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떠나는 여행길, 중간 경유지인 아랍에미리트에서 스탑오버를 하기로 결정한 건 리와 사막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차도 렌트했다.
공항에서 픽업한 차를 타고 리와 사막까지 가는 길도 내내 사막이었다.
사막 한가운데 나있는 도로는 끝없는 직진이었다.
내비게이션은 150km 직진이라고 알려주었다.
지나다니는 차도 하나 없었다.
황량한 대지를 나 홀로 몇 시간 달리는 미국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모래 폭풍도 만났다. 아이는 이것을 '모래들의 무단횡단'이라고 했다.
모래폭풍으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쪽 모래가 도로를 건너서 저쪽으로 이동했다.
이 정도면 눈 깜짝할 새에 새로운 모래언덕이 생기겠다고 생각했다.
모래 알갱이들 하나하나에 발이 달리고 날개가 달린 것처럼 도로를 빠르게 지나갔다!
아이는 이것을 '모래들의 무단횡단'이라고 했다.
검은색 아스팔트 위로 모래 파도가 넘실거렸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맘에 드는 모래언덕이 보이면 어디서든 차를 세웠다.
저 날 선 모래 언덕을 보라.
아름다운 모래의 물결무늬.
은찬이는 이 물결을 밟을 때마다 우리가 이곳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걱정 마. 우리 발자국은 다시 금방 사라져.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걸을 때보다 더 설렜다.
너무 아름다워서 넋이 나갈 지경이다.
스페인으로 떠나기 3일 전에, 우연히 아랍에미리트의 리와 사막을 발견하고 나는 무조건 이곳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저 정도 경사의 모래언덕을 올라가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계속 발이 빠지고 미끄러져서 제자리걸음이 되므로 재빨리 뛰어 올라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얼마나 다리에 힘을 줘 올라갔던지 바로 종아리에 쥐가 나고 말았다.
날 선 모래에 서다.
바람이 만들어 낸 예술
이건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다.
아이는 한 쪽에만 물결 무늬가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완만한 경사로 돌아서 올라온 아이는 매일 사막을 보고 밟고 살고 싶다고 했다.
해 질 녘의 사막은 따뜻하다 할 정도의 온기만 품고 있다.
모래 언덕의 봉우리 끝에는 언제나 모래가 날리고 있는 게 눈으로 보인다.
계속 아름다운 곳들이 나타나서 계속 차를 세우고 내려야 했다.
여긴 야트막한 모래언덕들이 잔뜩 모여 사는 곳
바람이 만들어 낸 곡선이 너무 아름다워!
저 멀리까지 시야에 보이는 건 우리와 렌터카와 모래뿐!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차에서 내릴 때마다 사막을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는 발 끝에 모래가 딸려 올라오는 모습이 좋다.
모래 위를 계속 뛰고 걷고 모래언덕을 오르는 건 체력이 꽤 필요한 일이었지만, 눈곱만큼도 힘들 줄을 몰랐다.
나는 압도적인 모래의 양에 감탄하였다. 이곳뿐 아니라 공항에서 오는 내내 모래가 바다처럼 가득했기 때문이다.
작은 돌멩이들이 떨어져 있는 곳에는 모래와 바람이 색다른 작품을 남겨놓았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 메마른 넓은 곳에 이 날도, 다음 날도 우리뿐이었다.
바람이 불 때의 광경을 동영상에 담아보다.
아이는 저래도 되나 싶게 사막을 달리고 또 달린다.
같은 지구인데 이런 곳이 있다. 모래의 바다.
보지 않고서는 이 풍경을 상상만으로는 그려내기 힘들다.
이 어마어마한 사막의 중간을 나누어 도로를 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차는 오지 않는다.
해가 많이 기울었지만 우리는 사막을 떠나지 못했다. 이곳은 빨간 모래사막
압도적인 아름다움이다.
