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하는, 사랑> 북토크 기록 - 6
11. 제 주위를 보면 임신하면서 서서히 안 하기 시작하다가 아이 낳고 각방을 쓰면서 대놓고 안 하게 되었대요. 저는 각방은 아니지만 아이도 같이 한 침대에서 자니까 할 수가 없어요. 해결 방안이 없어요.
각방 문제는 지난번 북토크 때도 나온 거예요. 거의 모든 부부가 거쳐가는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 낳고 대부분 각방이 시작돼요. 애 때문에 너무 자주 깨야 하니까 남편은 다른 방에서 자라고 하고, 남편과 같은 방에서 자도 아이를 옆에 끼고 자야 하고요.
책에서 윤주도 이렇게 얘기하죠. 다 남편 생각해서 시작한 각방이라고.
아이 독립시키고 남편하고 자야 된다고 하면 너무 어려운 미션처럼 느껴지는데 그래도 노력하셔야 해요.
그게 어려운 걸 저도 알아요. 애가 아직 어리니까 혼자 재우는 게 너무 사랑 없이 느껴지고 걱정이 되잖아요. 저희 애는 밤에 자주 깨지도 않고 잘 잤는데도 그랬어요. 저는 애가 이불 차고 춥게 잘까 봐 그게 너무 걱정돼서 혼자 재우질 못하겠더라고요.
그게 유치원 때까지 7년간 지속됐는데, 저희는 책 속의 윤주 부부처럼 반드시 애 재우고 난 다음에 나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가 잘 때 그대로 같이 자는 경우는 제가 아플 때 말고는 없었어요. 남편이 재울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되게 피곤할 때는 애 재우다 한 시간쯤 잠들기도 했는데, 그래도 퍼뜩 깨서 나왔어요.
그런 걸 보면 이게 각방보다 마음이 더 문제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물리적인 거리도 중요하긴 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애를 일찍 재우는 게 정말 중요해요. 부모의 삶의 질이 굉장히 달라져요. 아이한테도 좋은 거잖아요. 대가를 좀 치르더라고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애를 일찍 재워야 돼요. 저희 애는 두 살 쯤부터 낮잠을 자면 밤에 12시까지 안 자는 거예요.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그래서 그때부터는 낮잠을 안 재우고 되게 일찍 재웠어요. 그러면 밤에 14시간씩 자요. 초등 6학년 때까지도 9시 반에는 애가 잤고요. 그러면 애 잠든 후에 시간이 충분히 있잖아요. 그 시간에 같이 영화도 보고 섹스도 하고 얘기도 하고 할 거 다 했죠.
그런 노력 정도는 해야 관계가 좋게 잘 유지돼요.
그리고 남편이랑 아이랑 다 같이 잔다. 그래서 못한다. 왜요?
생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애 잠들고 나와서 하면 되잖아요. 방 밖이 낭떠러지도 아니고, 하다못해 침대에서도 애를 부부 사이에 두지 않으면 여력이 생기잖아요. 애 핑계를 대시면 안 돼요.
저희가 여행을 꽤 많이 다녔는데, 항상 애가 같은 공간에 있었잖아요. 숙소가 항상 단칸방이에요. 그래도 도장깨기처럼 모든 도시의 모든 숙소에서 다 섹스했어요. 화장실에서 하기도 하고, 아이 샤워하는 동안 방에서 하기도 하고, 마음만 있으면 어디서든 짧게라도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어떤 전문가는 그러더라고요. 부부의 침실에 애를 들이지 말래요. 같이 자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거고, 애가 부부 침실에 그냥 들어오는 것도 못 하게 하래요. 언제든 애가 올 수 있다는 그 가능성 때문에 부부가 위축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는 엄마 아빠 공간이고, 네가 노는 곳이 아니니까 들어오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라고 교육시키래요.
모던 패밀리라는 미드에서도 비슷한 게 나온 적이 있어요. 청소년 자녀가 셋인 중년 부부인데, 어쩌다가 막내아들이 문을 열어서 엄마 아빠의 다정함을 본 거예요. 애가 놀라서 대체 왜 문 안 잠갔냐고 막 짜증을 내요. 부모도 놀랐겠죠. 그래서 아빠가 침실 문에 새로 잠금장치를 설치해요. 그래서 섹스할 때는 그것까지 잠그는데, 그 잠그는 소리가 철컥하고 너무 크게 나는 거죠. 시시때때로 그 소리가 집에 울려 퍼지니까 애들이 엄마 아빠 섹스한다는 걸 매번 알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잠그는 소리가 날 때마다 애들이 막 한숨 쉬고, 눈 굴리고, 우리가 있을 때 왜 저러는 거냐면서 서로 한탄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어요.
여기서 포인트는, 심지어 청소년 자녀가 집에 있어도 부부의 공간에서 섹스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매번 그렇게 소리 지르는 거 아니잖아요. 꼭 완벽한 장소와 완벽한 무드가 마련돼야 섹스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같이 이빨 닦다가도 화장실에서 잠깐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부부끼리는 어떤 금기도 없고 장벽도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지세요.
어쨌든 하루라도 빨리 남편하고 같은 이불 아래서 주무셔야 해요. 자기 전에 꽁냥거리거나 대화하는 것들이 많잖아요. 그거 다 못하고 계신 건데 손해가 너무 커요.
아이가 조금 자라면 독립시키세요. 다른 방에서 자게 하세요. 최소한 아이를 일찍 재워서 시간을 확보하세요. 이게 너무 지나버리면 고착화돼서 나중에는 모든 구성원이 다 각방에서 생활하게 돼요.
오프라 윈프리가 그러더라고요. 뭔가 개선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개선이 안 되는 건 마음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래요. 그러기로 결심하면 하실 수 있어요. 당장 결심하셔야 해요.
(다음 편에 질문과 답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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