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한 달 일정의 인도 여행 때의 이야기입니다.
글과 사진 속의 아이는 아들 '은찬'입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인도인들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두 번의 인도 여행에서 우리의 사진기 앞으로 우르르 몰려왔던 인도인들을 숱하게 만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인도인들이 이제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모두는 아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카 메라가 있는 핸드폰을 가지게 되었고, 때문에 사진 찍기 요청은 끊이질 않았다. 우리의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은찬이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상대적으로 하얀 피부와 곱상한 외모의 은찬이는 언제나 눈에 띄었다.
“엄마, 우리 중에 아마 내가 제일 많이 찍었을걸?”
인도에 온 지 며칠이나 지났나. 그동안 은찬이는 수많은 셀카 요청에 응했다. 나도 나름 인기가 있었지만 은찬이의 인기는 따라갈 수 없었다. 인도인들은 우리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에도 은찬이와 단독으로 또 찍기를 원했다.
용기를 내어 우리에게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의 요청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매우 예의 바르게 다가와 공손히 의중을 물어왔다.
굉장히 망설이는 인도인들도 많았다. 같이 사진 찍자고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으로 우리 주변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서성였다. 벌써 몇 번이나 눈이 마주쳤다. 그럴 때는 내가 먼저 웃으면서 “헬로 ~” 하고 인사를 했다. 그러면 망설이던 얼굴이 환해지고, 그제야 사진 요청을 해왔다.
나의 대답에 더욱 환한 얼굴로 바뀐 사람들과 사진 찍기가 시작된다. 함께 하하 호호 즐거워하며 사진 찍는 것을 본 주위의 인도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줄줄이 사진 찍기를 요청해서 한참의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그들도 너무나 즐거웠고, 서로 찍은 사진을 같이 보면서 함께 웃었는데, 이 모든 상황을 은찬이는 좋아하면서도 매우 신기해했다.
“다들 왜 이렇게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거야?”
“엄마가 그랬잖아. 인도에 오면 사람들하고 사진 많이 찍게 될 거라고. 인도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걸 무척 좋아하나 봐.”
“근데 이 정도일 줄 몰랐지!”
그런데 자신들에게 카메라가 없을 때도 사진 요청이 쇄도한다는 것은 굉장히 특이할 만하다.
“자기가 사진을 갖지도 못하는데 왜 사진을 찍자고 하지?”
은찬이의 이 의문은 합당하다. 자신이 찍힌 사진을 가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카메라 앞에 서길 원했다. 멋진 포즈를 취하면서 어서 자기를 찍으라고 한 후에 기분 좋게 다시 자기 갈 길을 가는 인도인들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사진 속에서 영원히 기억되고 싶은가 봐. 우리가 사진을 보면 서 계속 기억해줄 테니까.”
“그런가? 근데 엄마, 그래도 나라면 사진이 갖고 싶을 것 같아.”
나도 그렇다. 사진을 갖지 못할 거라면 나는 아예 사진을 찍지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쉽게 보기 힘든 카메라 앞에 한번 서보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카메라에 익숙한 우리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자기 아이가 열심히 포즈를 취하는 것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엄마에게 같이 찍으라고 하면 부끄러워하며 문 뒤에 숨는 사람도 있었다. 용기를 내어 사진을 찍고 나서는 자신이 찍힌 카메라의 액정을 보자마자 부끄러워 주저앉아서 얼굴을 감추고 웃던 여인도 있었다.
그걸 보고 놀리며 눈물 나도록 웃고 손뼉 치던 동네 사람들도 있었다. 행복해 보이던 그 얼굴을 보는 우리 가족의 얼굴도 그들과 같았을 것이다.
“오빠, 저 사람들한테 사진을 주고 싶은데 어떡하지?”
“이메일 주소도 없다는데 어떡해. 인화할 곳도 없고. 할 수 없지.”
“그러게. 폴라로이드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나? 그러면 필름값을 감당하지 못하겠지?”
카메라 앞에서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점잖게 사진을 찍은 그들이 액정에 나온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이 같은 웃음을 짓는 그 순간을 너무 나도 사랑한다. 모두에게 찍힌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고 그렇게 함께 웃곤 했는데, 이것은 여행의 모든 고단함을 씻어주었다.
우리와 그들, 서로에게 추억이 되어주는 이 모든 행위가 즐겁다. 이런 것이 인도가 아니면 가능할까? 어디서든 주목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는 아이가 인도에 와서는 주인공이 되었다.
“엄마, 오늘도 나 완전 인기 만점이야!”
조드푸르 선셋 포인트로 올라가면서 찍은 사진
델리의 자마 마스지드의 첨탑 위에서.. 이 커플도 정말 한참이나 망설여서 사진을 함께 찍자고 겨우 말했다.
이슬람 사원 안이라 반바지를 입을 수가 없어서 남편은 빌린 천을 둘러서 다리를 감추었다.
