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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Feb 05. 2021

당신의 성생활은 어떤가요?

와이 우먼 킬(Why Women Kill)

볼만한 미드가 있나 살피다가 '와이 우먼 킬'이라는 10부작짜리 미드를 발견했어요.  

같은 집에서 세 시대(1963년, 1984년, 2019년)를 사는 부부에 대한 이야기로, 남편 때문에 빡치는 부인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제부터 보기 시작한 것이라 아직 몇 편 보지 않았지만,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서 결국 남편을 죽이는가 봅니다.


2화를 보던 중 '우와, 이거 뭐야!!!' 하고 남편과 소리를 지른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이 드라마는 부부 사이의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말하고 있는데요, 

세 커플 모두 그 문제입니다!


“그럼 모든 문제의 원인, 알겠어?” 

- 소설 <하는, 사랑> 151page


결혼을 하면 다양한 문제들을 계속 맞닥뜨리게 됩니다. 다방면의 지혜와 결단이 필요해요. 작건 크건 끊임없이 그것들을 해결해가면서 살아야 합니다.

많은 문제들 중에 부부만 가지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하지만 애써 생각하지 않고 그저 덮어 버리고 싶어 하는 그 문제요. 

그 포인트를 알고 나면 영화나 드라마나 책에서 얼마나 많이 그것을 다루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와이 우먼 킬'의 세 커플 중에 1960년대 부부인 '베쓰 앤'과 '롭'의 상황을 보여드릴게요. 

아주 초반이라서 뒤의 얘기는 어찌 흘러갈지 아직 모릅니다. (스포일은 없습니다.)


 

시대는 1963년입니다. 이 분이 베쓰 앤 입니다. 


동네 아이의 시선입니다. 베쓰 앤과 롭은 누가 봐도 다정한 부부, 사랑이 넘쳐 보이는 부부죠.


하지만 부부의 일은 겉으로 봐서는 모르죠. 

외부로 드러난 모습은 아주 일부입니다. 



베쓰 앤은 남편 롭이 식당 직원과 바람난 것을 알게 됩니다. 옆집 친구는 그 여자를 찾아가라고 해요. 


순한 베쓰 앤은 어찌해볼 생각은 없지만 일단 찾아가 봅니다. 남편의 바람 상대 에이프릴은 젊고 예쁘고 친절했어요.


단골이 된 베쓰 앤, 이제 서로 얘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 예쁜데 남자친구가 있냐고 하니까 에이프릴이 머뭇거립니다. 

유부남이냐고 넘겨짚은 베쓰 앤. 베쓰 앤은 남편이 바람피우는 이유를 알고 싶어해요.

베쓰 앤의 질문에 에이프릴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요?




에이프릴은 이런 답을 내놓습니다. 열정과 정열이라....

부부 사이에서도 열정과 정열은 있습니다. 하지만 연애할 때처럼 매일 매 순간 열정을 불사를 수 없죠.

연애도 시간이 지나면 열정이 식는 마당에 부부 사이에서는 그게 참 힘듭니다. 생각해야 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에이프릴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모르죠. (게다가 연애 초반이니까 열정이 얼마나 가득하겠어요? 흥!)


매일 꾸미고 가꾸는 사람일지라도, 부부는 온갖 모습을 보는 사이입니다. 머리 모양이나 옷으로 질리고 말고 하는 얕은 수준의 관계가 아닙니다. 에이프릴은 아직 그걸 모릅니다.



베쓰 앤은 그날로 머리를 새로 하고 네일도 하고 좋은 드레스도 새로 사 입었지요.


하지만 남편 롭은 아내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베쓰 앤은 속상해하면서 울부짖어요. 

남편은 당신의 머리나 옷을 보는 게 아니라 당신을 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둘러댄 말이었겠지만 롭의 말도 일리가 있죠. 예쁘면 좋은 거지만 부부 사이에 그게 다는 아니니까요. 


