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그가 떠났다. 그의 나이가 74세라는 이른 나이에 요즘은 80대도 많고, 그 이상의 분들도 많이 계신데 그는 생각보다 황급히 이곳을 떠났다. 그는 영화배우 그 자체였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하고 있고, 그게 전부이기도 하다.
어린시절 아니 젊고 혈기 많던 시절 나는 그의 영화를 봤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하얀전쟁' 이 영화 개봉은 호암아트홀에서도 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이 영화를 보고, 또 그와 즉석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얼마전 12월 중순에 친구들 약속으로 서울을 갔었고, 그냥 저냥 하다가 헤어진후 우연하게 안성기 회고전 첫날을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꼬방동네 사람들이라는 영화를 친구와 볼 수 있었다.
큰 화면에서 그리고 디지털화된 필름 속에서 나는 이 영화가 엄청나게 잘만들어진 영화라를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후 안성기 배우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한달이 못 되어 그의 비보가 언론을 통해 나왔다.
다시 영화이야기를 한다면, 하연전쟁이라는 영화는 나에게 안성기 배우에 대한 최고의 영화다. 그것은 절대적 비극이었고, 전쟁에 대한 상흔 그 자체였다. 한국영화에서 전쟁에 대해 이런 심도가 있었나 하는 생각에 ... 하얀전쟁 이후.. 이런 영화는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없었다. 나에게 하얀전쟁은 전쟁영화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몰락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된 영화이며, 그것은 개인을 넘어 부조리한 집단의 형상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악마적 집단의 본성이랄까.. 하얀전쟁에 대한 긴 이야기를 담은 글이 있어 걸어둔다.
또한, 안성기라는 배우는 기존 우리시대의 고통같은 것에 최적화 된 배우였다. 그는 그런 시대의 죄악과는 다르게 착한사람의 길을 걸어왔었다. 회고전에서 본 꼬방동네사람들 역시 지난 우리시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까.. 이미지는 적지만, 영화에 대한 시선이 좋은 글을 아래에 걸어두었다.
안성기 배우는 이외에도 광대에서 부터 온골진 군인 등등.. 거의 지난 우리시대의 모든 역을 다 보여준 배우다. 독재자의 시선에서 혹은 피해자의 시선 그리고 비난한 모습의 사람들까지.. 수많은 배역의 주인공이자, 단역 배우의 모습을 가졌던 배우다.
그는 지나온 우리 시대를 모두 투영한 유일한 배우가 아닐까..
한 시대가 이렇게 떠나가 버린 것이다. 특히나, 요즘 한국영화는 종말을 고한 상태에 있다. 한 사람의 지난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는 거의 고사된 상태에 있다. 그가 떠나 버린 것처럼.. 물론, 뭐.. 다시 살아나겠지란 막연한 기대를 해보기는 하지만...
그가 떠나버린 한국영화는 멍하다. 어디서 부터 다시 시작될 지는 모르겠지만.. 멍하고 허하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TV에서 급조된 그의 다큐멘타리가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진 '배우 안성기'라는 다큐멘타리 영화가 만들어 지기를 고대해 본다. 그래도 한국이 요즘 K컬쳐니 뭐니 하며, 돈좀 버는 시대인데.. 그 바탕에 있는 거인의 죽음에 헌사할 수 있는 양식이 있기를 기원해본다. 수많은 그의 후배들과 기획자 그리고 제작자들에게 이런 기대를 해본다.
그 탐욕스런 허리우드도 가끔씩 필요한 영화를 만들어 내곤한다. 흥행과 상관없이 말이다. 거장에 대한 헌사.. 혹은 자신들의 바탕을 화려하게 만들어준 대상을 대한 감사와 존경을 말이다.
총총..
추신.. 정 안되면.. 나라도 펀드 뛰워 보고싶다. 내 젊은날 한편을 가득 체워준 그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