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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May 11. 2021

말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어요.

소설 <하는, 사랑> 북토크 기록 - 5

장편소설 <하는, 사랑>의 온라인 북토크 영상 기록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1편은 제가 독자님들께 드리는 이야기였고요, 2편부터 독자분들의 사전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북토크 당시 말투를 그대로 올립니다.

(미성년자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8. 부부관계 중에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섹스하면서 아무 말도 안 하면 어색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저도 초반에는 말을 안 했어요. 눈도 못 떴는데요 뭐. 이게 다 부끄러워서 그런 거잖아요. 

사랑하니까 부끄러운 건데, 그것 때문에 사랑을 나누는 데에 방해가 되는 거예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셔야 해요! 그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어요. 

  

전문가들이 그러는데 섹스할 때 가장 최악은 별로인데 좋은 척하는 거래요. 그 얘기를 들은 친구가 '그럼 내내 목석처럼 있어야 하는데?' 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러면 안 되죠. 

별로인데 좋은 척하는 건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행동이래요. 그러면 계속 별로인 것만 하게 되고, 결국 섹스가 싫어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을 넘어서서 거짓 신호를 보낸 거잖아요. 섹스할 때는 말하는 것만 대화가 아니에요. 어떤 반응도 대화나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어요. 


반응도 좀 하고 서로 얘기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다시 말하지만 처음만 어려워요. 진짜예요. 

하다 보면 아무렇지 않고 그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실감하실 거예요. 

예를 들어서 지금 상태를 좋아하면서 느끼고 있었는데 남편이 다른 걸 하려는 거예요. 예전 같으면 저도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그거 아니라고 그래요. 그러면 얼른 원래 하던 거 다시 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서로 원하는 걸 적극적으로 표현해 줘야 해요.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좋지 않을 때 별로라고 타박할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좋으면 좋은 티는 내줘야 하는 거예요. 상대가 알 정도로요. 책에서도 희수가 말은 못 하겠다고 하잖아요. 말로 하기 뭐하면 소리를 조금 내는 것도 괜찮아요.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지고 결국은 말도 하게 될 거예요. 

내내 입 닫고 있으면 상대가 진짜 힘 빠질 것 같거든요. 입장을 바꿔보세요. 제가 뭘 해주는데 아무 말도 없고, 어떤 기색도 없고 그러면 완전 의미 없는 짓인 거 같고 재미도 없고, 짜증 날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가 좋은 지점이 있다면 그것을 얘기해야 해요. 앞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그런 얘기, 이제는 해도 돼요. 상대방이 가장 좋아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다. 이걸 꼭 기억하세요.



9. 배우자와 서로 다른 걸 원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거의 같은 질문인데요. 이 질문만 봐도 얼마나 대화가 필요한지 알 수 있어요.

섹스할 때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른 건 당연한 거고, 그걸 대화로 맞춰가는 거예요. 

합의가 잘 안 되면 누군가는 양보해야겠죠. 근데 그런 양보가 계속 한 사람이면 안 돼요. 반드시 탈이 나요. 불만이 쌓이잖아요. 

내가 이번에는 양보하면 상대방도 알겠죠. 다음에는 상대가 양보할 거예요. 

계속 양보하지 않는 사람은 혼나야죠. 어쨌든 생각이 다르면 서로 얘기를 해야 돼요. 


일상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섹스할 때도 의견 차이는 계속 생겨요. 

서로 원하는 자세가 다를 수도 있고, 하는 시간도 서로 이견이 있을 수 있어요. 방식이나 횟수도요. 대화로 타협을 하세요. 말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어요.


블로우잡도 그래요. 온라인 글을 보면 이게 굉장히 극명하게 갈리는 거 같아요. 

대부분의 부부는 블로우잡을 한다고 해요. 

블로우잡 싫어, 극혐. 나는 안 함.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섹스를 잘 안 하는 사람들이었고요. 

근데 섹스도 자주 하는 사이고, 자기도 너무 해주고 싶은데, 블로우잡은 도저히 못하겠다는 사람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자기는 정말 남편을 사랑한대요. 근데 그건 못하겠다는 거예요. 

그런 게 있다면 하면서 싫은 티를 내거나 거부하지 말고 말을 해야 해요. 오해는 없어야죠. 날 싫어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야죠. 다시 한번 말 하지만 말을 안 하면 몰라요. 


항상 역지사지를 해야 돼요. 내가 요구했을 때, 남편이 되게 마뜩잖아하거나 다른 얘기 하면서 안 해준다면 내가 얼마나 맘 상할지 생각해 보세요. 솔직한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10. 저의 섹스 거부로 갈등이 많았고 남편은 상처를 많이 받은 케이스예요. 그런데 마흔이 넘어서 제 마음이 좀 바뀌었는데 이제 와서 말할 수도 없고,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어색하고 서먹해요. 


성욕이란 게 개인차가 있겠지만 여자랑 남자가 약간 시기 차이가 있잖아요. 여자는 마흔 살이 되어야 남자 스무 살처럼 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시기가 맞아떨어지게 옛날에는 꼬마 신랑을 들였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분도 역시 대화를 하셔야 하는데, 이럴 때는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역시 사과하셔야 해요. 일단 남편은 긴 시간을 거절당했고, 당연히 상처 받으셨을 거예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하시는 걸로 대화를 시작하셔야 해요. 사과로 시작하는데 불같이 화를 낼 사람은 없어요. 

평소에도 조금이라도 미안한 게 있으면 사과해야 하고, 서운한 게 있으면 말을 해야 돼요. 그래야 쌓이지 않아요. 


그리고 정말 솔직한 태도가 필요해요.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지 의논해야죠. 

다른 건 다 의논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서로 입을 닫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어색하다고 하셨는데 왜 어색해진 거예요. 

원래 냉전 중일 때 어색한 거잖아요. 냉전 중에는 진짜 서먹하고 같은 공간에 있으면 체할 거 같고 그렇잖아요. 세상에 저렇게 불편한 인간이 다 있을 수 있나 싶죠. 

섹스가 원활하지 않은 부부는 미약하게라도 항상 거리가 있어요. 불편한 구석이 조금은 있는 거예요. 이건 서로 대화하고 다시 섹스하면 바로 다 사라져요. 



(다음 편에 질문과 답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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