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뉴스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제목이 있다.
교대 인기와 교대 경쟁률 하락 그리고 임용 절벽.
우리 아버지 시대에는 정말 할 거 없을 때 선택하는 직업이 '교사'와 '공무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 교사는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지만 언제나 안정적이고 좋은 직업'으로 꼽혀왔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특히 '교대'는 항상 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뉴스를 보면 '교대'와 '교사'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는듯하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교대 인기 하락에 대한 근거를 크게 2가지에서 찾는다.
'수능 9등급의 교대 합격', '학령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임용 절벽'.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사실들만 보도하는 언론을 한두 번 겪는 것은 아니기에
이런 뉴스들에 크게 실망할 것도 없다.
가장 가까운 예로, 2년 전 집값이 폭등할 때 언론에서는 무슨 짓을 했는가?
그들은 아무 책임감도 없이 거리낌 없이 부동산 공포 분위기, 주식과 코인 등 투자 열풍 등을 보도하며
우리를 벼락 거지로 만들었다.
지금 와서도 변하지 않는다. 집값 폭락, 주식 폭락 등 언제든 시류에만 휩쓸려 제대로 된 생각 없이 내보내는 것이 언론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론 또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교대 추락', '교사 추락'이라는 말에 대해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는 사실상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복합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따로 언급하진 않으려 한다.
9등급 합격의 진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논란 거리가 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언론에서 떠드는 9등급 합격은 '1차 합격'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교대는 최소 중상위권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입학해왔다.
그리고 국민들의 정서상으로 봐도 교사의 인격과는 관계없이 수능 9등급을 받은 교사에게 자신의 자녀를 맡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편견이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다. 수천 년 동안 편견이 인간을 지켜주기도 했으니까)
이 사건의 진실은 1차 합격은 1.5배수까지의 학생까지 합격하기에 나온 에피소드이다.
예를 들어 총 합격 인원이 100명이라면, 150명까지는 합격이다.
만약 총 지원자 수가 130명이라면 점수와는 관계없이 130명 전원 합격이다.
이 유튜브에서 당사자가 말하기를, 합격할 생각이 아니라 경쟁률이 1.5 미만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교대에 지원했다고 한다.
교대 입학 경쟁률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유명 대학교도 특정한 해에 예상치 못하게 미달이 나는 경우도 있다. 즉, 어느 대학교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논란 될 거리도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대 경쟁률이 작년 2.2, 올해 1.8인 점을 감안하면 이 학생은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서 전략적으로 특정 교대의 경쟁률이 낮을 것에 기대를 걸었다. 따라서 전체적인 교대의 경쟁률은 아직 1.5배수 이상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흔한 상황에서 언론은 왜 하필 교대와 초등 교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인가?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교대 지원과 커트라인 하락이 이슈가 된다는 건 전체 국민들이 '초등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상당히 큰 관심과 높은 눈높이를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 되지 않을까.
'초등 교사'에 대한 기대와 눈높이가 높다는 것은 우리가 받는 연봉 이상의 중요성을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하는 현상이라 믿고 싶다.
다만 진짜로 2차면접에서 합격한다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는 예상하기 힘들어보인다.
성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고는 하지만, 자식 일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게 사람이라서...
임용 절벽과 경쟁률 하락
위의 내용과 연관하여, 교대 경쟁률이 점점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임용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대의 특성상 초등 교사 합격이 어렵다면 메리트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임용 경쟁률이 올라갈 경우의 수는 응시자가 늘어나거나, 초등 교사의 T.O가 줄어드는 2가지이다.
현재 초등 임용의 경우 두 가지 경우의 수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에 체감상 더욱 힘들어졌다.
T.O가 줄어들면서 재수하는 인원이 더욱 늘어나면 응시자의 수는 늘어난다. 이런 현상이 몇 년 동안 일어나기에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교대의 정원을 줄이는 일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대학생일 때부터 불거진 문제이다.
