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
https://youtu.be/EAqHQMX7GHY?si=D4Atf29D_AsHNpV4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정신이 들었을 때는 모든 것이 희미한 새하얀 병실이었다.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덤덤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깨우는 간호사, 그리고 내 머리맡에 앉아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고 있는 푸른 수염 선생님, 그리고 먼발치에 서 있는 말쑥한 남자분은 누구시지? 환영인가? 가로등 아래의 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연신 핸드폰을 바라보며 수첩에 뭔가를 메모하며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사람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 내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드세요? 이제 질문해도 되는거죠? 저는 00경찰서의 ...형사입니다. 제 질문에 대답하실 수 있으신가요?"
응? 형사? 너무 비현실적이군. 그저 잠이 쏟아진다. 이건 꿈인 것 같은데... 너무 피곤하다. 다시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다 사라져 있겠지. 지금은 낮인가 밤인가...오늘은 무슨 요일이지? 출근해야할텐데, 자명종이 꺼진건 아니겠지?
"지금 잠들면 안돼요. 일어나세요. 괜찮으세요?"
푸른 그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뭐야, 이게 꿈이 아니라고?
"보호자신가요?"라는 형사의 질문에 "아닙니다. 전 이 분을 오랜 동안 상담한 의사이자 지인입니다."라고 대답한 그는 형사가 최초신고자인 것을 기억하자 말을 덧붙였다. "제가 얘기를 해볼께요. 지금 경황이 없을거라.. 괜찮으세요? 저하고 통화 중에 갑자기 비명과 함께 전화가 끊어져서 제가 경찰에 신고했어요. 댁으로 찾아갔을 때는 이미 쓰러진 채로 발견되셨구요. 제가 응급실까지 동행했어요. 정신이 드세요? 여기는 안전하니 안심하셔도 돼요. 혹시 기억나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아... 그래.. 그랬지... 그 검은 그림자...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으니 오늘은 다 돌아가주시죠. 보호자분은 오셨나요?"
라는 간호사의 말을 마지막으로 영원한 밤과 같은 꿈에 다시 빠져들고 말았다.
그렇게 빛나는 가을밤의 별들이 몇 번이나 지났을까..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되는 내가 일반 병실로 옮기고... 빛나는 별이 보이는 창가에서 밤하늘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안정을 찾은 그 날,
그 형사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