베쓰 앤은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알지만 당장 따져 묻지 않습니다. 대신 남편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자신을 바꾸려고 하죠. 노력을 기울이는 겁니다. 시대가 1960년대라서 더 그렇습니다. 

지금의 사고방식으로는 좀 답답하죠. 잘못한 사람이 명백한데 왜?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나라면 당장 따지겠어.', '이혼하지 그래?', '남편이 바람피웠는데 참고 내버려 둔다고?'


하지만 지금도 베쓰 앤처럼 반응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나요?

예나 지금이나 분노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남의 일이니까 더 그렇죠.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의 신념이 있습니다. 

밖에 있는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하긴 어려워요. 부부 사이의 일이니까요. 

어떤 이가 남편의 바람을 용서해주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그것을 비난할 수 없고, 어떤 이가 불같이 날뛰고 단박에 헤어진다고 타박할 수는 없는 겁니다. 


어쨌든 베쓰 앤의 신념과 결정은 이러합니다. 



친구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친구가 뭔가 얘기하려고 합니다. 무슨 얘기를 할까요?


 
오오~ 그럼 왜죠? 왜? 왜 바람을 피우는 거죠? 친구는 뭘 아나 본데요?


이 장면에서 뛸 뜻이 놀랐네요!!!!


이런 대사가 딱 나오는데!!!! 진짜 소름이.......

저 오렌지 셔츠를 입은 친구는 뭘 아는 겁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뭘 아는 거예요. 


이 대사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그러니까 '남편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줘야만 바람나지 않는다.' 이렇게 일차원적으로 받아들이면 공분을 살만한 대사예요. 아무리 1960년대라고 해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 대사는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생각해야 합니다. 섹스가 무엇이냐를 생각해야 해요. 

섹스라는 건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다른 한쪽이 일방적인 만족을 얻는 구조가 아닙니다. (성매매는 그렇겠지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책에도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부부의 섹스에서 줄곧 한쪽만 좋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됩니다. 

난 별로인데 파트너만 좋아라 하는 것 같나요? 

섹스는 너무 상호적인 것이라 상대는 별로인데 나 혼자 좋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좋아야만 상대도 좋은 것이 부부의 섹스입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나의 만족은 상대의 만족과 동일한 겁니다.

상대를 위한 노력이 그대로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부부의 섹스죠. 


서로 먼저 나를 위해 희생 좀 해주라, 서비스를 해주면 나도 해주겠다, 이런 생각이면 끝까지 평행선을 타는 겁니다. 

그러니까 "남편을 만족시키는데 전력을 다하느냐"는 "서로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와 동급인 대사라고 봅니다. 


베쓰 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합니다. 굉장히 수동적이었겠다는 건 안 봐도 뻔합니다.


그러고 보니까 친구는 왠지 당당해 보이고 자신감이 있어 보이네요! 책을 주천해주겠다고 하네요.


새로운 걸 배울 필요가 있는 법!!!!!!  


너무나 그러합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물릴 판인데, 아무리 맛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항상 같은 장소에서 항상 같은 상대하고만 해야 하는 부부의 섹스에서는 더더욱 새로운 시도, 서로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으로 따라붙어야 합니다. 



친구는 베쓰 앤에게 책을 권합니다. 


저는 이 책을 권합니다. (제 책을 홍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요)


이 소설은 부부관계의 노력과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서평을 보면 소설로 여기지 않고 지침서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어떤 접근도 상관없습니다. 

어제도 어떤 분께 카톡 오픈을 해드려서 말씀을 나누었는데, 모임에서 책을 읽고 일어난 많은 변화를 전해주셨어요. 


책을 보신 분들 중에 중년 부부들이 훨씬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신다는 게 특이점입니다. 

아무래도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고 있는 연령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에요. 