10년 전부터 정원을 줄이고 교원 수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었음에도 전국 교대의 정원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0년 전부터 교대의 정원을 조절하고, 교원 수급이라는 본질에 맞게 입학인원과 교사 T.O를 조절했다면 교대의 입시 경쟁률은 크게 낮아지거나, 일정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대 정원을 줄이면, 낮아지는 T.O와 발맞춰서 적체되는 교대생, 재수생의 적체가 조금씩 풀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쟁 없는 임용?
예비 교사들 또한 현 상황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대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 합격이 보장되는 사회?
경쟁이 없는 사회? 변화가 없는 사회?
그것 자체가 허무맹랑한 소리이다.
지금의 상황이 나쁘고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잠깐 그랬던 순간이 있었던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중한 가치를 얻으려면 노력과 경쟁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조심스레, 아니 당당히 말씀드리건대
임용 합격이 보장되기 때문에, 빠른 취업 때문에, (그럴 일은 적겠지만) 사회적인 지위 때문에
교대에 오는 분들이라면
진지하게 다시 진로를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나이가 몇 살이건 경쟁을 통해서라도 정말로 교사,
가르치는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교대에 와도 늦지 않다.
(사실 공립학교 교사는 "가르치기'도' 하는 공무원"이다.)
뿐만 아니라 9등급 입학이 자신의 자긍심에 문제가 되는가?
내가 생각했을 때 교대라는 특성상 모두가 9등급이 가는 곳이 되어도
1등급 학생이 지원할 수도 있다.
자신의 자긍심을 남의 성적에 비교한다는 건 납득하기가 힘든 부분이다.
후배들이 이런 뉴스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살지 말고 자신의 자긍심에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교전원' 도입
교육부는 임용 합격률 하락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교전원'이라는 제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사의 역량강화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안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교육전문대학원이라는 제도를 통해 학위를 취득한 후 2년 수습교사를 한 후에 1급 정교사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http://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9946
나는 처음 교전원을 접했을 때 교대와 사대는 당연히 분리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 운영되는 교육대학원이랑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교대 4년 졸업 후 2년 대학원 생활을 한 후 초등 교사로 자동 발령되는 제도일 거라고.
그런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대학 전공과는 관계없이 교전원만 졸업하면 수습 기간 후 교사가 되는 것 같다.
물론 수습 기간이 있다고 하지만, 수습 기간에 자진해서 그만두거나 채용이 안되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사실상 교전원 졸업만 하면 교사가 되는 구조일 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교육부 장관이 교육대학교와 사범대학교의 차이는 알까?
초등학생과 중-고교 학생의 특성 차이를 이해는 하는가?
그럴 거면 차라리 교·사대 통합 후 6년 과정으로 하는 것이 맞다.
최소 2년간은 공통적인 교육학 및 교과교육론을 배우고, 3~4학년부터 초, 중, 고 심화를 나눈 후 2년 동안 대학원에서 실습 및 심화 전공에 대해 배운다면 찬성하는 바이다.
교전원이 말이 안되는 이유 몇 가지를 생각해보자.
1.
정부는 임용고시 낭인을 방지하고자 교전원을 만든다고 한다.
진심으로 현재 교대와 사대에 새로 교육전문대학원을 운영한다면 고시 낭인이 사라질것인가?
아니, 오히려 지역별로 교전원의 서열화가 이루어지고 또 교전원 고시가 생겨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특히나 원래부터 시험 자격을 제한하여 그나마 경쟁률이 덜한 교대생들의 입장은 어떨까.
일반학과에서 몰려드는 경쟁자로 경쟁률은 또 늘어나고, 다시 입시낭인이 생기겠지.
왜 본질적인 것은 가려두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인가.
2.
임용고시가 낭인을 만들어내는 허례허식인가? 절대 아니다.
임용고시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공부이다.
