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ooje 주제 Feb 09. 2019

0202 김녕 바다, 노을,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주제의 제주일기 -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두 달 살기


0202 토요일 / 아침부터 쭈욱 맑음 / 제주살이 12일 차


   조식을 담당하던 스텝 친구가 육지로 떠나고 맞는 두 번째 아침. 처음으로 조식을 담당하는 날이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은 아침 9시부터 10시다. 정말 오랜만에 8시에 기상해 나와서 조식을 준비한다. 계란, 프라이팬, 시리얼, 소시지, 식빵, 잼 등등. 쓴 지 몇 달이 넘었다는 조식 안내 칠판도 새로 썼다. 오랜만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거,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 라고 생각한 지 약 한 시간이 지나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갑자기 미친 듯이 졸리기 시작했다. 어우 역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몸 전체가 잠이 필요하니 빨리 누우라고 아주 난리를 치니 낮잠을 자는 수밖에(?).  그렇게 한 시간을 푹 자고 일어나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며칠 전부터 스텝 언니와 매니저님으로부터 손그림으로 게스트하우스 포토존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게스트하우스 인스타그램에도 업로드하실 거라며 노을 진 풍경을 그려달라 하셨다. 안 그래도 그려보고 싶었던 풍경이라 오늘 한 번 해보리라 하고 스케치북을 펼쳤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의 포토존인 두 빨간 철제 의자와 김녕 바다, 그리고 노을빛까지 작은 그림에 하나로 담았다.


   사실 노을빛과 같이 여러 가지 색이 한데 섞인 풍경을 그리는 걸 많이 어려워하곤 했다. 하늘색이라던가, 바다의 빛깔이라던가 그런 한 가지 색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것들 있지 않은가. 온갖 빛의 색이 섞여서 뿜어내는 그 묘한 빛깔을 어떻게 도화지 위에 풀어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몰랐다. 그저 감탄하고 어설프게 따라 하려고 애썼을 뿐, 만족할 만한 색을 낸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주에 와선 조금씩 내가 원하는 빛깔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눈 앞의 그 색과 비슷하다고 봐줄 수 있겠다 싶은 느낌. 어쩌면 매일 코 앞에서 하늘과 바다를 보게 되었기 때문일까? 여기서 매 순간 변하는 김녕 바다와 제주 하늘의 빛을 본다. 어두웠다가도 돌아서면 밝고, 때로는 회색빛을 띄다가도 붉게 물들어 있다. 그렇게 관찰. 관찰. 관찰. 그 끝에 조금씩 표현하는 법을 알아간다. 행복하다.

   

   그래, 이것만으로도. 제주, 잘 왔다 싶어.



완성된 그림은 카페 벽에 붙여 놓았다. 많은 분들이 오며가며 봐주셨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