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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심리 상담 센터 01

프렐류드 (Prelude)

by 쏘냥이

푸른 수염 심리 상담 센터 <1> Prelude



https://youtu.be/h_wYRNoGLkU?si=zLvYHFxlfFnHeFtF



그가 떠난지도.. 며칠이 지났지? '나'는 어느 날부터 날짜를 세는 것을 잊고 그저 살아내고 있었다.

출근, 일, 퇴근, 집..

멍하니 TV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쳐다만 보며 지내던 그런 하루 하루.. 상냥하게 상실에 대해 얘기하는 TV 속의 의사 한 명이 눈에 띄인건 왜였을까? 깔끔하고 말쑥한 의사 선생님이지만 살짝 삐져나온 수염이 푸르스름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느낀 것을 나만 느낀 것이 아닌지 그의 별명이 '푸른 수염 선생님'이라는 점이 공허하던 내게 '호기심'이란 작은 변화를 일으킨 것일까?

나도 모르게 검색을 하여 찾아낸 [푸른 수염 심리상담센터], 전화를 걸어봤으나 예약은 6개월 뒤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6개월 뒤의 나의 모습은 어떨지 나는 전혀 모르겠지만 상냥함 속에 살짝 비치는 냉철한 푸르스름한 그 의사의 눈빛과 닮은 그의 별명 '푸른 수염'에 대한 사라지지 않는 생각때문에 예약 접수를 했다.


그리고 그 날, '푸른 수염 선생님'의 대표 저서인 <슬픔을 이겨내는 다섯 가지 방>을 주문하여 절반쯤 읽은 긴 휴일 다음날, 정신없는 월요일이 흘러가고 있을 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TV에서 들려왔던 시리도록 맑고 상냥한 푸른 빛깔의 목소리, 푸른 수염 선생님이었다.

"오늘 저녁 6시 예약이 취소가 되어 상담이 가능할 것 같은데 오시겠어요? 마지막 타임이긴 한데.."

보통 예약 상담은 간호사나 직원이 있을텐데? 희한하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알겠다고 답을 하고 만다. 이렇게 유명한 곳인데 상담직원도 따로 두지 않는다고? 이상하다는 생각도 잠시, 나는 연휴의 끝에 밀려오는 일들에 파묻혀 그 생각을 금방 접고 말았다.


겨울이 다가와서 그런가, 저녁 6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어스름한 석양으로 도시가 적막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허름한 건물 앞에 서있는 내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미 강남 한복판에 건물 한 채는 지어도 충분할 정도로 입소문이 난 '그' 푸른 수염 선생님 아닌가? 왜 아직도 주차조차 안되는 이 낡고 외진 곳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멍하니 2층 창문에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눈물이 가득 맺힌 젊은 남성 한 명이 계단을 내려온다. 그는 어떤 상실때문에 이 곳을 찾아온걸까? 그는 슬픔을 이겨내는 다섯 가지 방 중 몇 번째 방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걸까?


그렇게 나는 호기심 반 걱정 반의 마음을 가지고 금방 무너져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이 건물의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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