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주 May 05. 2021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까요?

소설 <하는, 사랑> 북토크 기록 - 2

장편소설 <하는, 사랑>의 온라인 북토크 영상 기록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1편은 제가 독자님들께 드리는 이야기였고요, 지금 2편부터는 독자분들의 사전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북토크 당시 말투를 그대로 올립니다.

(미성년자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압도적으로 많았던 질문이에요. 


1. 이 소설은 실화인가요? 윤주 언니는 작가님인가요? 어디까지가 다큐인가요?


여러분,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이건 실화다, 이렇게 단정하시는 분도 계셨는데요.

음... 어떤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소설이고, 수필로 쓰면 수필이 되는 거래요.


소설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편견이고요. 

소설을 쓰는 사람은 잘 관찰하고 잘 기억하고 잘 듣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주위의 누군가가 등장인물이 되는 경향이 있는데, 조금씩 과장되거나 축소되는 것은 당연하고, 섞이거나 어느 부분을 비틀어서 바꾸긴 합니다.


소설가의 윤리라는 게 있는데, 누굴 가져다 쓸 때는 그게 누군지 알 수 없게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한 명의 등장인물에도 외모는 누구, 인격은 누구, 스펙은 누구, 이렇게 짬뽕되는 경우도 많고요. 

완전히 허구의 인물을 지어낼 때도 모델은 있는 거예요. 제 등장인물에서 제가 허구로 지어낸 인물 중 하나는 승엽 선배인데, 승엽 선배의 외모나 태도는 만화 ‘치즈 인 더 트랩’의 유정 선배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쓴 거거든요. 


‘소설을 쓰고 싶다면’이라는 책이 있어요. 거기서 제임스 설터라는 작가가 픽션과 논픽션의 개념이 너무 독단적인 구분이라고 생각한대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요즘은 그 경계가 더 오묘한 것 같아요. 또 이 작가가 뭐라고 했냐면, 소설은 전적으로 꾸며낸 게 아니라 완벽하게 아는 것을 쓰는 거래요. 소설은 자세히 관찰한 것에서 비롯된 거고, 거의 모든 책에는 그 안에 실제 사람이 담겨 있다고 썼어요. 이렇게만 말씀드릴게요. 


딱 하나만 알려드리자면, 소설에 모텔 거울방 얘기가 나오잖아요? 저는 거울로 도배되어있는 모텔방 가본 적도 없고요. 그런 데가 정말 있는지도 몰라요. 모텔 방 천장이 거울이라는 얘기를 듣고 쓴 거예요. 근데 실제로 있는 건지, 브런치에 모텔 거울방이 검색어로 가끔 올라오더라고요? 

어쨌든 픽션이냐 논픽션이냐의 문제는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두 번째 질문입니다. 


2. 소설에 등장하는 젤이 뭔가요? 제품 이름을 알려주세요. 


이 부분은 고민하다가 글로 기록하지는 않겠습니다. 

제품명과 자세한 사용법을 알려드렸는데, 브런치 글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올리지 않겠고요. 

또 섹스토이에 대해서도 독자분들과 재밌는 얘기가 많이 오갔었는데요. 이것도 브런치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제 블로그 비댓이나, 메일을 주시면 안내드리겠습니다. 



3. 남편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어지간해서는 먼저 다가오지 않는데, 내가 다가가는 것이 가능할지, 괜찮을지 여전히 고민이 돼요. 과연 내 노력으로 극복이 될까요?


실제 결혼 생활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먼저 섹스의 싸인을 보내는 건 부부 사이에 굉장히 많이 일어나는 일이에요. 온라인 게시판을 보면 정말 많은 여성이 남편에게 먼저 하자고 한대요. 말로 직접 하기도 하고 눈치를 주기도 하고요. 서로 맞춰놓은 코드가 있는 분들도 있다네요. 지난번 북토크에서 어떤 분이 그러셨어요. 그분은 '우리 퍼즐 맞출까?' 아니면 '블록 놀이할까?' 이러신대요. 재밌죠. 


이렇게 여자가 먼저 움직일 수도 있는 거예요. 항상 남편만 먼저 다가올 순 없어요. 그건 좀 지치는 일 아닐까요? 그리고 남편이 잘 안 움직일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럼 나서야죠. 

그래서 남편이 알아듣게 눈치를 줬어요. 근데 남편이 못 알아들은 척을 한다? 아니면 거부한다? 그러면 정말 그 분노가 말도 못 하대요. 


온라인 게시판에 이 얘기가 많았는데요. 어떤 분은 거부당하면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라고 했어요. 근데 그 답글에 많은 분이 공감하면서 자존감이 완전 바닥 친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입장을 바꿔 보면 남자들은 더하면 더했지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저는 눈치 주는 거는 별로인 것 같아요. 저렇게 모른 척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얼마나 열이 받아요. 모호한 건 안 좋아요. 책에 경수 선배도 그런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그러면 오늘인가? 한다고요. 그럴 때 모른 척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 며칠 되게 냉랭하다는 얘기가 있었잖아요.


그럼 어떻게 다가가는 게 좋냐, 그건 상황과 파트너와의 관계, 성향에 따라 무척 다른데요. 희수처럼 몸으로 덤비는 것도 남편 성향에 따라서는 먹힐 수도 있겠죠. 어떻게 하는 게 나을지는 각자의 생각이 있으실 거예요.


그래도 공통적인 해결책은 대화예요. 대화를 해야 해요. 

혹시라도 소원해진 이유가 나 때문이다. 내가 몇 번 거부했는데 이렇게 된 거다. 그러면 사과를 먼저 해야겠죠. 이런 상황이면 사과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상대방 때문에 이렇게 됐다, 그럴 때도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속상하고 슬픈지 솔직하게 얘기를 해야 해요. 우리 이제 섹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봐야 하지 않겠어요? 누가 원인이 되었든 부부가 섹스를 안 하고 있는데, 어떻게 계속 남의 일처럼 내버려 둬요? 


시간이 지날수록 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거잖아요. 무조건 오늘이 가장 말하기 쉬운 날이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처음에 말 떼는 게 너무너무 싫어도 해야 하는 건 해야 하는 거예요. 도저히 말이 안 나오면 희수가 했던 것처럼 카톡으로 보낼 수도 있겠죠. 

아니면 가볍게, 이런 책이 있어서 읽어봤는데 이러이러하대. 우리도 날을 정해서라도 섹스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죠. 대화 시작을 어떤 기사나, 책 같은 걸로 시작하면 괜찮은 접근이 될 수 있어요.

   

과연 여자의 노력만으로 극복될까 하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여러분의 남편들은 아내가 노력하는데 모른 척하는 그런 분들이 아닙니다. 사실 그런 사람은 정말 드물지 않겠어요? 자기한테 잘해주면 당연하게 자기도 그렇게 돼요. 상대의 노력은 내가 알 수밖에 없고요,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 마시고 먼저 손 내미는 것에 주저하지 마세요. 

노력하는 게 느껴지면 상대는 저절로 바뀌게 되어있어요. 당연히 함께 움직이게 되어 있어요.



(다음 편에 질문과 답이 계속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6683891


매거진의 이전글 '괜찮다' 그 너머의 삶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