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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식물 느낌

무화과 키워보실래요?

집에서 따먹는 무화과의 맛!

by 현주

집에서 과실수를 키우는 재미는 상당하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 그리고 그 열매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는 신비와 감동, 결국은 맛보는 즐거움까지!! 일 석 십조라 할 만하다.


어렸을 때 우리 집 마당에는 몇 가지 나무가 있었지만 그중 압권은 살구나무였다.

살구꽃 비가 한참 내리고 난 이후에는 여지없이 작은 열매들이 생겼고, 정신없이 놀고 학교를 다니다 보면 어느 틈엔가 주황색 살구가 그득한 바구니가 식탁 위에 놓였다.


나무에 오래 달려있던 살구는 당도도 꽤 높았다. 시장에서 사 먹는 살구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이웃과 나눠도 살구는 풍족했다. 먹다 지칠 즈음이면 엄마는 마지막 살구를 그러모아 항상 살구 쨈을 만드셨다. 주황색 살구 쨈은 얼마나 새콤달콤했는지.....


어렸을 때 집에는 무화과 화분도 있었다. 작은 분재 화분이라 그랬는지 무화과가 꼭 두 알이나 세 알만 달렸다.

그것은 모두 내 차지였다. 언니는 무화과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 엄마 아빠는 몇 개 안 달린 무화과를 맛보실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반을 가르면 속이 좀 징그럽기도 한 무화과를 처음부터 좋아했다. 선인장 열매 맛도 나는데 달콤하기도 하고, 밍밍한 것 같기도 한 묘한 무화과의 매력을 어려서부터 알았다.



20180913_161510.jpg 3년 전에 우연히 들른 종로 꽃시장에서 무화과가 올망졸망 달려있는 것을 보고 문득 무화과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데려왔다. 가격은 만원.


20180913_145237.jpg 2018년의 사진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렇게 귀엽고 작은 무화과나무다.


20180915_155241.jpg 나중에 하나 더 들인 무화과나무까지 두 그루가 폭풍성장을 하고 있다.


무화과는 너무 신기하게 새로 나온 가지에서만 무화과가 열린다고 한다.

겨울지나 봄이 되기 전에 가지를 싹 잘라주면, 봄에 새로 가지가 자라는데, (성장 속도가 무지하게 빠르다) 거기서만 무화과가 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무화과 농장에서도 때가 되면 전부 가지치기를 하는데, 그 막대기(정말 막대기다)를 나눔 하기도 한다. 흙에 꼽으면 무화과나무가 되는 신기한 막대기. 아마 삽목도 잘 되는 모양이다.

어쨌든 새 가지에서 나온 무화과 열매를 여름의 끝자락에 다 따먹고 또 가지치기를 하면 가을에 새로 또 가지가 자라서 또 무화과가 열린다고 하는데, 나는 겨울에 한 번만 가지치기를 한다.



20180918_163837.jpg 집에서 키우면 나무에서 익혀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80918_164257.jpg 나무에서 끝까지 익혔다가 딴 무화과.


완전히 익을 때까지 나무에 달려있어서 그런지 속이 빨갛게 아주 잘 익었다.

게다가 엄청 달다. 이것에 비하면 사 먹는 무화과는 당도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달다.



20190408_100014.jpg 새 잎이 나오고 있는 무화과나무


2월쯤에 가지치기를 해놓으면 3월 말부터 이렇게 새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작대기뿐인 마른나무에서 새순이 돋는 것을 볼 때마다 기적을 보는 것 같다.



20190408_170957898.jpg 안녕!!!! 무화과 잎은 너무 예쁘고 향기롭다.


무화과 잎에서도 무화과 향이 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잎만 달려있어도 향이 좋고 잎이 무성해진 여름밤에는 옥상에 올라가면 향이 진동한다.


무화과는 미칠듯한 햇빛이 필요하다고 나와있는데, 찾아보면 베란다에서도 다들 잘 키우시고 열매를 따 드시는 걸로 보아서 무난한 것 같다.

또 무화과는 추위에도 꽤 강해서 서울 이남의 지역에서는 노지 월동이 가능하다.

서울에서는 노지 월동 불가라고는 하지만 땅에 심어진 나무들은 잘 사는 것 같다. 우리 동네만 해도 마당에 심어놓은 큰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이 있는데 십수 년째 아주 잘 살고 있고, 여름마다 입이 떡 벌어지게 무화과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나는 화분에서 키우기 때문에 영하 5도 밑으로 내려갈 때는 잠시 문 안쪽으로 들여놓는다.



20190408_170958391.jpg 이렇게 싹둑 잘라놓은 가지에서 잎이 비어져 나오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겨울에 잎을 다 떨구고 마른 가지만 남아버리는 나무들을 여러 종류 키우고 있다.

단풍, 벚나무, 석류나무, 고광나무, 바오밥 등 지금 모두 막대기 상태이다.

혹시 죽은 건가? 싶은 그런 막대기들도 어김없이 봄을 알아챈다.

차갑고 딱딱한 바싹 마른 막대기의 어딘가를 뚫고 여린 잎이 나오는 광경은 기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20190426_184138.jpg 위의 나무 막대기는 보름 만에 이렇게 극적으로 변한다.


무화과의 성장은 정말이지 기립박수 감이다.

