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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May 12. 2021

아이 핑계를 대지 마세요.

소설 <하는, 사랑> 북토크 기록 - 6

장편소설 <하는, 사랑>의 온라인 북토크 영상 기록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1편은 제가 독자님들께 드리는 이야기였고요, 2편부터 독자분들의 사전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북토크 당시 말투를 그대로 올립니다.

(미성년자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11. 제 주위를 보면 임신하면서 서서히 안 하기 시작하다가 아이 낳고 각방을 쓰면서 대놓고 안 하게 되었대요. 저는 각방은 아니지만 아이도 같이 한 침대에서 자니까 할 수가 없어요. 해결 방안이 없어요. 


각방 문제는 지난번 북토크 때도 나온 거예요. 거의 모든 부부가 거쳐가는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 낳고 대부분 각방이 시작돼요. 애 때문에 너무 자주 깨야 하니까 남편은 다른 방에서 자라고 하고, 남편과 같은 방에서 자도 아이를 옆에 끼고 자야 하고요.

책에서 윤주도 이렇게 얘기하죠. 다 남편 생각해서 시작한 각방이라고.


아이 독립시키고 남편하고 자야 된다고 하면 너무 어려운 미션처럼 느껴지는데 그래도 노력하셔야 해요. 

그게 어려운 걸 저도 알아요. 애가 아직 어리니까 혼자 재우는 게 너무 사랑 없이 느껴지고 걱정이 되잖아요. 저희 애는 밤에 자주 깨지도 않고 잘 잤는데도 그랬어요. 저는 애가 이불 차고 춥게 잘까 봐 그게 너무 걱정돼서 혼자 재우질 못하겠더라고요. 


그게 유치원 때까지 7년간 지속됐는데, 저희는 책 속의 윤주 부부처럼 반드시 애 재우고 난 다음에 나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가 잘 때 그대로 같이 자는 경우는 제가 아플 때 말고는 없었어요. 남편이 재울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되게 피곤할 때는 애 재우다 한 시간쯤 잠들기도 했는데, 그래도 퍼뜩 깨서 나왔어요. 

그런 걸 보면 이게 각방보다 마음이 더 문제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물리적인 거리도 중요하긴 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애를 일찍 재우는 게 정말 중요해요. 부모의 삶의 질이 굉장히 달라져요. 아이한테도 좋은 거잖아요. 대가를 좀 치르더라고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애를 일찍 재워야 돼요. 저희 애는 두 살 쯤부터 낮잠을 자면 밤에 12시까지 안 자는 거예요.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그래서 그때부터는 낮잠을 안 재우고 되게 일찍 재웠어요. 그러면 밤에 14시간씩 자요. 초등 6학년 때까지도 9시 반에는 애가 잤고요. 그러면 애 잠든 후에 시간이 충분히 있잖아요. 그 시간에 같이 영화도 보고 섹스도 하고 얘기도 하고 할 거 다 했죠. 

그런 노력 정도는 해야 관계가 좋게 잘 유지돼요.

   

그리고 남편이랑 아이랑 다 같이 잔다. 그래서 못한다. 왜요? 

생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애 잠들고 나와서 하면 되잖아요. 방 밖이 낭떠러지도 아니고, 하다못해 침대에서도 애를 부부 사이에 두지 않으면 여력이 생기잖아요. 애 핑계를 대시면 안 돼요.


저희가 여행을 꽤 많이 다녔는데, 항상 애가 같은 공간에 있었잖아요. 숙소가 항상 단칸방이에요. 그래도 도장깨기처럼 모든 도시의 모든 숙소에서 다 섹스했어요. 화장실에서 하기도 하고, 아이 샤워하는 동안 방에서 하기도 하고, 마음만 있으면 어디서든 짧게라도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어떤 전문가는 그러더라고요. 부부의 침실에 애를 들이지 말래요. 같이 자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거고, 애가 부부 침실에 그냥 들어오는 것도 못 하게 하래요. 언제든 애가 올 수 있다는 그 가능성 때문에 부부가 위축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는 엄마 아빠 공간이고, 네가 노는 곳이 아니니까 들어오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라고 교육시키래요. 


모던 패밀리라는 미드에서도 비슷한 게 나온 적이 있어요. 청소년 자녀가 셋인 중년 부부인데, 어쩌다가 막내아들이 문을 열어서 엄마 아빠의 다정함을 본 거예요. 애가 놀라서 대체 왜 문 안 잠갔냐고 막 짜증을 내요. 부모도 놀랐겠죠. 그래서 아빠가 침실 문에 새로 잠금장치를 설치해요. 그래서 섹스할 때는 그것까지 잠그는데, 그 잠그는 소리가 철컥하고 너무 크게 나는 거죠. 시시때때로 그 소리가 집에 울려 퍼지니까 애들이 엄마 아빠 섹스한다는 걸 매번 알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잠그는 소리가 날 때마다 애들이 막 한숨 쉬고, 눈 굴리고, 우리가 있을 때 왜 저러는 거냐면서 서로 한탄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어요.      


여기서 포인트는, 심지어 청소년 자녀가 집에 있어도 부부의 공간에서 섹스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매번 그렇게 소리 지르는 거 아니잖아요. 꼭 완벽한 장소와 완벽한 무드가 마련돼야 섹스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같이 이빨 닦다가도 화장실에서 잠깐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부부끼리는 어떤 금기도 없고 장벽도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지세요.     


어쨌든 하루라도 빨리 남편하고 같은 이불 아래서 주무셔야 해요. 자기 전에 꽁냥거리거나 대화하는 것들이 많잖아요. 그거 다 못하고 계신 건데 손해가 너무 커요. 


아이가 조금 자라면 독립시키세요. 다른 방에서 자게 하세요. 최소한 아이를 일찍 재워서 시간을 확보하세요. 이게 너무 지나버리면 고착화돼서 나중에는 모든 구성원이 다 각방에서 생활하게 돼요. 

오프라 윈프리가 그러더라고요. 뭔가 개선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개선이 안 되는 건 마음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래요. 그러기로 결심하면 하실 수 있어요. 당장 결심하셔야 해요. 



(다음 편에 질문과 답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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