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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May 13. 2021

성교육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해요.

소설 <하는, 사랑> 북토크 기록 - 7

장편소설 <하는, 사랑>의 온라인 북토크 영상 기록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1편은 제가 독자님들께 드리는 이야기였고요, 2편부터 독자분들의 사전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북토크 당시 말투를 그대로 올립니다.

(미성년자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12. 아이에게 성교육을 하신다는 걸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초등 3학년 때 처음으로 아기가 생기는 것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걸 물어 보니까 아이가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요즘에는 초등 때부터 학교부터 성교육을 하고, 아이들 책에도 많이 나오니까요. 

여자한테는 난자가, 남자한테 정자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남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아기가 된다는 것, 정자는 고환에서 만들어지고 아기는 자궁에서 자란다는 것도 이미 알고요. 남자 고추가 딱딱하게 되는 걸 발기라고 하는 것도 알고 있더라고요. 


근데 결정적으로 어떻게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지에 대해서는 몰라요. 수정되는 건 알려주는데, 그 방법에 대한 건 성교육 시간에 다루는 것 같지 않아요.


그때 제가 여자 성기와 남자 성기 그림을 그려서 알려줬어요. 발기가 되는 이유도 같이 설명해줬어요. 삽입이 잘 되게, 정액이 더 안쪽에 뿌려지게 하기 위함이라고요. 

아이가 그때서야 납득하더라고요. 자기 생각으로는 남자의 고환을 째서 정자를 꺼낼 거라고 생각했대요. 그렇게 꺼낸 정자를 여자의 자궁에 넣는 방법밖에 없겠다. 이렇게요. 고환이 알처럼 되어있으니까 달걀처럼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정자를 빼내면 그 알은 사라질 것이고, 그러면 아이를 최대 둘 밖에 못 낳는 건가...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는 거예요.


그 이후로는 아이가 물어보는 걸 그때마다 잘 알려줬어요. 절대 뭉뚱그리거나 피하지 않고요.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이 됐는데, 집에서 꾸준하게 대화를 많이 했어요. 따로 책을 보면서 한건 아니고, 뉴스나 영화 같은 거 보면서 나오는 것들이나 아이가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포르노에 대해서도 얘기해 줬어요. 언제 접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포르노는 최대한 자극적으로 보이게끔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거라는 얘기도 했고요. 몰카나 그런 것도 워낙 얘기가 나오니까 그런 얘기도 함께 했어요.


몽정이나 자위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몽정에 대해서는 이미 배워서 그게 뭔지 알더라고요. 그래도 처리의 방법 같은 건 모르잖아요. 보통 꿈꾸고 몽정하게 되는데 놀라지 말고 말하면 된다고 했고요. 아빠의 경험담이나 그런 것도 곁들여서 말했어요. 몽정하면 팬티도 빨아야 하고 귀찮아지기도 하니까 남자는 그때부터는 자위를 하게 되는데... 하면서 자위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고요.

자위할 때 반드시 손을 깨끗하게 씻고, 문을 잠그라는 것도 되게 강조했어요. 먼저 손을 깨끗하게 씻으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아이가 자라면서 해주는 이야기는 조금씩 바뀌고 확장되겠죠. 

콘돔과 피임에 대한 것도 이미 대화를 나누었지만 더 확실하게 말해줘야 할 때가 올 거예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콘돔 같은 피임 도구가 왜 필요한지 굉장한 의문을 가졌었어요. 섹스는 아이를 낳기 위함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도구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피임'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임신이 안 되도록 한다고? 임신하지 않길 바라면 안 하면 되는데 왜 그런 게 필요하지? 하면서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그때도 영화에서 콘돔 얘기가 나왔거나 그랬을 거예요. 그래서 꼭 임신하기 위해서만 섹스하는 게 아니고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섹스하고 싶어 진다는 걸 그때 얘기하게 됐어요.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이 얼마나 서로 상처가 되는 건지도 얘기했고요. 


아이가 궁금해하는 게 생길 때, 그걸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아빠가 더 잘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엄마가 해줘야 하는 얘기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여자와 남자의 의견 둘 다 중요해요. 딸이든 아들이든 이성의 마음이나 생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섹스 상대는 적을수록 좋은데, 정말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 하고만 섹스해야 한다는 걸 얘기하면서 성매매 얘기도 했어요. 

남편은 성매매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확고하게 해놔야 한다면서 그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요. 

