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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심리 상담 센터 08

사랑의 꿈 (Liebestraum)

by 쏘냥이

푸른 수염 심리 상담 센터 <8> Liebestraum



https://youtu.be/bhYfOh6dn3o?si=3C5pUds2nX2lqQ2L



"다음 주 상담을 취소하셨다구요?"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푸른 수염 선생님의 맑은 목소리가 어찌 가시가 돋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내게 그가 무언가 억울하다는 듯 이야기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혹시 뉴스에 나온 것 때문에 그러신걸까요? 저도 하루 종일 시달렸답니다. 그 환자는... 제가 상담센터가 아닌 입원을 권유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하던 분이었어요. 오죽하면 제가 개인 번호를 줬을 정도로 케어를 하던 분인데.. 하필 그 날은 제가 촬영 중일 때 전화가 계속 왔던 것이죠. 저는 당연히 핸드폰이 무음이었으니 알지 못했던 것이구요. 아... 이걸 제가 왜 환자분께 말씀 드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혹시 그런 이유에서 상담을 취소한건 아닌지 해서요."


한참 아무 말 없이 그의 이야기를 듣던 내가 이제는 금방 어두워지는 창밖의 외로운 가로등을 바라보다 이 말을 던졌다.


"혹시.. 항상 제 상담 전에 오시던 그 분이신가요?"


그 말과 동시에 가로등 아래에 나타난 낯선 남자의 실루엣에 깜짝 놀란 나는 창가에서 얼른 물러나고 말았다.


"..아닙니다. 그 분은... 아니예요. 무언가에 꽂히면 집착이 강해지는 분이라 다른 요일로 상담 시간을 바꿨던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혹시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환자분께서 많이 예민해지시고 우울해지시는 것도 당연한 것이예요. 모든게 당황스럽고 침울하시겠죠. 아마 우울의 방에 도착하신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모든게 다 공허하고 다 부질없게 느껴지시겠죠. 그런데 그런 뉴스까지 접했으니.. 여보세요? 제 말 듣고 계세요?"


낯선 남자는.. 누구였을까? 나를 버린 그는 확실히 아닌데... 다시 창밖을 바라보니 가로등만이 텅 빈 거리를 비추고 있다.


"아닙니다. 잠깐 밖에 누가 있던 것 같아서요. 선생님, 그 뉴스를 제가 보긴 한 것이지만 그 것 때문만은 아니구요. 진짜 연말이 다가오니 회사일이 바빠져서 그래요. 선생님께서도 환자분이 안타깝게 되셔서 마음이 힘드실텐데 신경쓰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조만간 다시 상담 일정을 잡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와인잔을 꺼내고 예전의 그 사람에게서 선물받았던 와인을 꺼냈다. 함께 마시려고 했던 와인이지만 이제 비워서 없애고 잊어야지. 붉은 색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켠 라디오에서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 나왔다. 사랑의 꿈... 그렇게 악몽이 되어버린 사랑의 꿈은 결국 잔잔한 호수와 같던 나의 삶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았구나. 그래도 행복했던 꿈을 다시 꾸고 싶은건, 너무 힘들고 공허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이겠지.


늦은 밤, 와인을 전부 비운 내가 꾼 꿈에서 흐릿하게 보였던 낯선 사람의 모습은... 아마도 사랑의 꿈이 악몽으로 변해서 텅빈 거리에 나타난 것처럼, 그렇게 술 때문에 꾸게 된 악몽이겠지.

그 날부터였다. 계속 누군가가 뒤를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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