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주 명절을 보내고 온 임산부

by 주민

해가 바뀌고 구정이 되었다. 쓰레드에서는 명절 전 주말부터 시댁에 대한 이야기와 친정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고 무심하네 어쩌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사실 나는 양가가 다 근처에 있어서 그렇게 힘든 일정은 아니었는데 친정에선 데리러 가냐고 연락이 오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댁에선 오지말라고 연락이 왔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근데 아이를 낳고 나서 언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임신당뇨이긴 하지만 그 외에 특이점은 없어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양가 다 방문하는 것으로 했다. 물론 명절 음식을 맛있게 즐기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당뇨라는 이벤트 하나로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여 건강 토크를 하고 식후 채혈을 하면서 당뇨인지 확인을 하는 아주 바람직한? 일들을 했다.


오랜만에 당뇨식이 아닌 식단을 해서 그런지 뱃속의 아가는 품은 중에 제일 격럴한 태동을 보여주었고. 사촌언니 애기들까지 모여 왁자지껄한 명절다운 분위기를 냈다. 생가보다 당 수치도 수치인이었고 명절스트레스 라고 할만한 것들도 하나도 없어서 왜 걱정을 했는가 생각을 했다.


시댁은 원체 사람이 없고 차분한 분위기라 잔잔하게 흘러갔고 현미밥을 먹고 있는 나를 측은하게 보시는 시부모님을 보며 아... 괜히 와서 걱정만끼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래도 얼굴 보고 그럼 좋으니까 보긴 한 거지만. 임산부가 만족했으면 된거지 뭐. 라는 태평한 생각을 했다.

이번 명절은 주말 낀 5일 길기도 길어서 뭘하고 하고 해도 시간이 잘 지나지 않았다. 집에서 파티를 하는지 명절전엔 윗집 층간소음 이슈로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 이후에는 조금 살만해졌다. 키우고 있는 강아지는 명절 간식을 잔뜩 먹어서 견생 중 최고 몸무게를 갱신중이었고 이제는 큰 조카들이 강아지를 괴롭히지 않아서 도망쳐 다니는 일도 줄어서 아마 최고의 명절을 보낸건 강아지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출산 전 빅 이벤트라고 할 수 있었던 명절을 보내고 이제 차분하게 출산을 준비하기만 하면되는 주차가 되고 있다. 더이상의 이벤트 없이 순산 할 수 있기를 빌며.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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