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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쌤 Aug 04. 2022

[북 리뷰] 알베르 카뮈, 《페스트》

실존, 우리의 삶이 흔들릴 때면

출처:알베르 카뮈 `페스트 La Peste` 선의의 연대로 재앙에 반항하라! (naver.com)


안녕하세요. 그니쌤입니다.


오랜만에 들고 온 북리뷰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많이 주목받은 책이지만 이번에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기 전에는 그냥 판데믹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그 생각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카뮈는 페스트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냄으로써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잘 포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을 '페스트'로 포착한 것이 너무 뛰어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럼 페스트 리뷰 빠르게 시작하겠습니다. 



줄거리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어떤 도시에서 페스트가 발생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창궐 단계로 넘어가고 도시는 봉쇄됩니다. 봉쇄된 도시에서는 방역당국뿐 아니라 민간 보건대를 조직하여 페스트에 맞서 싸웁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인간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며 페스트는 점점 사그라들고, 민간 보건대를 운영하였던 타루는 페스트로 사망하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 검색 결과, 책 검색 : 네이버 책 (naver.com)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의 철학자, 소설가입니다. 카뮈에 대한 공부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급한 대로 나무 위키 등을 찾아보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것 같습니다.






카뮈는 에세이 《TheReverse》에서 그의 전 생애가 여전히 개인의 자유를 깊이 파고드는 동시에 

허무주의 철학에 반대하는 데 헌신했다고 썼다. 

                                                                   나무 위키



페스트의 줄거리는 너무도 쉽습니다. 그렇지만 줄거리가 너무 쉬웠기에 소설가이자 동시에 실존주의자인 카뮈의 능력이 더욱 돋보인 작품 같습니다. 


 페스트에서 카뮈가 보여준 실존에 대한 고찰은 다른 작가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훌륭한 실존주의자들도 '페스트'라는 소재로 카뮈의 소설만큼 쓰기 힘들었을 겁니다. 


카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이 없었지만 이 책을 계기로 아주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실존을 유지해야 할까


 이제 카뮈가 '페스트'에서 말하고자 했던 점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카뮈는 사람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어떻게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실존을 유지해야 할까요?

도대체 사람은 왜 살아야 할까요?


 저는 페스트에서 3가지 키워드를 찾아보았습니다.


1. 두려움과 허무주의


 인간은 당연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죽는 것은 모르지만 인간이 확신할 수 있는 단 하나는 우리가 죽는 것입니다. 인간은 생존 중에서도 언제나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잊으며 (애써 잊은 척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는 이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마취시키는 마취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생존이 즉각적으로 위협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페스트보다 더 빠르고 깊숙하게 인간들 사이로 파고들 것입니다. 그것이 전염된다면 '어차피 죽으면 끝'이라는 삶에 대한 허무주의가 더 매섭게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겠죠.




"아! 차라리 지진이기나 했더라면! 한 번 와르르 흔들리고 나면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을 텐데... 그런데 이 망할 놈의 병은 글쎄!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까지도 생병을 앓게 된다니까."

                                                          -페스트, 민음사, 155p-




위의 말은 한 등장인물이 한 말입니다. 위에서 보듯 지진은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살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 한 도시에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페스트는 전염병으로 인해 질병이 걸리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카뮈는 페스트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한 도시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전제로, 우리가 죽음을 마주할 때 가지는 두려움과 허무주의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2. 허무주의의 극복 - 받아들이기, 성실하기


 도시 곳곳에 퍼진 두려움과 허무주의 속에 사람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갑니다. 카뮈는 여기에서 주인공인 '리외'와  '타루'라는 기가 막힌 인물을 설정합니다. 카뮈는 두 인물을 통해 자신이 가진 생각을 전달하는 듯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 패닉 상태가 되며 신에게 의지하려 교회로 모이고,  보건 당국은 페스트에 대한 대응을 망설이고 었습니다.  타루는 보건대를 조직하자며 의사 이외를 찾아옵니다. 





만약 어떤 전능한 신을 믿는다면 자기는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것을 그만두고 그런 수고는 신에게 맡겨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신을 믿는 이는 없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자기를 포기하고 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며,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리유 자신도 이미 창조되어 있는 그대로의 세게를 거부하며 투쟁함으로써 진리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스트, 민음사, 170p, 리외에 대한 설명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던 중 타루는 한 마디를 합니다. 





"신이 그렇게 침묵하고만 있는 하늘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페스트, 민음사, 172p, 타루의 말




두 인물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으로 민간 보건대를 조직합니다. 이렇게 카뮈는 두 인물을 통해서 두려움과 허무주의를 극복해내고 맞서 싸우는 인간상을 설정합니다. 더불어 신 또는 형이상학적 존재를 믿지 않고 실존 그 자체를 받아들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소설의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간 보건대는 사람들에게 페스트에 대응하여 맞서 싸우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조금씩 알리며 자신들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갑니다.





3. 연대, 공동체 (뇌피셜 주의)


 여기까지 오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페스트'라는 설정이 인간에게 허무감과 두려움에 대한 극복이라는 주제로 과연 옳을까요? 허무함과 두려움은 지진, 화산, 전쟁 등 어떠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힘으로 두려움과 허무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타루나 리외가 집단이 아닌 개인적으로 상황을 타개했다면 어땠을까요? 리외는 의사라는 직업을 이용하여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만 안전한 일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타루는 문을 닫고 페스트로부터 혼자 도망쳐서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카뮈는 '보건대'와 같은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인류가 개인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연대'와 '공동체', '인류애'를 통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설정이 아닌가 합니다. 

https://blog.naver.com/zoomwk/222134733200

 만약 페스트가 아니라 개인적인 질병인 '백혈병'으로 설정을 해볼까요? 백혈명은 전염도, 유전도 되지 않는 지극히 개인적인 질병입니다. 백혈병도 그 당사자에게는 생존을 위협하고 두려움과 허무주의를 되살려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죠. 그럼 두려움을 극복한 개인의 의지만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 병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 약을 개발하는 사람들(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들, 간절히 기도하는 가족들 등 아무리 개인적인 병이라 해도 혼자서 극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즉, 실존주의자로 분류되는 카뮈도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연대, 공동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파우스트에서 괴테가 결국 바람직한 인간사회를 위해 간척사업을 하여 마을을 넓히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마치며


 페스트는 그 줄거리는 매우 쉬우나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실존주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설정들을 통해서 카뮈는 개인의 실존을 넘어 인류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려움과 허무주의에 빠지고 상황을 피하려기보단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개인의 허무와 두려움을 극복해도 절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어떤 상황에서든 두려움과 허무주의를 이겨내시고 자신을 충만하게 해주는 공동체에서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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