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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oje 주제 Feb 09. 2019

0204 (1) 평대리 평대스낵에서 한치튀김과 떡볶이

주제 in 제주 그림일기 -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두 달 살기



0204 월요일 / 흐린 뒤 맑음 / 제주살이 14일 차


   제주살이 2주 차의 날이 밝았다.

   같은 방을 쓰는 스텝 언니는 이제 일주일 뒤면 제주를 떠나 다시 서울로 가신다. 그래서 언니는 아쉬운 마음에 요즘 거의 매일 외출을 하고 싶어 하신다. 오늘은 평대리에 가신다고 한다. 고민하다 언니에게 나도 같이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함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는 김녕해변과 제일 가까운데, 평대리까지는 버스로 열 정거장 정도는 가야 한다. 약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평대리. 이곳저곳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걷다가 귀여운 강아지들을 만났다. 똑같이 생긴 두 마리 강아지가 저 만치서 우리를 발견하고는 막 달려오는데, 너무 x100 귀여워서 심장을 부여잡았다. 계속 튀어 오르고 매달리면서 손을 막 핥는데 정말 세상 귀여움이 아니라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더라. 그렇게 한참을 우리를 쫓아오던 강아지들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어느 정도냐면, 오직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만이라도 평대리에 갈 의향이 있다. 매우 진지하다!


우리를 졸졸 따라오며 애교부리던 뽀작이들 ㅜㅜ 평대의 보물이 따로 없구나


   언니는 원래 파스타에 와인을 먹자고 하셨는데, 지나던 길에 내가 평대스낵을 발견하자 급 떡볶이가 땡기신다며 먹자고 하셨다. 두 시가 지난 애매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안은 물론이고 밖엔 포장 손님으로 북적였다. 웨이팅에 당황했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운 좋게도 두 자리가 먼저 나와 먼저 오신 분들보다 일찍 들어가게 되었다. 안은 꽤나 협소했고 테이블도 많지 않았다. 우리는 바 형식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한치튀김 (13000) 떡볶이 (4000) 1인분을 시켰다. 시키고 보니 또 '급' 낮 맥주가 끌려 생맥주도 한 잔 씩 추가로 주문했다. 조금 오래 기다린다 싶었을 때, 음식이 나왔다.


평대스낵의 한치튀김 / 떡볶이 / 생맥주


   한치튀김은 조금 비싸다 싶었는데, 양을 보고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 바구니에 수북하게 나온 한치튀김을 보고 양이 꽤 많구나 싶었다. 떡볶이도 1인분이었지만 부족하지 않은 양이었다. 떡볶이는 내 입맛엔 살짝 매콤한 맛이었다. (*본인은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임을 밝힘. 엽떡 순한맛을 먹는 희귀인이다. 같이 먹은 언니는 전혀 맵지 않다고 하셨다.) 한치튀김은 겉바속쫄(겉은 바삭 속은 쫄깃)의 정석이었다. 사실 나는 오징어튀김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특유의 질겅질겅한 식감을 크게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치튀김을 시킬 때에도 괜찮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웬걸 정말 맛있었다! 한치가 하나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데서 그 신선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튀김도 '바삭함'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맛이었다. 튀김을 찍어먹을 수 있는 하얀 소스도 함께 나왔는데 타르타르소스와 비슷한 맛이었다. 떡볶이에 찍어먹는 것도 소스와 먹는 것도 둘 다 매력적이라 쉬지 않고 포크질을 했다. 떡볶이는 튀김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맛이었지만 그래도 훌륭한 밀떡볶이였다! 아마 제주살이 하면서 두 번은 더 가지 않을까 싶다. 특히 다음번엔 한치튀김을 게스트하우스로 포장해가서 스텝들과 편하게 맥주 한 잔 하며 먹고 싶다.


   평대스낵이 유명한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옥상에 올라가면 평대리 바다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엔 옥상에서 음식을 즐기시는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구경하자며 올라간 옥상에서 우리도 탄성을 질렀다. 평대 바다는 몇 번을 봐도, 그냥, 한없이 아름답다. 코 앞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산 지 2주가 되었는데도 바다라는 건 어쩐 일인지 볼 때마다 새롭다. 특히 제주의 바다가 좋은 건, 동네마다 다른 물색 때문일 것이다. 김녕의 바다는 짙고 어두운 파랑이라면, 평대의 바다는 소라색에 가깝다. 어느 쪽이든 무척 매력적이다. 이 풍경이 질리는 날이 올까? 확실한 건 아직 멀었다는 사실.


평대스낵의 옥상뷰. 여름 재방문을 부르는구나.



* 평대스낵  -  오늘의 주제 in 제주 플레이스

: 영업시간 11:30~17:00 화, 수요일 휴무 / 오후 4시 주문 마감

: 제주에 와서도 떡볶이 못 잃는 덕후라면, 한치튀김과 함께 평대 앞바다를 보며 즐겨보시길 추천.

: 떡볶이는 별로지만 튀김과 맥주의 조화를 사랑한다면, 동쪽 바다를 여행할 때 한 번쯤 들러보세요. 한치튀김과 새우튀김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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