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우지 않는 작가.
음.. 나는 사진을 좋아한다. 그것은 운이 좋은 일이기도 하다. 어렵게 사는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공돌이' 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사진을 찍는 걸 좋아했고, 역시, 없는 살림에도 카메라를 구입해서 찍어주시곤 했다. 'mamiya 1000DTL'이라는 카메라를 전당포 하시는 친구분 가게에서 구입해 와서 사진을 찍고 그러셨다.
그 덕에 나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그게 뭐든 하여간 아버지 덕에 나는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공부와 거리가 있던 시절 사진을 많이 찍으러 다녔다. 그 아버지라는 분이 수년전 돌아가셨지만, 카메라는 내 방 서랍에 그대로 존재한다. 그것은 아버지의 흔적이기도하고 지금은 나의 흔적이기도하다. 그렇다고 사진을 업으로 가지지는 못했지만... 사진 덕에 문화예술 쪽 일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역시 그게 '뭐든'이다...
만...
사진작가 김수강이라는 사람을 문득 소개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뭔가 사설을 깔고 싶어서 지난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맥락없이 깔았다.
내 폴더 속에 그녀의 사진이 한장 저장되어 있다.
처음 이 사진을 볼때.. 많이 많이 신선했다. 지금도 그 신선한 기분을 간직하고 있다. 물론, 이유를 설명하라면 딱히 없다. 처음에는 묘한 호기심을 만들어 냈고, 그 다음은 고단함을 느끼게 했다. 고단함... 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많은 상상과 생각을 만들어 주는 자극이 있었다. 그래... 자극이라는 표현이 더 매력을 가진다.
그리고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봤다.
그녀는 정물을 찍고 있었다.
음식재료들과 타월, 돌, 보자기, 식기류... 등등 다양한 소품일수도 있고, 어찌하건 있을 수 있는 것들이라, 말 할 수 있는 수 많은 '것'들을 그녀는 정물화를 그리듯이 찍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흔적'들이 찍혀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정물이라는 느낌 보다는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있는 '정물'이 있는 것이다....... 솔직히 이 표현은 자신이 없다만.. 내 느낌이 그러니 어쩔수 없다. 어차피 사적인 글쓰기이니..
물론, 내가 가장 매료된 것은 인너웨어 들이다. 아니 '속옷'이라는 표현이 정서적인 유대가 나는 더 크다.
음...
어떤 사람의 삶이 상상이 되어서 일까. 아니면 섹시함..일까.. 아니면.. 뭐랄까.. 건조하게 느껴지는 흔적이랄까.... 그런것이 느껴졌다고 하면 될까... 아니면 선천적인 변태적 성향에서 오는 착시랄까.. 내 머리 속 어딘가에 항상자리 잡고 있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 속의 그녀모습이랄까... 그녀의 섹시함이 혹은 사랑스러움이 또, 혹은 고단함과 슬픔이.. 뭐..그러저러한 인생사의 '흔적' 같은.. 느낌이랄까..
어차피 자세한 표현은 실패다.
어찌하건 그녀의 인너웨어 시리즈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정물들에서도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설정일지.. 그대로의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사진은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담고자 한 것 같다. 물론, 작가는 상당히 준수하게 깔끔한 정물들을 많이 생산해 내고 있다. 특히 식재료들이거나 그 주변에 있을 것 같은 그런 것들... 을 ...
물론, 보자기도 주요한 소재다. 작가는 식재료 혹은 음식을 담은 보자기를 열심히 찍었다. 여기에는 흔적 이상의 것을 남겨둔 것 같다. 마음같은거 랄까...
그래...다시 뭐든... 작가는 상당히 거친 표현을 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칠어서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하는 느낌도 강하다. 매력이지.. 매력이다.
내 생각이 틀리건 말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말건...
나는 그녀의 작업을 그렇게 소비했다.
'흔적'이라는 것을 정물화해서 찍는 사진작업이라고 말이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