20대와 30대 연령층에서도 보시고 많은 힌트를 얻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평(링크)을 보시면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의 글들이 있는데요, 시간 들여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시 '와이 우먼 킬'로 돌아옵니다. 


친구는 남편이랑 안 좋은 시기에 (어느 부부인들!) 성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애초에 뭘 아는 분!


책을 보고 놀라는 베쓰 앤


친구가 권한 책을 보고 놀라면서 저렇게 말하죠.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듯이요. 


<하는, 사랑>의 서평에도 많이 나왔던 말인데요, 용어를 몰라서 찾아봤다는 내용이 많았어요. 

모르는 용어가 있다니? 그런 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베쓰 앤과 다르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장면도 너무 웃겼네요.


친구의 단호한 대답과 표정 좀 보세요.


이 장면은 너무나도 소설 속의 희수와 윤주의 대사 같아요. 

희수도 몇 번씩 되묻죠. 



친구에게 단호한 대답을 들었지만 여전히 베쓰 앤은 마음이 열리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기분. 이것이 되게 큰 걸림돌이에요. 

"베쓰 앤, 당신 마음 내가 알아요."

부끄러움을 내려놓는 게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처음 한 두 번만 넘기면 급속도로 나아진다는 겁니다. 

부끄러움을 내려놓는다고 큰일이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일만 생긴다고요!  


맞습니다!!!!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건 사랑해서 부끄럽다는 거예요. 

너무 어이없지 않나요? 

사랑하니까 부끄러운 건데, 부끄러움 때문에 사랑이 가로막힌다니!!!


사랑은 어째서 이다지도 어려운가.

- 소설 <하는, 사랑> 347page


하지만 또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부끄러움을 내려놓으면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거예요. 

그 문은 상대에게도 똑같이 열립니다. 



여기서 마무리하려 했는데 계속 생각나는 한 장면을 더 얘기해야겠어요. 

1984년을 사는 부부 중 아내 역할을 유명한 '루시 리우'가 맡았어요. 


루시 리우가 맡은 '시몬'은 돈도 많고 자신감이 펄펄 넘치는 캐릭터예요. 

세 번째 남편이 남자와 키스한 사진 한 장을 보고 바로 이혼을 결심합니다. (이혼 여부는 아직 안 나와요.)


시몬은 남편과 섹스하지 않은 지 몇 년 되었습니다. 

물론 시몬 부부도 겉으로는 사이가 무척 좋아 보이고, 서로 존중하고 위하는 사이였어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부의 모습이었습니다. 


여차 저차 해서 갓 미성년을 벗어난 연하남(친구 아들입니다)과 섹스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직후, 시몬의 대사를 보세요.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문제가 생겨도 원래 이런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주 큰 문제입니다. 

이 말은 고칠 기회를 놓친다는 뜻이거든요.  

소설을 쓰면서 정말 많은 사례를 봤어요. 

그런데 상당수의 분들이 '그게 문제다.'라는 인식 자체를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건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것'이므로 '문제 삼지 않겠다'라는 작정 같은 게 보였어요. 

저는 그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어쩐 일인지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부부는 좀처럼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는 귀에 딱지 가 앉을 지경이고, TV만 틀면 나오는 대립하는 부부의 모습들이 이제 너무 익숙합니다. 부부란 세월이 지나면 으레 서로를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학습되고, 상대를 향한 적대적 태도는 웃음의 소재가 되기까지 합니다. 


그 때문인지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면 서로 심드렁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배우자의 사뭇 달라진 마음과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노력해 볼 여지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예요.


- 소설 <하는, 사랑>의 작가의 말 중에서.



하지만 몇몇 독자분들은 '아!!!!' 하고 바로 문제 인식을 하셨고, 인식을 하신 분들은 바로 개선해 나가시더라고요. 

저에게 그걸 말씀하신 분들만도 벌써 여럿이었으니, 혼자 부단히 애쓰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그분들 모두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었어요. 


저는 '지금이라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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