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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식물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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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Feb 16. 2021

무화과 키워보실래요?

집에서 따먹는 무화과의 맛!

집에서 과실수를 키우는 재미는 상당하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 그리고 그 열매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는 신비와 감동, 결국은 맛보는 즐거움까지!! 일 석 십조라 할 만하다. 


어렸을 때 우리 집 마당에는 몇 가지 나무가 있었지만 그중 압권은 살구나무였다. 

살구꽃 비가 한참 내리고 난 이후에는 여지없이 작은 열매들이 생겼고, 정신없이 놀고 학교를 다니다 보면 어느 틈엔가 주황색 살구가 그득한 바구니가 식탁 위에 놓였다. 


나무에 오래 달려있던 살구는 당도도 꽤 높았다. 시장에서 사 먹는 살구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이웃과 나눠도 살구는 풍족했다. 먹다 지칠 즈음이면 엄마는 마지막 살구를 그러모아 항상 살구 쨈을 만드셨다. 주황색 살구 쨈은 얼마나 새콤달콤했는지..... 


어렸을 때 집에는 무화과 화분도 있었다. 작은 분재 화분이라 그랬는지 무화과가 꼭 두 알이나 세 알만 달렸다. 

그것은 모두 내 차지였다. 언니는 무화과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 엄마 아빠는 몇 개 안 달린 무화과를 맛보실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반을 가르면 속이 좀 징그럽기도 한 무화과를 처음부터 좋아했다. 선인장 열매 맛도 나는데 달콤하기도 하고, 밍밍한 것 같기도 한 묘한 무화과의 매력을 어려서부터 알았다.



3년 전에 우연히 들른 종로 꽃시장에서 무화과가 올망졸망 달려있는 것을 보고 문득 무화과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데려왔다. 가격은 만원.


2018년의 사진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렇게 귀엽고 작은 무화과나무다. 


나중에 하나 더 들인 무화과나무까지 두 그루가 폭풍성장을 하고 있다. 


무화과는 너무 신기하게 새로 나온 가지에서만 무화과가 열린다고 한다.

겨울지나 봄이 되기 전에 가지를 싹 잘라주면, 봄에 새로 가지가 자라는데, (성장 속도가 무지하게 빠르다) 거기서만 무화과가 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무화과 농장에서도 때가 되면 전부 가지치기를 하는데, 그 막대기(정말 막대기다)를 나눔 하기도 한다. 흙에 꼽으면 무화과나무가 되는 신기한 막대기. 아마 삽목도 잘 되는 모양이다.

어쨌든 새 가지에서 나온 무화과 열매를 여름의 끝자락에 다 따먹고 또 가지치기를 하면 가을에 새로 또 가지가 자라서 또 무화과가 열린다고 하는데, 나는 겨울에 한 번만 가지치기를 한다.  



집에서 키우면 나무에서 익혀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무에서 끝까지 익혔다가 딴 무화과.


완전히 익을 때까지 나무에 달려있어서 그런지 속이 빨갛게 아주 잘 익었다.

게다가 엄청 달다. 이것에 비하면 사 먹는 무화과는 당도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달다. 



새 잎이 나오고 있는 무화과나무


2월쯤에 가지치기를 해놓으면 3월 말부터 이렇게 새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작대기뿐인 마른나무에서 새순이 돋는 것을 볼 때마다 기적을 보는 것 같다. 



안녕!!!! 무화과 잎은 너무 예쁘고 향기롭다. 


무화과 잎에서도 무화과 향이 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잎만 달려있어도 향이 좋고 잎이 무성해진 여름밤에는 옥상에 올라가면 향이 진동한다.


무화과는 미칠듯한 햇빛이 필요하다고 나와있는데, 찾아보면 베란다에서도 다들 잘 키우시고 열매를 따 드시는 걸로 보아서 무난한 것 같다. 

또 무화과는 추위에도 꽤 강해서 서울 이남의 지역에서는 노지 월동이 가능하다. 

서울에서는 노지 월동 불가라고는 하지만 땅에 심어진 나무들은 잘 사는 것 같다. 우리 동네만 해도 마당에 심어놓은 큰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이 있는데 십수 년째 아주 잘 살고 있고, 여름마다 입이 떡 벌어지게 무화과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나는 화분에서 키우기 때문에 영하 5도 밑으로 내려갈 때는 잠시 문 안쪽으로 들여놓는다. 



이렇게 싹둑 잘라놓은 가지에서 잎이 비어져 나오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겨울에 잎을 다 떨구고 마른 가지만 남아버리는 나무들을 여러 종류 키우고 있다. 

단풍, 벚나무, 석류나무, 고광나무, 바오밥 등 지금 모두 막대기 상태이다. 

혹시 죽은 건가? 싶은 그런 막대기들도 어김없이 봄을 알아챈다. 

