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변주곡 (Geistervariationen)
https://youtu.be/QoxKjSJm9QE?si=VoB0sc9RKI695pXz
3일 뒤, 혹시나 해서 6시에 푸른 수염 상담 센터에 전화를 건 내게 "여보세요"라는 푸르른 맑은 목소리는 안도감을 주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 제가 불안해서 전화를 드렸어요. 요 며칠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요. 집에서도 멍하게 앉아 있다가 누군가의 눈빛이 느껴져요. 제가 미쳐가는 걸까요?"
울먹이는 내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다음 방으로 가는 과정일거예요. 다음은 마지막 단계인 '수용의 방'이잖아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을 다시 익히는... 아직 그 단계로 가는 것을 망설이니 그런 망상이나 환각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괜찮아요. 불안하시면 편하게 연락을 주세요. 요즘 그 일 이후로 저도 한가해져서요. 하하. 급하면 제 개인 핸드폰으로 바로 연락하셔도 됩니다. 환자분 개인정보가 있으니, 괜찮으시면 핸드폰으로 제 연락처를 보내놓죠."
그의 핸드폰 번호까지 받아도 되는걸까? 뭐 저번에 뉴스에 나온 그 분도 그랬다고 하니..
"유령이 보이는걸까요?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 줄까요?"
내가 봐도 애가 떼를 쓰는 것 같이 보이는 이 말에 그가 미소 짓는 것처럼 느껴지는건 이상한걸까?
"괜찮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도와줄 것이고, 곁에 제가 있잖아요. 그리고 방은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그런 유령이 보이는 자신까지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보세요. 모든 것을 서서히 흐리게 만들고 제자리로 돌아가게 만드는거죠."
안심하고 창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커튼을 친 나는 더 이상은 푸른 수염 선생님의 시간을 빼앗지 않으려 인사를 전하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렇게 뒤를 돌아선 순간!
퍽! 악!!!!!!!!
내가 왜 누워 있는거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괜찮으세요? ..환자분??? .....현...씨?????" 수화기 넘어 들리는 푸르른 맑은 소리가 점점 귀에서 멀어지며 나는 스르륵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내가 유령이라고? 이렇게 존재하는데? 내가 안 보여? 낯선 이의 얼굴은 날 버린 그 사람과 푸른 수염 선생님, 그리고 그 눈물 가득했던 젊은 남자, 그리고 다른 여러 명의 얼굴로 계속 바뀌며 악몽이 끊임없이 바뀌며 이어졌다.
누가...도와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