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소화불량.
임신 후반부로 갈수록 자궁이 커지고 아기도 무거워져서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임산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많이 힘든 일이었다. 입덧이 그렇게 심하진 않았던 터라 울렁이고 토할 것 같은 느낌으로 고통스럽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온 소화불량은 조금 강력했다. 생각해 보면 단순한 급체나 소화불량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당을 관리해야 하는 강박 불안감이 한 번에 겹쳐진 소화불량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왜냐하면 당뇨 식단이라는 것은 조금 까다로우며 완벽을 위해서 집착을 했고 매 끼니마다 먹어야 하는 양이 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음식을 씹어서 삼킨다는 것에서 거부감이 오고 섭식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당 오르는 게 무서워서 뭘 먹기가 두려워졌다. 근데 또 웃기게도 아기는 키워야 하기에 뭘 먹어야 하는 아이러니들... 이런 것들이 겹쳐서 결국 탈이 났고 구토를 하다가 늦기 전에 병원에 갔다.
내가 다니고 있는 분만병원은 처방약을 굉장히 후하게 주는 편인데. 심지어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을 때도 약한 약이겠지만 1주일치를 지어줬었다. 이번에도 소화제와 이미 탈수와 구토가 진행 중이어서 구토 억제제를 넣은 수액을 맞고 집에 돌아왔다. 이 날을 분기점으로 무언가가 해소되었던 건지 다시 흔들리는 멘털을 다지고 임신당뇨 식단을 조금은 느슨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덜 먹어야 한다 먹지 말아야 한다 먹고 나선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먹고 싶은 건 에잇 몰라하는 심정으로 치팅을 즐기고 양은 내 양을 맞췄으며 먹고 나서 움직이기 싫을 땐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얼핏 보면 위험할 수 있겠다만 그래도 수치는 다행스럽게도 안정적이게 되었고 일주일에 3-4번 튀는 수치도 그렇게 높지 않아서 내과나 산부인과에서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칭찬도 받았다. 역시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였다. 임신 당뇨는 식후 2시간 수치가 120 이하여야 하는데 그동안의 나는 80,90 높게 나와도 100초 반대의 수치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생각해 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정기검진에서 보는 아기는 잘 크고 있다고 했고 아기 태동도 정상이다. 이 사건이 있을 후로는 좀 더 느슨한 마음을 가지고 100초 반대 110 정도로 나올 수 있도록 움직임도 줄이고 맛있는 것도 적절하게 섞어서 먹고 있다.
그 이후로 막달이 되어 진짜 위를 누르기 전까지 소화불량으로 크게 고통받지 않았다. 하지만 상비약처럼 병원에서 받아온 소화제는 소중하게 부적처럼 식탁 한편에 자리 잡고 있기는 하다.
임신 당뇨로 식단을 하는 임산부동지들에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나를 조금 내려? 놓는 것도 멘털관리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단걸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도 올라가고 혈압도 올라가고 복압도 올라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