성매매가 강간과 같다는 걸 논리적으로 알려주고, 성매매를 비롯한 각종 유혹에 빠지면 얼마나 피폐한 삶을 살게 되는지, 거의 세뇌 수준으로 얘기하고 있거든요.

이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뉴스에 성폭행, 성추행, 강간, 성매매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요. 또 한국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유흥문화, 이것에 대해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는 실정이거든요. 


최근 들어서 저는 '예스 민즈 예스, 노 민즈 노' 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어요. 그리고 어느 상황에서도 남자도 여자도 마음은 바뀔 수 있고, 바뀐 마음을 수용하는 것에 대해서요.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남자도 여자도 둘 다 후회하지 않는 일, 아름다운 일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했어요. 


그리고 얘기할 때는 거의 셋이서 같이 하니까 저는 여자 입장을 많이 대변해 주는 편이에요. 남자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나 여자라서 겪는 것들이 있잖아요. 남자가 결코 알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걸 아는 것과 모르는 건 너무 다르니까요. 


괜히 쉬쉬하면서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 제스처는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부모님의 태도나 말의 뉘앙스로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어요. 

우리 때는 ‘크면 저절로 알게 돼.’ 그런 말이 있었잖아요. 사실 우리 세대는 그런 걸 부모님께 물어볼 생각도 안 했잖아요.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것, 부끄러운 것, 숨겨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고요. 

그런 걸 궁금해하면 발랑 까진 아이로 인식하기도 했고요. 특히 여자는 궁금해하는 것조차 좀 꺼림직하게 여겼잖아요. 생리대 살 때도 검은 봉투에 재빠르게 담아서 마약 밀매하는 것처럼 줬으니까 말 다했죠. 


아, 저희 애가 초등 4, 5학년 때쯤인가 저한테 생리대를 물어본 적도 있어요. 책에서 탐폰과 생리대, 날개 달린 생리대에 대한 것이 나오는데 엄마는 뭘 쓰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요즘 애들 책은 정말 장난 아니죠. 애들 책에 그런 게 다 나와 있어요. 

그래서 엄마는 주로 탐폰을 쓰는데 생리대도 같이 쓴다고 했죠. 그랬더니 엄마 꺼에는 날개가 달렸냐는 거예요. 날개라는 말이 거기 붙어 있으니까 되게 신기했나 봐요. 그래서 날개 달린 생리대는 어떻게 쓰는 건지 아냐고 제가 다시 물어보면서, 어디에 접착제가 있고 팬티에 어떻게 붙이는 건지, 왜 날개가 달린 건지 알려줬어요. 


어제는 저녁에 어쩌다 꼬추 크기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중2 남자애가 이런 얘기를 엄마 아빠랑 할 수 있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이상하게 여겨지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근데 이게 숨길 얘기도 아니고 어차피 검색하면 온갖 글이 다 나와요. 초중고 학생들이 지식인에 고추 크기에 대해 얼마나 많이 질문했는지 몰라요. 

  

어쨌든 크기에 대한 말이 나왔길래 제가 너는 장차 큰 꼬추가 될 거라고 딱 보면 안다고 그랬더니, 막 깔깔거리면서 배를 잡고 웃더니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래서 제가 또 합당한 근거를 말해줬거든요. 그랬더니 남편은 크기도 크기지만 발기력이 되게 중요한 거라고 하고. 그러다가 생물학적으로 발기되는 원리를 또 말하고. 발기가 잘 되게 만들어주는 약이 심장약 만들다가 부작용으로 발견한 거라느니,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거예요. 어떤 얘기라도 자연스럽게요.


갑자기 '자, 오늘 성교육을 하자.' 이건 서로 되게 부담스럽잖아요. 평소에 그런 얘기를 일체 안 했다면 말 꺼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난데없이 엄마가, 아빠가 왜 이러지? 하고 얼마나 어색해하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뉴스 보다가도 하게 되고, 책 보다가도 하게 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얘기가 나와도 어른인 우리가 잘 모르는 얘기는 없어요. 숨길 것도 없고요. 할 얘기가 너무너무 많잖아요. 

 

아이가 제 소설도 궁금해했는데 미성년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성인이 되면 읽게 해 준다고 했어요. 그때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한데, 그때도 이 책으로 아이하고 대화할 수 있었으면 해요.



(다음 편에 질문과 답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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