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이렇게 큰 꽃을 피워내다니!
꽃 크기가 남다른 백합을 처음으로 키워보았다.
3월에 심은 구근이 6월에는 다른 생명체가 되는 놀라운 광경.
매일매일 꽃을 피워내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식물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스위트 자니카 백합 구근이 도착한 것은 3월 22일이었다.
3월 27일
가운데는 몇 달 전부터 심어놓은 수선화이고, 가장자리로 구근 열 개를 심었다.
이미 봄기운을 느끼고 구근에서는 싹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4월 10일
백합의 싹이 이렇게 생겼구나!
4월 16일
수선화를 지키는 호위무사처럼 백합이 자라고 있다.
(하나는 싹을 부러뜨려서 아홉 개의 백합이 자라고 있다)
4월 23일
백합은 대단한 기세로 부쩍부쩍 자란다.
4월 29일
두 달이나 먼저 심은 수선화는 파묻히기 시작하는데...
5월 9일
자라는 속도가 대단하고 잎도 많아 그런지 물도 금방 금방 마른다.
거의 매일 물을 주어야 했다.
5월 17일
꽃봉오리가 생겼다!!!
백합은 처음이라서 꽃봉오리의 작은 시작은 처음 보았다.
5월 21일
가운데 파묻힌 수선화(타히티) 꽃이 피었다.
백합의 기세에 수선화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백합을 헤치고 겨우 찍은 수선화.
이렇게 예쁘다.
5월 31일
수선화는 잘라서 꽃병에 꽂았고, 백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자라고 있다.
돌아서면 자라 있다.
6월 4일
초록초록 꽃봉오리가 커지고 있다.
하나의 줄기에서 두세 개의 꽃 봉오리가 맺힌다.
6월 6일
고작 이틀이 지났는데 꽃봉오리에 색이 올라오고 점박이 무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6월 7일
우와!!! 곧 필 건가 봐.
꽃봉오리들이 길쭉하고 통통하게 변하고 있어서 심장이 두근두근 하였다.
그리고 6월 9일부터 꽃이 줄줄이 피기 시작하였다.
백합의 향이 이렇게까지 진하고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뷔페에서 식욕 떨어지라고 백합 장식을 해놓는다는 얘기가 있었던 건가.
향도 향이지만, 꽃송이 자체가 어마 무지 커다래가지고 존재감이 대단하였다.
계속 꽃을 잘라다 실내에 두었더니 온 집에 향이 넘실거렸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부리나케 올라가 보니 백합이!!!
옥상 문을 열 때부터 알았다.
백합 향의 파도가 확 덮쳐오는 거였다.
이렇게 큰 꽃!
향을 맡고 벌도 찾아왔다!
정말 예쁘지요.
꽃만 찍으면 그림 같다.
정말 그림 같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였구나!
향에 취한다는 표현도 이제 뭔지 알겠다.
너무 아까워서 두 대만 잘라왔다.
꽃이 어쩜 이렇게 큰지!
꽃잎의 두께도 남다르다.
며칠에 한 번씩 꽃을 잘라왔다.
서늘한 아름다움!
꽃도 꽃이지만, 향이 어떻게 이렇게 넘쳐나는지 놀라울 뿐이다.
암술에 꿀이 발라져 있다.
아기 사마귀가 같이 딸려 들어왔다!
아기는 옥상 벚나무에 잘 옮겨주었다.
(사마귀는 여러 번 탈피를 거치며 아주 잘 살고 있다가 지금은 성충이 되어 날아갔다.)
내가 키웠지만 정말 예쁘다.
6월 내내 백합꽃이 우리 집을 환하고 향기롭게 만들어 주었다.
줄기가 잘린 백합들은 여전히 화분 속에서 구근을 키우고 있다.
11월 서리가 내릴 즈음이면 구근을 캐서 보관해두었다가 내년 봄에 다시 심을 예정이다.
이제 가을인데 내년 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