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드라마는 어쩌면 황진영 작가의 전작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의 연장선에 있는 그런 드라마 같다. 물론, 연인이라는 이루어지지 못한 남녀의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조선시대 병자호란 이후의 아픈 백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예가 되고, 팔려나가고, 착취받고, 버려지고, 살이 잘리고, 죽어 나가던 수 많은 민중들...
무능하다 못해 절망스러운 지배세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때문에 처절해져야 했던 백성.. 아니 민중의 모습이 너무나 아프게 깔려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지만, 한 사람의 연인이 과연 '길채'라는 인물인지 '길채'를 포방한 '민중'인지.. 어찌하건 그것은 애절하고 서글프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드라마 속 <연인>이라기 보다는 병자호란 속에 절망스러웠던 '민중'이 답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자에게 전한 '남궁민 분의 이장혁'의 언사는 마치 이나라 민중이 어떻게 살아오고 그 당위성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를 대변해주는 것같다. 삶의 가치란 명분이나 치욕이 아닌 그 이상의 생존이라는 그 '명제'말이다. 치욕 때문에 죽어야 하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문득... 김수영 시인의 "풀"을 느끼게 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드라마 <연인>은 단지 남녀의 연인에 국한된 그런 드라마 같지가 않다. 백성이 무능한 지배세력에 의해 얼마나 비참해으며... 그 시절을 이겨낸건 누군가의 대단한 정치나 업적이 아닌 그냥 백성들.. 아니 민중들의 살과 피가 아니었나... 문득 그런 것을 느끼게 했다.
작가가 의도하던 하지않던, 드라마<연인>에 담겨있는 민중의 모습은 병자호란 당시에 대한 역사책 이상의 민중이 처한 고통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 그리고 '남궁민'이라는 배우는 정말 건조하면서도 절제미를 보이며, 그 아픈 현실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있다.
무엇이 정확한 드라마의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인>은 상당한 작품인건 확실한듯 하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