어떻게 이런 폭풍 성장을 하는지!!!!



20190426_184154.jpg 무화과 향을 풍기는 예쁜 잎!!!!


20190505_095956.jpg 한 달만에 잎이 이만큼 나온다. 물도 엄청 먹는다.


매일 달라지는 모습에 키우는 맛이 절로 난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물도 무지 많이 먹는데, 식물을 키우면서 과습에 늘 주의하는 나는 3일 정도 물을 주지 않았다가 무화과를 죽일 뻔했다. 모든 잎이 다 쳐지고 바삭하게 말라서 떨어지는 것 아닌가!!!

다행히 다시 잎이 나왔지만, 하루만 더 물을 굶겼으면 아마 회생하지 못했을 거다.

한여름 옥상의 무화과는 해가 지면 매일 물을 콸콸 주어야 한다.



20190505_100014.jpg 연두색 줄기는 전부 다 새로 성장한 가지들이다. 가운데 갈색 나무만 겨울을 난 줄기다.


20190629_114758.jpg 옆구리에서 열매들이 자라 나오기 시작한다. 이게 새 잎이 나오기 시작한 후로 딱 두 달 이십일 만의 일이다.


모든 과실들은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열매가 생기는데, 무화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열매가 그냥 나와버린다.

사실 무화과도 꽃이 있다. 무화과 열매 속에 가득 들어있는 것이 다 꽃이라고 한다!!!!!

우리가 열매로 보는 저것이 꽃자루와 꽃받침이라니! 이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무화과 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화과 꽃은 우리가 아는 꽃 모양과 다릅니다. 무화과 열매라고 부르는 초록색깔 열매가 바로 무화과 꽃입니다. 꽃이 필 때 꽃받침과 꽃자루가 길쭉한 주머니처럼 비대해지면서 수많은 작은 꽃들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려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꽃도 없이 어느 날 열매만 익기 때문에 그만 꽃 없는 과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무화과나무는 정말 꽃이 없을까요? (과학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과학질문사전, 2011. 7. 30., 의정부과학교사모임)



20190719_101655.jpg 20일 후 줄줄이 사탕이 된 무화과


20190730_105338.jpg 탐스럽고 이뻐 죽겠다.


20190805_110956.jpg 이주 후의 사진. 하나씩 하나씩 익어가기 시작했다.


20190805_111005.jpg 정말 너무 예쁘지 않나요!


20190816_125817.jpg 모든 과일이 그렇지만 색이 나고 익기 시작하면서 부쩍 크기가 커진다.


20190817_102444.jpg 새 잎이 비어져 나오기 시작한 넉 달 후 수확할 수 있으니, 식물은 정말 대단해.


아침에 일어나서 익은 무화과 한 알을 따온 아이.

과육이 이렇게 갈라질 때까지 냅두었다가 따야 최고로 맛있다는 걸 아이도 경험을 통해 안다.

아이도 나를 닮았는지, 어려서부터 무화과를 무척 좋아했다. 무화과 때문에 여름을 기다린다.



20190820_184352.jpg 마당이 있다면 모조리 무화과나무를 심을 텐데!!!!


20190823_100926.jpg 며칠에 한 번씩은 따먹을 무화과가 있다.


20190823_100944.jpg 무화과는 갈라져야 제맛!!!!


20190824_093158.jpg 아침에 두 알이나 따왔다. 이 꽉 찬 속 좀 보라지.


우리 집 무화과 웬일이야. 너무너무 맛있어.


20190831_092556.jpg 매일 눈뜨자마자 잠옷바람으로 아침에 먹을 무화과를 딴다.


20190831_092602.jpg 꼭 갈라진 무화과를 따야 해. ^^


20190831_092637.jpg 이렇게 예쁜 거 처음 봐!


20190831_092641.jpg 무화과를 따면 (잎을 따도 마찬가지) 이렇게 하얀 진액이 나온다. 드물지만 이 진액이 묻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식구들은 다 멀쩡하다.


20190831_093147.jpg 너무 탐스러운 우리 무화과. 껍질의 느낌도 없다. 그냥 다 녹아버려.


20190831_093217.jpg 꿀이 흐르는 무화과!!!!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우리 집 무화과도 거의 대부분 아이의 입에 들어간다.

가끔 조금 맛을 보면 이렇게 맛있는 무화과를 먹을 수 있다니! 감동하고 만다.



20180927_112244.jpg 이 사진은 9월 27일의 사진인데, 이렇게 늦게까지 계속 열매가 달린다.


20180927_203634.jpg 이렇게 잘 익은 맛있는 무화과는 모두 아이 뱃속으로!


20200917_181905.jpg 작년 여름에는 작은 열매가 커지지 못한 채로 익어버려서 따왔다.


그런데 갈라보니까 너무 알차게 익어있는 것 아닌가!!!!

미니어처일 뿐이지 모든 게 제대로다.

아이와 반씩 먹어봤는데, 아주 달고 맛있고 손색이 없었다.



20200919_100209.jpg 작년에는 무화과가 몇 개 밖에 안 열렸다. 올해는 비료를 좀 줘야겠다.


무화과나무는 화분에서 키워먹을 수 있는 과실수 중에 가장 폭풍성장을 하는 종류라서 키우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잎도 열매도 너무 예쁘지 않은가!!!



모두에게 무화과나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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