이런 광경을 보면 저 안으로 들어가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저 완벽한 물결무늬를 밟아도 되는 것일까?
앞서 들어간 남편이 찍은 우리 차와 나
내일이면 바람이 보란 듯이 발자국을 지워 놓을 것이다.
약간 단단하게 다져진 빨간 모래사막
모래를 내뱉고 있는 이 깡통은 사막에서 얼마나 뒹굴었는지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이 거대한 사막의 한가운데에 어떻게 도로를 냈나.
해는 넘어가고 달이 나왔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했는데 아이가 엄청난 것이 있다고 나를 불렀다.
그곳에는 떨어지는 끝없이 구를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낭떠러지가 있었다. 개미지옥 앞의 개미가 된 것 같다.
경사를 내려오는 것도 상당한 힘이 든다.
사막의 밤하늘에서 본 북두칠성
사막의 밤하늘은 나에게 절대적인 명장면이기 때문에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다시 사막으로 차를 몰고 갔다.
은찬이에게도 내가 보았던 사막의 밤하늘을 보여주고 싶었다.
깜장 색보다 하얀색이 더 많았던, 그래서 두렵기까지 했던 별로 가득한 밤하늘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달이 너무나 밝았다, 너무나도 밝았어. 달빛이 우리의 그림자까지 만들었으니까.
달이 차면 이렇게나 밝은 거였구나. 새삼스러웠다.
은찬이는 왜 하필 오늘이 '삭'이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북두칠성을 이렇게 잘 본건 처음이라고 좋아했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사막은 (비록 달은 밝을지라도, 어쩌면 그래서 더) 어마 무지하게 무서웠다.
아마 혼자 이곳에 있어야 한다면 밤새 머리가 하얗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간담이 서늘한 것은 처음이었네. 얼른 차에 탈 수 있게 차 옆을 떠나지를 못했다.
다음날은 아침을 먹고 11시 전에 사막으로 갔다.
아침의 사막은 해가 지는 사막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래의 색은 완전히 바뀌어있어서 여기가 어제 그곳이었나 싶었다.
아직 덜 지워진 우리의 발자국들이 보이지 않았다면 믿기 힘들었을지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어제 해질 무렵의 따뜻했던 모래는 아침 11시도 안되었는데 90도는 능히 되는 것 같았다!
맨발로 들어갔다가는 발의 피부가 다 벗겨지겠다 싶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맨발로는 1초도 견딜 수 없이 철판 위의 오징어처럼 뛰어야 했다.
어제 오후 5시의 사막이 이렇게 뜨거웠다면 오히려 이해를 하겠는데, 해가 뜬 지 얼마나 되었다고 모래가 이렇게까지 달구어지나?
뜨는 해와 지는 해가 지구에 보내는 온도차가 이정도란 말인가.
아직 한여름도 아닌 4월인데도 이지경이니, 50도가 넘는 여름에는 이 사막은 거대한 용광로가 될 것이다.
모래는 태양 속에서 완전히 형광 노랑처럼 우리의 눈을 강타했다.
선글라스를 써도 눈을 찡그려야 했다.
눈이 부시는 끝없는 사막. 정말 대단했다!!!!
버스 정류장 푯말이 다 있다. 과연 버스가 오긴 할까?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눈이 부시다.
아침 햇살을 고스란히 저장한 사막은 대단한 열기를 내뿜었다.
모래가 바람에 따라 움직이면서 저토록 뾰족한 산을 만들다니!
모래로 만든 산이 무너지지 않다니! 놀랄 포인트가 한 둘이 아니다.
눈이 부신 노랑. 모래가 살에 닿을 때마다 타들어가는 줄 알았다. 크록스를 녹이진 않겠지.
아침의 사막은 이런 색
내리쬐는 태양은 단단하고 진한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사막의 모든 것을 기억하자
잔물결이 가득한 눈부신 모래 위
또 볼 수 있을까.
