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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Jun 15. 2023

1969년, 고독 1일차...

사실은 많은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 멀쩡한 사지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다. 어쩔대는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하지 않은 일들도 있고.. 나이가 점점 먹어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40대, 그리고는 50대.. 


이제 내 주체적으로 혹은 개인적 판단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일을 쓰레기를 줍는 일 정도가 최선이다. 


쓰레기를 줍는 일이 나쁘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현재의 나이에 벌써 할 수 있는 일이 스스로 긍정적으로 혹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관계 속에서는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 무력감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한심하게도 나는 쓰레기를 줍기 위해 불필요한 공부를 참 많이도 했다. 부끄럽게... 결국 나의 배움은 부끄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작 열심히 했어야 할 학창시절에는 지맘대로 다니면서, 어르신들의 말씀.. 지금 공부안하면 나이들어 고생한다는 그 말을 무시했는데.. 결국 그 말의 덧에 걸리게 되었다. 


난 50대에 쓰레기라도 주어야.. 그나마 덜 한심한 사람처럼 보이는 모양이 되었다. 


모니터 옆을 돌아다니며 바둥되는 고양이를 상대로 쯥쯥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시간을 축내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못났다. 처음부터 잘나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글쓰는 것이 좋고,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라는 건방은 한심함으로 확인되었다.


나는 초등학교다니는 아이만도 못한 글쓰기를 보이고 있다. 항상 잘못된 맞춤법에 문장구성에.. 뭘 말하려 하는지 스스로도 포기스럽다.


어쩐다..


뭘 하고자 하자니.. 그나마 해온 일들과 경험이 있어 뭘 하고자 하는 것은 있는 것 같은데.. 스스로의 권태와 무능에 한심함을 느끼게 되고 이미 지나버린 시대에 내가 뭘하는 것은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다음 사람들이 뭘 하는 것이 좋은 시대다. 이미 꼰대인걸.. 뭘 해서 뭘 어쩐다는 거냐..


그렇다고 고단했던 20대 혹은 답답했던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나의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은 참... 힘들었다.


힘들었다.


아쉽게도 나는 유년시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뭐 굳이 이 나이에 유년시절따위를 기억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놀랍게도 유년시절의 기억은 살아가면서 어려울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림같은 기능을 한다. 그래서 그 유년시절의 기억이란게 중요하게 평생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시대의 시골출신들, 특히 가난한 부모의 자식들은 그럴싸한 유년시절이란게 없는 경우가 종종 있고.. 나도 그런 경우에 속했다. 


그 시절 가난한 집 아이는 태어남이 그리 즐거운 혹은 축복해줄만한 상황의 일이 아닐수 있다. 어쩌면 또다른 식탐의 괴물이 태아나는 것일 수도 있고, 그것은 빈곤한 살림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뭐 그런 것이지..


그래서 선택하는 것은 돈을 더 벌기 위해 지금살고 있는 박복한 환경을 던지고, 도시로 향하는 것이다. 도시로 도시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뭐든 해야하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도시로..부모들은 떠냐야 했다. 그리고 태어난 생명체는 혈족이기는 하지만 잘 알수 없는 사람들의 손에서 살아야 했다. 


물론 이것은 사실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아이의 부모는 더 좋은 나날을 위해 아이를 두고 가지만, 대부분.. 남겨진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다시 혼자다. 자궁속에서도 혼자고 태어나서도 혼자... 정말 혼자인 것인데.. 더 문제는 비난받는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아이도 아닌 식탐꾼을 받아준 사람들은 사실 좋은 사람들이지만 어쩔수 없는 환경.. 생존을 위한 밥의 문제에서는 골치덩이다. 그 당시는 뭐 다 그랬다. 더부살이라는 .......이제 태어난 아이에게 좋을 것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다행이 기억이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건 요즘말로 트라우마다. 부존재에 대한, 혹은 애정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식사는 하셨나요?


아..니... 아..예. 뭐..


?., 뭐라고 하시는 거에요.. 식사를 하셨다는 거에요.. 안하셨다는 거에요?


아..예..뭐.. 그냥..그렀습니다.


짜증을 낼만도 하다만..그래도 아침이니까. 더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식사건 뭐건 알아서 하실 나이잖아요.. 일단 저쪽부터 청소하세요. 빨리..그리고 깨끗하게 알겠죠..


네.. 빨리, 깨끗하게.. 네.

알겠습니다.


뭐, 하세요..빨리 도구챙겨 가야지.


네.

그나마 할수 있는 긍정적인 일 쓰레기 줍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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