차갑고 딱딱한 바싹 마른 막대기의 어딘가를 뚫고 여린 잎이 나오는 광경은 기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위의 나무 막대기는 보름 만에 이렇게 극적으로 변한다. 


무화과의 성장은 정말이지 기립박수 감이다. 

어떻게 이런 폭풍 성장을 하는지!!!!



무화과 향을 풍기는 예쁜 잎!!!! 


한 달만에 잎이 이만큼 나온다. 물도 엄청 먹는다.


매일 달라지는 모습에 키우는 맛이 절로 난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물도 무지 많이 먹는데, 식물을 키우면서 과습에 늘 주의하는 나는 3일 정도 물을 주지 않았다가 무화과를 죽일 뻔했다. 모든 잎이 다 쳐지고 바삭하게 말라서 떨어지는 것 아닌가!!!

다행히 다시 잎이 나왔지만, 하루만 더 물을 굶겼으면 아마 회생하지 못했을 거다. 

한여름 옥상의 무화과는 해가 지면 매일 물을 콸콸 주어야 한다. 

 


연두색 줄기는 전부 다 새로 성장한 가지들이다. 가운데 갈색 나무만 겨울을 난 줄기다. 


옆구리에서 열매들이 자라 나오기 시작한다. 이게 새 잎이 나오기 시작한 후로 딱 두 달 이십일 만의 일이다. 


모든 과실들은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열매가 생기는데, 무화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열매가 그냥 나와버린다. 

사실 무화과도 꽃이 있다. 무화과 열매 속에 가득 들어있는 것이 다 꽃이라고 한다!!!!!

우리가 열매로 보는 저것이 꽃자루와 꽃받침이라니! 이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무화과 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화과 꽃은 우리가 아는 꽃 모양과 다릅니다. 무화과 열매라고 부르는 초록색깔 열매가 바로 무화과 꽃입니다. 꽃이 필 때 꽃받침과 꽃자루가 길쭉한 주머니처럼 비대해지면서 수많은 작은 꽃들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려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꽃도 없이 어느 날 열매만 익기 때문에 그만 꽃 없는 과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무화과나무는 정말 꽃이 없을까요? (과학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과학질문사전, 2011. 7. 30., 의정부과학교사모임)



20일 후 줄줄이 사탕이 된 무화과


탐스럽고 이뻐 죽겠다.


이주 후의 사진. 하나씩 하나씩 익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 예쁘지 않나요!


모든 과일이 그렇지만 색이 나고 익기 시작하면서 부쩍 크기가 커진다. 


새 잎이 비어져 나오기 시작한 넉 달 후 수확할 수 있으니, 식물은 정말 대단해.


아침에 일어나서 익은 무화과 한 알을 따온 아이. 

과육이 이렇게 갈라질 때까지 냅두었다가 따야 최고로 맛있다는 걸 아이도 경험을 통해 안다. 

아이도 나를 닮았는지, 어려서부터 무화과를 무척 좋아했다. 무화과 때문에 여름을 기다린다.



마당이 있다면 모조리 무화과나무를 심을 텐데!!!! 


며칠에 한 번씩은 따먹을 무화과가 있다. 


무화과는 갈라져야 제맛!!!!


아침에 두 알이나 따왔다. 이 꽉 찬 속 좀 보라지.


우리 집 무화과 웬일이야. 너무너무 맛있어. 


 

매일 눈뜨자마자 잠옷바람으로 아침에 먹을 무화과를 딴다.


꼭 갈라진 무화과를 따야 해. ^^

 

이렇게 예쁜 거 처음 봐! 


무화과를 따면 (잎을 따도 마찬가지) 이렇게 하얀 진액이 나온다. 드물지만 이 진액이 묻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식구들은 다 멀쩡하다.


너무 탐스러운 우리 무화과. 껍질의 느낌도 없다. 그냥 다 녹아버려.


꿀이 흐르는 무화과!!!!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우리 집 무화과도 거의 대부분 아이의 입에 들어간다. 

가끔 조금 맛을 보면 이렇게 맛있는 무화과를 먹을 수 있다니! 감동하고 만다. 

 


이 사진은 9월 27일의 사진인데, 이렇게 늦게까지 계속 열매가 달린다. 


이렇게 잘 익은 맛있는 무화과는 모두 아이 뱃속으로!

  

작년 여름에는 작은 열매가 커지지 못한 채로 익어버려서 따왔다. 


그런데 갈라보니까 너무 알차게 익어있는 것 아닌가!!!! 

미니어처일 뿐이지 모든 게 제대로다. 

아이와 반씩 먹어봤는데, 아주 달고 맛있고 손색이 없었다. 



작년에는 무화과가 몇 개 밖에 안 열렸다. 올해는 비료를 좀 줘야겠다. 


무화과나무는 화분에서 키워먹을 수 있는 과실수 중에 가장 폭풍성장을 하는 종류라서 키우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잎도 열매도 너무 예쁘지 않은가!!!



모두에게 무화과나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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