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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 Jan 06. 2021

오늘 뭐 쓰지 고민한 날

맛없는 글맛이 좋구나

'오늘 뭐 쓰지?'는 '오늘 뭐 먹지?' 만큼이나  골치 아픈 문제다. 매일 삼시 세끼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지겨워 죽겠는 판국에 뭘 써야 될지 머리 쥐어뜯어야 하다니 이래서야 제명대로 살겠나 싶다. 밥은 하기 싫으면 배달시켜 먹으면 되고 밥만 먹기 싫다면 분식으로 때우면 되는데 글쓰기 싫을 때는 어디서 배달시킬 수도 없고 다른 걸로 때울 수도 없으니 곤욕이다. 게다가 밥 먹기 싫다고 굶을 수 없듯 쓰기 싫다고 놔 버릴 수도 없어 그 참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은 쓰고 본다. 이단은 대체 뭘 쓰란 말이냐. 알겠다, 알겠어. 쓰기 싫어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걸 써야겠네. 그래야겠어. 사람이 어떻게 매일 잘하려고 노력하고 매번 잘 되기를 바랄 수 있느냐  말이다. 안 되면 말고 하기 싫으면 말면 되지. 밥에 물 말아먹듯 맛없어도 대충 쓰면 되지. 말이 안 되는 말이라도 욱여넣으면 되지. 말도 못 하고 낑낑거리고 앉아 있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런 말이라도 끼적이면 되지. 옳다구나!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오네. 그 봐라 말 된다. 입맛 돋우는 반찬 하나 없이 맨밥 한 가지 달랑 놓고 쓰는 글맛도 괜찮네. 썰렁한 물 부어 후루룩 떠먹고 잘 소화시켜 보자. 뭐, 입은 밍밍하고 양분이 없어 배야 금방 꺼지겠지만 안 먹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뭐라도 먹었다는 나름 든든한 포만감도 있고 오늘 끼니도 건너뛰지 않아 다행이라는 기분도 과히 나쁘지 않네. 그래서 오늘 글쓰기는 맨밥에 물 말아먹기! 이만하면 됐다. 다음번엔 맛있는 글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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