은찬이랑 둘이서만 찍고 싶었던 청년
모두가 즐거운 사진 찍기
타지마할. 본인의 스마트폰으로는 얼굴을 드러내고 찍었다. 내 폰으로도 찍겠다니까 얼굴을 가려야 한다고 해서 기다려 주었다. 그녀의 웃는 눈이 포인트다.
타지마할. 은찬이를 앉혀놓고 남편 사진을 찍는 아주머니
오르차 숙소 근처에 사는 남매. 오가다 몇 번이나 인사를 했던 사이다. 여자아이는 12살, 남자아이는 11살이다. 은찬이는 남매의 아버지가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오르차에 관광 온 인도인 가족. 42도의 날씨에 죽을 맛이었지만 한 순간에 더위는 날아간다.
멀리서 우리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온 학생들.
모두의 스마트폰에 사진이 담겨야 끝난다.
우리는 시간이 많으니까 괜찮아요. ^^
위에서 찍는 것이 대 유행이다. ^^
끝난 줄 알았더니 또 각자의 폰으로 은찬이랑만 찍어야 하는 거였다. :)
분디의 숙소 옆 상점. 우리가 오갈 때마다 들러서 함께 짜이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저씨. 남편과 동갑이고 결혼 연도도 같았다.
그의 아들은 18살 청년. 여행 중에 블로그에 올렸을 때 사람들이 이 청년 잘생겼다고 야단이었다.
분디에서 매일 들르던 짜이집의 청년. 짜이를 시키자 팔팔 끓이고 있다. 다 같이 찍은 사진도 있지만 짜이가 끓고 있는 사진으로 올린다.
우다이푸르의 우메이드 바반 궁전.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왔는데 우리를 보고 눈이 동그래지길래 내가 두 팔을 벌리니까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말도 안 통하는데 매달리고 아주 그냥 난리가 났다. 선생님들이 오셔서 약간 정리를 하려 하셨지만.
선생님이 찍어주시겠다고 하셔서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한다.
그들에게 우리도 추억의 한 장면이 되겠지요.
사진 찍는 모습을 바라보는 인도 사람들의 표정이 더 좋다.
선생님들도 마지막엔 한 컷
델리의 계단 우물에서 대학생 청년들과. 페북 안 한다니까 몹시 서운해했다.
아무리 더워도 사진은 찍어드립니다.
이제는 그들의 사진 속에도 우리가 존재한다니!
오르차 성.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막아놓고 관광객들에게 '문을 열어줄 테니 돈을 다오' 하면서 살아가는 인도인이다. 하지만 매우 유쾌한 사람. 덕분에 독수리도 봤다.
텅 빈 공간에서도 함께 사진을 찍는다.
사진 찍기는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다.
한 달 내내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는지!
관광지에는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모델도 있다.
함께 찍고 나서 '다시 아이하고만 찍을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는 일이 절반 이상.
시골길을 걷다가도 서로 눈이 마주치면 사진 찍기 요청을 한다.
카메라 앞에서 손을 척 잡던 아이. 은찬이는 원숭이 퇴치용 막대기를 들고 있다. 산책 간다니까 숙소 주인이 원숭이가 덤빌 수 있다고 몽둥이를 빌려줬다.
분디 골목길에서 만난 4남매
너네 이렇게 예쁘게 나왔어.
사진을 보더니 어른들도 나와서 같이 찍어달라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옆집 아저씨는 얼른 자기 아이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셨다.
동네를 다니다가 집 앞에서 쉬고 계시던 할아버지랑.
조드푸르 메헤랑가르 포트. 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가 내 포즈를 다 지정해줬다. 얼마나 유쾌한 아이인지!
원, 투, 쓰리를 하면 아이에게 뽀뽀를 하세요!!!라고 했다.
구식 핸드폰에 열심히 모습을 담던 아이
네 핸드폰으로도 사진이 잘 담기면 좋겠다.
우리 카메라에 찍힌 사진도 보여준다.
아주 멀리서 '헬로 헬로~'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는데, 점점 가까워져 돌아보니 소녀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아이와 사진 찍고 싶다고 했다. 빨리 못 들어서 미안.
골목에는 항상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고, 모든 아이들은 은찬이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못 알아듣는 말을 계속하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다. 마치 자기 집에서 놀자는 듯이
밝고 거침없던 아이들
찍은 것을 보여주자 부끄러워 주저앉았던 아기 엄마.
계단 우물에서 다이빙을 하던 청년. 우리가 가려고 일어서는 것을 보고 물을 주르륵 흘리며 다가와 함께 사진 찍어 달라고 했다. 다이빙 정말 잘한다고 다시 한번 박수를 쳐 주었다.
내 딸이 최고 이쁘다고 자랑하던 아저씨와 그 딸
6남매 집의 4남매. 누나 둘은 부끄럽다고 문 뒤에 숨었다.
액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 사진 찍을 때의 100배로 웃는 사람들
정말 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