나저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나는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나의 그닥 특별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과 평범한 하루 일과에 대한 이야기했다.
한참을 나의 이야기를 듣던 그 의사의 마지막 말은 서늘한 그의 수염처럼 내가 경계하고 거리를 두기 위해 쳐뒀던 마음의 벽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날아들어왔다.
"흠... 흥미롭네요. 더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오늘은 뒤에 라디오 일정이 있어서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하지만 내일 이 시간에 오셔서는 '그'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시죠. 상실을 이겨내는 방법은 부정하는데서 시작되는데 아직 부정의 단계에 있으신 것 같거든요."
그렇게 나는 매주 한 번, 저녁 6시에 그의 환자로 등록되어 매일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