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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May 10. 2021

이미 사랑해서 해 본 관계니까요.

소설 <하는, 사랑> 북토크 기록 - 4

장편소설 <하는, 사랑>의 온라인 북토크 영상 기록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1편은 제가 독자님들께 드리는 이야기였고요, 2편부터 독자분들의 사전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북토크 당시 말투를 그대로 올립니다.

(미성년자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5. “부부는 섹스해서 사랑한대.” 이 문장이 뜻밖인 데다 의구심도 들었어요. 작가님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이 문장이 뜻밖이었다는 분들이 많아요. 여자들 입장에서는 낯설긴 하죠. 우리가 여태 생각하고 받들어 왔던 고정관념에 반대되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이 말을 받아들이기 좀 힘들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반대로 어떤 분들은 정말 그러하다, 하시면서 백퍼 천퍼 동감한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여기서 단서가 있잖아요. 부부라는 거요. 부부 사이에서 섹스하면 사랑이 생긴다는 거, 이건 제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고, 명백한 팩트예요. 

섹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고, 이것에 대한 증명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온라인 게시판에도 이런 얘기가 많았어요. 남편 진짜 너무 싫은데, 어쩌다 남편이 졸라서 했대요. 근데 그게 좀 괜찮았던 거예요. 그러고 나니까 남편이 밉지 않더래요. 자기 마음이 바뀐 게 너무 의아해서 올린 글들이 있어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믿으려고 하지 않는데, 이렇게 사람 마음이 극적으로 바뀌기도 해요.     


부부는 섹스를 해야 사랑이 유지돼요. 

이미 사랑해서 섹스를 해 본 관계니까요. 하면 사랑이 유지되는 거예요. 


섹스는 부부에게 너무너무 절대적인 거예요. 

아닌데? 섹스 말고도 다른 요소 너무 많은데? 왜 자꾸 섹스만 중요하다고 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근데 그건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이쪽 세상을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부부의 사랑은 섹스가 거의 다예요. 라고 말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근데 그게 밑바탕이에요. 섹스가 중심 줄기고, 그 외의 것들은 곁가지들이에요. 

저도 이런 말을 하게 될지 몰랐지만, 정말 그래요.       

 


6. 의무방어전이라도 하면 괜찮은 거 아닐까요?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섹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고, 어쩌면 그것도 사랑이 아닐까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무방어전은 그래도 하긴 하는 거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그것도 사랑이 남아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세요? 

 

책에도 나오죠. 경수 선배가 그러잖아요. 자기는 한 달에 한 번은 해준다고. 안 하면 더 귀찮아지고 냉랭해질까봐 해준다고 말해요. 저는 남자들의 ‘해준다’는 표현이 거슬려요. 여자는 그럼 ‘대준다’ 이렇게 표현하면 되는 거예요? 그게 뭐예요.


두 사람이 마음이 딱 맞기 힘드니까 어쩌다가 누군가는 해줄 수도 있어요. 상대가 원하니까 배려의 마음 같은 거로요. 근데 매번 그런 식인 건 너무 이상한 거잖아요.


사랑하면 왜 의무방어전을 해요? 저는 사랑이 아예 없어도 의무방어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여기서 사랑이 없다는 건 아예 없다는 게 아니고 가라앉아서 안 보이는 걸 말하는 거예요.

의무방어전이라는 게 하기는 싫지만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는 거잖아요. 

안 하면 더 안 좋은 상황이나 더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그냥 잠깐 하자, 참고 말자, 이렇게요.


의무방어전을 하는 부부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에는 네, 잘 지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의무방어전에서 벗어나서 사랑이 느껴지는 섹스를 하는 삶을 살게 된다면 의무방어전으로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는 게 굉장히 어이없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리고 질문하신 분처럼 의무방어전이라도 하는 사람은 섹스리스보다 물론 훨씬 낫죠. 어쩌다 되게 괜찮은 섹스를 할 기회는 있는 거고, 그게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사이가 좋은 부부도 항상 섹스가 좋은 게 아니잖아요. 좋을 때도 있고, 평범할 때도 있고, 오늘 뭐지? 이럴 때도 있어요. 하지만 자주 하는 부부는 섹스로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좋은 섹스를 하면 상대가 더 좋아지는 건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또 하고 싶으니까 더 자주 하게 될 거고요. 

의무방어전은 좋기가 되게 힘든 게 문제인데, 어쨌든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상태라는 건 맞아요.

의무방어는 이쪽으로 한 발 내딛으면 섹스리스, 저쪽으로 한 발 내딛으면 다른 세상, 그 중간 어디쯤인 것 같아요. 어느 쪽으로 방향을 정할지는 본인과 상대의 의지에 달렸어요. 



7. 정관수술을 아무리 권해도 남편이 꿈쩍을 안 하는데요,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 


책에서 정관수술을 몇 번이나 언급했는데요, 그게 부부에게는 꽤 중요한 요소예요. 더 이상 아이 계획이 없다면 정관수술은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답입니다. 그게 부부의 섹스에 많은 영향을 미쳐요. 


남자들이 왜 그렇게 정관수술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수술이라는 말 때문에 그럴까요? 아마 무서워서만은 아닐 거예요. 

정관수술을 하면 쾌락이 줄어든다는 이상한 믿음이 계속 구전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정액의 양이 반이라도 줄어드는 거면 이해를 하겠어요. 정자가 사라진다고 나오는 양이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요. 해본 사람이 아무리 차이가 없다고 증언을 해도 한사코 거부하는 거예요.


남자들이 섹스를 너무 사정의 결말에만 집착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쾌감이라고 하면 콘돔 사용 여부가 훨씬 더 크지 않나요? 또 마음의 평안도 큰 부분을 차지하잖아요. 

임신의 가능성이라는 게 되게 두려운 거라서, 여자는 그런 불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집중이 안 되잖아요. 그런 걱정이 없으면 여자는 마음이 편해서 훨씬 더 잘 느낄 수도 있으니까, 남자도 파트너를 보면서 얻는 만족이 클 거예요. 생리주기, 임신 가능성 그런 걸 따지지 않고 내킬 때 하면서 사는 건 되게 좋거든요. 


아무 때나 자주 할 수 있다, 그것도 콘돔 없이. 그리고 임신 걱정이 아예 없으면 내가 진짜 더 잘 느낄 것 같다고 강조하시면 저는 이걸로 설득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 편에 질문과 답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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