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백혈병이 내게 왔다 -골수검사, 그리고 입원

골수검사, 그리고 입원

by 근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8시에 서울에 도착했다.


엄마, 동생이 함께 왔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1명만 같이 들어갈 수 있어서

엄마가 함께 들어오셨고,

동생은 대기실에서 쉬다가 필요한 물품이나 음식을 전달해줬다.


도착하자마자 응급실로 달려가서

혈색소 수혈을 받고 침대에 누웠다.


응급실 침대는 너무나 비좁았다.

환자 이불도 없었고,

보호자 의자만 하나 있었다.


병원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나의 경우에는 응급으로 받는 골수검사여서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오늘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예약해서 대기하는 동안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에

일단 올라와서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그냥 중간에 빨리 끝나거나, 시간이 나서 불러주면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너무너무 지루하고, 할 게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 병원 생활을 해보니

이 정도 기다림은 기본이었다.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며 엄마와 둘이 있었다.


아픈 나를 보면서 앉아있는 엄마,

그리고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누워있는 나.


느낌이 너무 이상했고,

엄마와 나의 자리가 바뀐 거 같았다.


누워서 계속 혼자 울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엄마는 자리에 안 계셨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일어났다.

생명줄처럼 연결된 빨간 피가 걸려있는 폴대를 끌고

화장실로 나가려는데,

복도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하고 나가 보니 엄마가 계셨다.

그렇게 씩씩해 보이던 엄마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거기에서 주저앉아 울고 계셨다.


차마 아는 체 할 수 없어서 그냥 침대로 돌아가서 누웠다.




오전 열 시쯤 혈액 병원에서 나를 찾았다.


곧 골수검사를 하러 3층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이미 검색을 통해 골수검사가 매우 위험하고 아픈 검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긴장이 되진 않고 오히려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막상 올라간다고 하니 매우 긴장되었다.


얼마 후 이송 사원분이 오셔서 내 침대를 끌고 가셨다.

나는 아프지 않은데 너무 위중한 환자처럼 침대에 누워서 가는 게 민망했다.


혈액 병원 안에 있는 주사실로 가서 대기했다.





골수는 혈액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세포이다.

최근에는 골수라는 용어보다는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

'혈액을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라는 용어로 바꿔 부른다.

그런데 아직 혈액암 환자 본인 또는 지인이 아니면 이 용어 자체를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나도 골수라는 용어 대신 조혈모세포라는 단어를 쓰려고 한다.



조혈모세포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해서 우리 몸에 많은 증상이 나타난다.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혈액의 3대 성분이다.

백혈구가 부족하면 감염에 취약해져서 사망에 이르고,

적혈구가 부족하면 몸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빈혈 등 증상이 나타나며,

혈소판이 부족하면 지혈작용이 안되어서 피가 멈추지 않고, 잇몸과 장기기관 등에서 출혈이 발생하고

온몸에 멍이 사라지지 않는다.


조혈모세포는 우리 뼈속에 있기 때문에 골수조직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뼈를 뚫고 그 안에서 조혈모세포 조직과 주변 뼈조직을 채취해야 한다.


그리고 조혈모세포는 엉덩이 골반뼈 근처에 밀집된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골수조직검사는 좁은 침대에 엎드리거나, 새우 자세를 취하고

골반뼈를 뚫어서 채취한다.


골수검사.jpg 출처: 서울아산병원(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management/managementDetail.do?managementId=49)


골수검사의 통증은 사실 마취하는 동안만 참으면 되는데,

문제는 골수 채취할 때 느껴지는 엄청난 불편감과 뻐근함이다.


이게 아프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그냥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소리도 낼 수 없고 그냥....

아무튼 생애 처음으로 겪는 그런 종류의 아픔이었다.




골수검사가 끝난 후에는 최소 2시간 이상

반듯이 누워서 지혈을 해야 한다.


혈액암 환자 특성상 혈소판이 매우 부족해서

최대 4시간까지도 걸린다고 한다.


누워있을 때는 바늘이 들어간 부분에 모래주머니를 대고 누워있어야 하는데

이거 때문에 허리가 아작이 난다..


1층에 내려오는데 엄마와 동생이 나를 발견하고

또 복도에서 눈물바다가 되었다.





응급실 자리로 돌아와 지혈을 하며 잠이 들었다.


혼자 누워있는데 갑자기 레지던트? 의사분이 찾아오셨다.


" 환자분 지금 갑자기 혈액 병동 자리가 났는데요,

환자분이 응급실 입원 중이라고 교수님이 바로 입원하라고 하시는데

오늘 바로 입원하시고 치료받으시겠어요? "


혹시 몰라서 짐을 싸오긴 했는데,

오늘 바로 입원할 거라고 생각은 못했다.


" 그리고 지금 입원하는 병동은 간호 통합 병동이라서 보호자 출입이 안 됩니다.

대신 조무사님들이 다 도와주실 거예요. "


그 말을 듣고 2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얼른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조금 미룰 것인가.


그리고 내가 혼자 들어가는 게 나을까,

아니면 보호자랑 같이 가는 게 나을까.


나는 엄마가 오면 상의해보고 말씀드렸다.


"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머님이랑 상의해보시고 빨리 결정해주셔야 돼요.

입원 안 하시면 다른 환자분에게 연락드려야 하니까요. "


엄마가 자리로 돌아오셨고

말씀드렸더니 곧장 입원하라고 하셨다.


나도 간호간병 통합 병동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쨌든 부모님과 동생은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보호자가 함께 가면 옆에서 너무 힘든 게 보일 것 같기도 했고,

혼자 있는 게 내 멘털에 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원을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오후 늦게 쯤에 입원실로 올라갔다.





keyword
이전 08화어느 날, 백혈병이 내게 왔다. -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