사막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다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바람이 불었지만 모래의 물결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파랑과 노랑의 조화
바람에 날아오는 모래들이 사정없이 종아리를 때려서 살갗이 따끔거렸다.
여전히 다른 차는 없다.
사막은 아름다움의 끝판왕이다.
아이는 내내 사막을 걷길 원했다. 더위도 모래바람도 아랑곳없이, 이 사막을 떠나길 원치 않았다.
아이야, 너는 기회가 많단다.
이 보드라운 모래들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들일까
간혹 이 척박한 모래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식물도 가끔 보인다
미니카처럼 보이는 우리의 렌터카. 이런 곳이 150킬로를 달리는 내내 이어진다는 게 믿어지나요.
이 넓은 곳 어디에도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새로운 행성의 개척자가 된 느낌이다.
발이 너무 뜨거워서 중간에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여행을 한 달 더 해야 하는데 운동화 밑창을 녹이진 않을까 걱정을 했다.
생크림처럼 보드라워 보이는 곡선들
가끔씩 돌아서서 저 멀리 있는 우리 차가 잘 있는지를 확인했다. 차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정말 큰일이니까!
영원히 잊지 못할 리와 사막
<리와 사막 정보>
아랍에미리트남쪽의 동그랗게 빗금 친 부분이 리와 사막이다. 좌우 폭은 약 100km, 상하 폭은 약 50km 정도 되는 크기이다. 천지가 사막인 중동에서도 '사막 중의 사막'이라고 불리는, 매우 아름다운 모래 언덕을 뽐내는 곳이다. 아부다비에서 리와를 오고 가는 동안에도 도로 옆은 계속 사막이었지만, 리와 사막은 차원이 좀 다르다. 아래 구글어스 사진을 보면 안다.
아부다비에서 가는 길과 오는 길을 화살표로 표시했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E11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100킬로미터쯤 가다가 좌회전하여 E45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쭉 내려오면 리와 사막이 나온다. 아부다비에서 리와 까지는 약 250km. 약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E11번 고속도로는 편도 4-5차선 도로이고 아부다비에서 카타르와 사우디를 잇는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차량통행이 많았다. 최고 시속이 120km/h인데, 아랍에미리트에는 좋은 차들이 워낙 많아서 시속 150-200 정도로 내달리는 차량들이 흔하게 보인다. 나는 3차선에서 시속 100 정도의 속도로 느긋하게 운전했다. E45번 도로에 들어서면 편도 2차선 도로가 나오는데, 이때부터는 차량이 거의 없다. 계속해서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수 킬로미터 도로가 쫙 뚫려있는데 우리 차 앞뒤로 차량이 한대도 보이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다.
리와 사막에서 아부다비로 돌아올 때는 일부러 다른 길을 택했다. E65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와서 우회전하여 E11번 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 E65번 도로는 정말 열악했다. 편도 1차선 도로이기도 했고, 가는 내내 엄청난 바람이 불어 모래폭풍이 계속해서 일었고, 150km를 북으로 직진하여 가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주유소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아서 정말 큰일 났다고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모른다.
결국 E65번 도로의 거의 마지막에 가서 주유를 할 수 있었다.
E65번 도로를 타고 싶은 사람은 웬만하면 주유를 미리 하고 떠나시길!
구글 어스에서 캡처한 사진이다.
남쪽으로 리와 사막이 보이는데, 다른 사막과는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올록볼록하게 보이는 것들이 모두 엄청난 모래언덕들이다. 리와 사막의 가장자리와 E45번 도로를 따라 초록색이 얼핏 보이는 것이, 그 부분에 마을과 경작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리와 사막은 아랍에미리트 쪽으로는 맨 북쪽 끄트머리 쪽에만 걸쳐있고, 리와 사막의 대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펼쳐져있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접근하기는 힘드니 리와 사막을 보려면 우리처럼 아랍에미리트를 통해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