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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May 07. 2021

이제는 자유, 그거 좀 가질 수 있잖아요.

소설 <하는, 사랑> 북토크 기록 - 3

장편소설 <하는, 사랑>의 온라인 북토크 영상 기록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1편은 제가 독자님들께 드리는 이야기였고요, 2편부터 독자분들의 사전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북토크 당시 말투를 그대로 올립니다.

(미성년자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4. 자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희재 선배가 윤주에게 ‘너희들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간다.’라고 말하는데, 그 의미를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희재 선배가 나오는 부분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가장 좋았던 챕터로 꼽으신 분도 있고요. 

사실 이 희재 언니는 넣을까 말까 마지막까지 되게 고민했었어요. 요즘 세상에 희재 선배의 말이 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굉장히 중요한 얘기이긴 해요.


희재 언니가 윤주에게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거예요.  

"나는 솔직함과 자유라는 가치만 좇았던 것 같아. 그때는 몰랐던 거지. 너와 재성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만 끽하며 살아가게 될 거라는 걸." 


윤주 부부는 서로가 유일한 상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무척 자유롭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한 명이면 자유롭고 두 명은 안 되는 거야?’ 이렇게 물어보실 수도 있어요. 

그 질문에는 '상대가 많을수록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답할 수 있어요. 근데 많다는 기준은 또 사람마다 다르겠죠.


외국에서는 이것에 대한 통계도 있어요. 섹스 상대가 많을수록 현재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가 결과였는데요. 아무래도 비교 대상이 많다는 건 지금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그렇대요.


희재 선배가 말하는 자유는 생각과 행동의 자유예요. 

윤주 부부는 그 부분에서 거리낄 게 없어요. 역할 놀이를 하는 부분이 나오잖아요. 그것도 제가 뺄까 말까 고민했는데요, 희재 선배가 등장하면 비로소 그 꼭지의 의미를 아시게 될 것 같아서 그대로 남겨둔 에피소드예요. 

윤주 부부의 역할 놀이에서 서로 바람 상대였다가 다시 업소 여자와 손님이었다가 그러잖아요. 윤주 부부는 어떤 것도 말하고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단적인 장면이거든요. 

브런치에 이 꼭지를 올렸을 때, 남자 독자분이 ‘와~ 이거는 아무나 못 하겠는데요.’라고 답글을 하셨더라고요. 같은 맥락에서 하신 말씀이겠죠.


윤주 부부는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어떤 말도 할 수 있어요. 왜냐면 거기에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지 않는 거예요. 그게 바로 희재 언니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예요. 


어떤 독자께서 서평에 이 부분을 쓰신 게 있었어요. 

'다다익선이라는 논리를 참된 자유라는 개념으로 깨뜨리는 통쾌함을 느꼈다'라고 하면서, '쾌락은 양보다 질이고, 여기에는 절제가 필요하다'라는 것도 덧붙여서 길게 쓰셨는데요. 애초에 이것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던 것 같아요.      


음... 얼마 전에 곽정은 씨 말이 기사로 나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분이 무슨 얘기를 하나 좀 찾아봤는데 그분도 섹스 대화를 무척 강조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여자들이 왜 섹스 대화를 못 하는가, 왜 섹스에서는 적극적이지 못한가에 대해 얘기하는데, 곽정은 씨가 정말 많은 여성과 인터뷰를 했었대요. 

그래서 알아낸 이유가,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라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해달라고 하거나, 이게 좋다거나, 이걸 해줄까, 그런 얘기를 도저히 할 수가 없대요. 그런 말을 하면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할지 너무 무섭다는 거예요. 이 여자가 얼마나 해본 거야? 경험이 많은가? 예전에 이걸 해봤었나? 그땐 좋았었나? 이런 생각을 할까 봐 너무 두렵다는 거였어요. 여자라면 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잖아요. 


소설이 너무 길어져서 삭제한 부분 중에 윤주 부부가 연애 때 첫 섹스를 하는 꼭지가 있었어요. 

그 꼭지에 윤주 남편 재성이가 윤주를 핥아주는 게 나와요. 처음으로 그런 걸 경험해 본 윤주가 대뜸 ‘나도 오빠 꺼 빨아볼래.’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게 아무렇지 않은 거죠. 어떤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거예요. 


근데 이 상황을 희재 선배의 경우로 대입해보세요. 

희재 선배도 현재 남편이든, 과거의 연인이든 그 상대와 처음 섹스하는 순간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근데 그때 블로우잡을 한다? 이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와의 첫 섹스에서 덥석 해줄 수가 있겠냐는 거예요. 원나잇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연인끼리의 첫 섹스잖아요. 아무리 솔직하다는 희재 언니라고 해도 그건 힘들 것 같아요. 


머릿속이 복잡하겠죠. 계산을 좀 해야 하잖아요. 

이를테면, 처음인데 내가 이러면 안 돼. 최소한 서너 번은 지난 다음에 해야지. 아니면 상대가 해달라고 조르면 그때 못 이기는 척하고 해 줄까. 해도 능숙하게 하진 말아야겠다. 이런 작전 같은 거요. 

그래서 희재 언니는 윤주한테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건 너희들이라고 말했던 거예요.      


근데 여러분, 지금 우리는 연인과의 첫 섹스를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부부관계를 말하는 거예요. 

이 사람하고 섹스한 세월이 몇 년이에요 지금. 함께 산전수전도 겪었고, 서로 온갖 꼴을 다 봤어요. 

그러면 이제는 자유, 그거 좀 가질 수 있잖아요.

이쯤 되면 거리낄 것 없이 뭐든지 말 해보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지금 우리가 왜 망설여야 해요?


파트너하고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할 자유, 어떤 것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자유가 이제는 우리한테 있어요. 그 자유, 우리가 만들어낸 자유예요. 

그리고 그 첫 시작은 '대화'입니다. 



(다음 편에 질문과 답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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