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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관광극장.. 파괴되다!

by 졸린닥훈씨

서귀포에는 이중섭거리라는 곳이 있고, 이곳에는 또 서귀포 관광극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름은 관광극장이지만.. 현실도 관광극장입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말이죠.. 앞에는 오래된 극장 모습을 하고 있고.. 들어가면.. 지붕이 없는 무대와 객석이 나란이 있는 그런 야외 공연극장이 있습니다.

공연을 하게 되면, 객석은 채워지고 무대에서 낮에도 밤에도 공연이 펼쳐지는 그런 곳으로 변해 있습니다. 위에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더운날은 그냥 선풍기를 틀면서 공연을 하죠.. 넵.. 낭만입니다. 덥지만..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또 흩어지고 그런 장소입니다.

또 어떤 날 밤에는 극장 앞면에는 미디어아트로 그림을 저렇게 펼쳐놓고, 또 내부는 조명과 영상을 통해 멋진 극장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아니.. 했었습니다. 네.. 문득 과거형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이극장은 1963년 서귀포에 처음으로 생긴 극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제주의 아픈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극장업이 나빠지자 방치되고, 불도나고.. 천장은 무너지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2015년 행정과 지역주민, 예술인이 의기투합하여 이곳을 노천극장으로 재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는 전국에서 유일한 폐극장 자체가 노천극장으로 사용되는 독특한 문화시설이 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공연과 발표회 등등이 있었고, 이중섭거리의 핵심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서귀포의 가장 독특한 문화자산이자 공간이고 나름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된 것입니다. 아래 이미지링크를 들어가보면 얼마나 많은 공연이 열리고 기억되는 지 알수 있습니다. 심지어 외국 아티스트들도 이곳에 와서 공연하고 공연장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는 그런 장소이기도 합니다.

폐건물이 공연장이 되는 사례는 서구 유럽에서나 있는 일이지.. 국내에서는 정말 드물고.. 거의 폐건물 상태 그대로를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서귀포관광극장이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어제를 지나고 상황이 바뀌어졌습니다.. 과거형이 되어가는 파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공사중이라 표지판을 세워두더니 중장비로 극장의 벽을 무너뜨렸습니다. 물론, 행정은 E등급인 건물이라 안전에 위험하다고 말하며, 공청회도 했다며.. 더 이상의 논의를 외면한체 우선 건물을 파괴했습니다. 지역의 건축가와 여러 예술가들의 우려와 재검토 요청을 뒤로 한 채 말이죠..

작년이 지역민과 행정, 예술가들이 이곳을 노천극장으로 만들어 예술공간화 한지 딱10년 되던 해였습니다. 그 10년의 시간을 행정은 단 하루만에 이런 몰골로 만들어 놨습니다.


물론, 위험한 시설은 철거해야 합니다. 다만, 오래된 건물도 역사성과 보존가치가 있다면 보존하며, 복원하는 노력을 취하는 것이 지금의 문화예술 행정이며, 문화자산인 것인데.. 서귀포시 행정은 그런 중요한 절차적 검토나 의견청취없이 지역민 공청회만 하고는 그냥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심지어 많은 건축가들이 안전을 담보시킬 방안을 검토하자고 하는데도 많이죠..


지금은 문화의 시대고 서귀포는 문화도시를 지향해왔습니다. 그런데.. 도지사가 바뀌고 시장이 바뀌더니 문화도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개발행위만이 남아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물을 파괴하면서 한 말들은 이중섭미술관 확장을 위해서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확장하기위해 기존 지역에 단단한 문화예술공간을 이렇게 파괴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행정입니다. 그저 개발시대의 독재자적 시선인 것입니다. 한류다 뭐다하면서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한 수준과 품격은 더 없이 높아져 가는데.. 그보다 앞서 서귀포시민들이 보여준 문화적 품격을 퇴보한 행정이 망쳐버린 것입니다. 2025년의 서귀포시민의 문화품격을 다시 7,80년대 수준으로 서귀포시장과 행정이 퇴보시켜버린 것입니다.


문화라는게 꼭 기념비적이고 으리으리하며 찬사를 받는 그런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공유하고 다시 발견하며, 즐기면 그게 곧 문화와 예술이며, 품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낡아빠진 서귀포관광극장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시킨 서귀포시민과 예술가 그리고 그 당시 문화행정은 정말 중대한 문화 기반을 만든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서귀포 문화행정과 시장 그리고 제주도지사는 그런 중요한 가치를 여지없이 나락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더 답답한 것은 그 극장이 행정소유가 된지 단 1년만에 이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민간 소유일때는 잘 운영되면서 보존하려했던 모습이 행정이 소유하자 우선택한 행동이 파괴입니다.


문화적파괴!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공간만이라도 남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물론, 너무나 파괴되어 남아 있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시장과 행정은 그런 것을 기대했을 것이라.. 더 남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써 봅니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문화도시 서귀포'를 외치는 서귀포시와 제주도정이 정말 품격도 기본도 없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남들은 없는 가치도 만들려고 애쓰는데.. 시민과 행정, 예술가 모두가 이루어놓은 문화거버넌스의 좋은 본보기가 될 가치를 파괴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서귀포의 문화행정 현실이 너무나 답답합니다.


아니.. 사실 한심하고.. 에효..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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