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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식물 느낌

텃밭농사 석 달

서울에서 내 땅을 가져본다는 것

by 현주

매년 3월, 구청 홈페이지에서 텃밭 분양을 신청하고 당첨되면 1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텃밭이 집에서 2분 거리에 있어서 늘 군침을 흘렸는데 경쟁률이 상당해서 매번 떨어졌더랬다.

몇 번 도전하다가 맘을 접은 지 몇 년.


그런데 작년에 이웃분이 당첨됐다는 게 아닌가!!

농사지은 채소도 여러 번 나누어주셔서 나도 올해 기대하며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나는 또 떨어지고, 이웃분은 또 당첨!

애초에 누구든 당첨이 되면 반씩 나누어 쓰기로 한 터라, 이웃에서 분양받은 텃밭을 절반 나누어 받았다.

(결론 : 텃밭 절반도 너무 크고 먹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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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텃밭 시작의 날. 이미 퇴비도 주어 손질되어 둔 땅.

구청에서 상추 모종과 채소 씨앗도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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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준 상추 모종을 심고, 내가 산 씨앗과 구청에서 준 씨앗 중에서 쑥갓을 파종했다.

내 뒤로 보이는 절반이 이웃분의 밭이다.

구청에서 상추 모종을 많이 줘서 양쪽에 나누어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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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싹이 오도도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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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상추 모종이 또 생겨서 앞쪽에 또 심었다.

우리 집 상추 모종만 23 포기.

아빠가 5 포기만 있어도 상추는 실컷 먹는다고 했는데.

그리고 묵은 씨앗이라 그런지 바질 싹이 계속 안 나와서 모종을 사다가 밭에 심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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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줄파종을 해서 싹이 아주 많이 나왔는데, 이때 아주 많이 솎아줬어야 했다!!!

이미 나와서 자라고 있는 게 너무 아까워서 잘 뽑아버리지를 못 했던 것이 문제.

정말 드문드문 심어야 크게 잘 자란다는 걸 아는데도 아까워서 뽑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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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너무 다닥다닥인데.... 아까워서 못 뽑고 계속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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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주말에는 아이도 김매기와 수확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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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해서 샐러드도 부지런히 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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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비가 한 번씩 오고 나면 쑥 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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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갈 때마다 부지런히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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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쑤어서 무쳐먹으면 어마어마하게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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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쌈밥도 자주 먹고.

외식비 절약도 그렇지만, 일단 채소를 압도적으로 많이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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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뿌리째 뽑아온 건, 솎아냈다는 증거.

하지만 훨씬 더 과감하게 솎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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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지향인의 한 끼.

상추 3종, 청겨자, 케일, 쑥갓, 고수, 루꼴라.

쌈밥이 정말 어마어마어마하게 맛있다.

얼마나 감탄하면서 먹는지!!!

너무나 만족스럽다.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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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도 고수를 아낌없이 넣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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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청겨자와 케일. 너무 잘 자라네.

청겨자가 어마어마하게 톡 쏘고 맵싸하고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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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채소 한 상 차려놓고 현미밥 지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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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무럭무럭 자라는 채소를 소비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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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고구마묵을 쑤어서 무치고, 쌈밥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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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냉장고에 채소가 적체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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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겉절이를 하면 숨이 죽어 그런지 아주 많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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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고수 꽃대가 올라와서 전부 다 수확했다.

수확이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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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만큼 밖에 못 살렸는데....

사실 이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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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카몰리 만들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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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밥의 날들이었는데, 매번 놀랍도록 만족스러운 끼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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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엄마에게 가져다 드리려고 채소를 왕창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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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장마를 앞두고 케일을 전부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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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케일 페스토를 만들었다!

바질 대신 케일을 넣고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다.

어마어마한 케일을 코끼리처럼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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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장마를 앞두고 거의 모든 채소를 수확했다.

그래서 제육볶음이니 주꾸미볶음이니, 냉동실 깊숙한 곳에서 내내 잠들어 있던 것을 꺼내어 요 며칠 내내 쌈밥을 먹었다.

매번 진짜 맛있다는 소리를 하면서 과식을 해도 채소를 많이 먹어 그런가 몸이 너무 가뿐하고 몸무게도 늘지 않는다. :)


장마가 끝나면 가을 농사를 지어야 한다.

가을 감자를 조금 심어볼 예정이고,

겨울에 먹을 무와 배추, 섬초와 당근을 키워볼 예정이다.


친환경 텃밭이라 비닐 멀칭을 할 수도 없고 약을 쓸 수도 없는 텃밭인데,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었다.

매일 가서 애벌레를 잡고, 풀을 뽑고, 물을 주면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식물을 보는 기쁨이 컸다.

작은 씨앗을 뿌렸을 뿐인데, 마술처럼 넓적하고 향긋한 채소를 만들어내다니!


채식지향인이 된 지 3년 차인데, 압도적으로 많은 채소를 먹은 해가 되었다.

내년에도 텃밭이 당첨되면 좋겠다.

그러면 하지감자도 심고, 몇 개라도 옥수수도 심어보고 싶다.

옥수수 심은 밭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서울 한복판에서 일 년에 3만 원이라는 비용으로 조금이지만 땅을 가져보고 농사를 짓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지난 이틀간 폭우를 견뎌낸 땅을 보러 나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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