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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최고의 계단 우물을 소개하기 전에, 분디의 계단 우물 한 곳이 더 남아있다.
핑크색의 계단 우물 Bhawaldi Baori이다.
Bhawaldi Baori / Bundi, India
정돈되지 않은 Bhawaldi Baori 입구
아름다운 분디의 골목을 걷고 걸어서 바올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이나 구글맵에 나와있지 않은 곳인데, 숙소에 있는 지도에는 우물이 있다고 표기가 되어있어 가보기로 했다.
아름답고 특이하지만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우물이었다. 우물을 둘러싼 철망 안에는 폐자재가 쌓여있었다.
철망 울타리가 잠겨 있어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바로 앞집의 아저씨께 여쭤보니까 자기한테 철문의 열쇠가 있다고 열어주어 들어갈 수 있었다.
아름다운 페인팅과 장식이 돋보이는 우물이다.
분디는 계단 우물이 많은 지역으로 유명한데 입장료를 받는 큰 규모의 한 군데는 보수를 이유로 잠겨있었고, 다른 한 군데는 거리가 멀어서 가지 않았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물고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
열쇠를 가지고 계신 아저씨께서 우리가 구경하는 내내 기다려 주셨다.
이곳에도 역시 쓰레기가 많았고 고인 물은 썩어 있었지만, 커다랗고 새까만 개구리들이 가득 살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핑크색 벽과 햇빛과 철망 그림자가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낸다.
분디를 떠나 두 곳을 거쳐 조드푸르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계단 우물을 만났다.
Toor Ji Ka Jhalra / Jodhpur, India
Toor Ji Ka Jhalra는 1740년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계단 우물인데, 규모가 상당하다.
내가 이곳을 가장 아름다운 계단 우물로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물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물은 깨끗했고, 물고기들이 가득 살고 있었다.
물의 원천이 어디인지 몰라도 물의 양이 상당한지 계단이 흥건히 젖어 있었고, 우물 안에는 꽤 많은 양의 물이 차있다.
그늘에 자리를 잡고 물고기 떼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구경했다.
깨끗한 물이 담겨 있는 계단 우물을 보고 너무 감격하고 말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수영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가로이 쉬고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왔다.
아이들은 늘 그랬다는 듯 거침없이 웃옷을 벗고 물에 들어갔다.
관람객들도 있고.
웃옷도 입고 계속 수영하던 청년은 2층 테라스에 가더니
망설임 없이 훌쩍 뛰어내리는 게 아닌가!!!!
오전이었지만 날은 뜨거웠고, 아이들은 신나게 수영을 한다.
맘 같아서는 나도 들어가서 함께 수영하고 싶었지만, 물을 조금이라도 먹게 되면 탈이 날까 봐 그러진 못했다.
아이들은 연신 사진 찍는지를 확인해가면서 신나게 놀았다.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몇 시간을 앉아있을 수도 있는 곳이었다.
남편에게 몇 번이나 나도 들어가서 수영하면 안 되겠지? 그 말을 했다.
아이들이 너무나 시원하고 행복해 보여!
사람들이 위를 쳐다보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까 다이빙했던 청년이 어느 틈엔가 제일 꼭대기로 올라가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동영상을 보면 얼마나 높은 위치에서 뛰어내리는지 알 수 있고, 수심 또한 깊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화면 왼쪽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초록바지는 나다. 실제로 보면 정말 대단한 광경이다.
이 청년은 대여섯번이나 이 다이빙을 계속 했고, 나중에는 우리를 불러 세워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아름다운 계단 우물
이틀 후에 다시 방문한 계단 우물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이 다이빙하며 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해보았으면 이렇게들 다이빙과 수영을 잘하나.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수영장
어디선가 카메라를 가진 인도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보고 애들이 더 열광적으로 다이빙을 했다.
아이들은 다이빙을 하고 나서는 반드시 카메라 액정을 보러 갔고, 화면 속의 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좋아했다.
각자 자신만의 다이빙 스타일이 있다.
몇 백 년간 그래 왔던 것처럼 이곳은 앞으로도 아무 일 없이 아이들의 수영장과 이 되어 줄 것이다.
몇 백 년이 된 인도의 계단식 우물은 수백 개에 달한다.
조드푸르에만 작고 큰 계단 우물이 100개가 넘게 있다고 한다.
어떤 것은 망가졌고, 어떤 것은 매몰되었고, 어떤 것은 쓰레기장이 되었고, 어떤 것은 입장료를 받기도 하고, 어떤 것은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계단 우물을 건축했던 고대 인도인들은 21세기에도 이곳에서 아이들이 수영하며 놀고, 건기에는 땅을 적셔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도 최대, 아니 세계 최대의 계단 우물은 Chand Baori이다.
라자스탄 주 자이푸르의 외곽 아바네리에 있다.
이 우물은 무려 8~9세기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3500개의 좁은 계단이 13층 높이인 2~30미터 깊이의 우물 사방에 가득 들어있어서 실제로 보면 굉장하다고 한다.
사진출처 : https://www.earthismysterious.com/chand-baori-stepwell/
사진출처 : https://www.earthismysterious.com/chand-baori-step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