교육과정이란 교육철학, 방법, 내용, 목표등을 모두 포괄하는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용고시를 보며 1~6학년까지 모든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외우다시피 하고
특정 학년 교과서의 어느 부분에, 어떤 내용이, 어떤 원리를 통해서 어느 수준까지 다뤄지는가를 끊임없이 공부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년별, 교과별로 수직, 수평으로 직조해내는게 교육과정 공부다.
그렇기에 교사 자격 시험이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단계를 1~2년 거치고 나면 자동적으로 어떤 수업에서 무엇을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지 떠오르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1+1을 외우라고 할 것인가? '숫자 읽고 쓰기'라는 문제를 아이의 시각으로 보며 그것의 가치를 느끼게 해줄 수 있으려면, 숫자 탄생의 배경과 감각 자체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임용시험에서는 그런 모든 것을 다룬다.
임용 2차에서는 학생들에게 실제로 적용할 발문, 질문, 말투와 행동까지 모든 것을 연습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학급을 맡으면 어떤 철학과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인지 실제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모든 것들을 임용고시 없이 그냥 교전원에서 가르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집중적으로, 긴장감을 가지고 1~2년을 공부하는 것과 교전원에서 수업의 일환으로 참여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교전원 졸업 = 임용 패스' 이것은 말도 안되는 논리이고, 임용고시를 없애려면 교전원 실습 시간, 학점과 졸업 시험, 논문 자격 등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
3.
또 정부에서는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교전원을 운영한다고 한다.
대학원에가서 얻을 수 있는 역량 강화는 무엇이 있을까? 논문 작성? 토의토론?
대학원에 가서 이론적인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대부분 교사들은 호봉 또는 승진을 위해 대학원에 간다.
현장 교사들이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록 느끼는 것은 이론과 현장의 괴리이다. 실제로 이 괴리가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정부가 대학원에서 추구하는 교사의 역량강화가 '실천적 연구가'로서의 교사인가?
현장에서 연구를 실행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그건 개인의 기호이다. 연구는 하지 않아도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교사는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을 재현해내는 사람이지, 그것을 평가하고 피드백할 의무는 없다. 그것은 연구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차라리 예비교사들의 실습 기간을 더 늘리고, 현장 교사들은 다양한 주제의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장 교사들의 행정업무들을 경감해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4.
외부에 교직을 개방하여 다양한 분야를 학교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도 동의할 수 없다.
위에서 말했듯, 초등과 중등 교육과정 자체가 다르고, 아이들의 발달 수준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지식에 대한 해박한 이해, 가르치는 교수 방법 등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의 기본은 학생들의 발달수준과 특성에 대한 이해이다.
교전원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여 원래 교직에 뜻이 없던 사람도 일자리를 위해 교직에 온다면 어떨까?
다양한 지식과 함께 자본주의, 속물주의, 전문화, 파편화가 유입될 것은 당연하다.
모든 구성원이 양보한다고 해도, 교전원이 인정될 수 있는 최소의 방안은 현재 운영되는 교대와 사대의 커리큘럼에 2년간의 대학원 추가 교육 후 임용이다. 그리고 두 가지 혜택, 임용 후 1호봉 추가와 기간제 교사 활동을 통한 수익과 현장 경험을 허가한다는 것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교대와 사대는 교원의 자질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적 검증이며 지금까지 큰 이견 없이 잘 운영되던 제도이다. 굳이 교대와 사대를 없앨 이유가 있는가?
현재의 임용 문제는 교,사대가 문제가 아닌 교사 수급에 대해 제대로 계획하지 못한 탓이 크다.
5.
또 언론에서는 SW 및 인공지능 교육 등을 운운하며 교대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재능이 있는 교사들이 필요하다고 떠들어댄다.
제발, 제발 좀 그만하자. 그런 극단적인 경제 논리 좀 학교에, 특히 초등학교에 끼워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냉정히 바라보자. 그런 교육들은 어디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리의 초등학교는 '전인(Whole man)'을 키우려는 것인가, 산업의 역군을 키우려는 것인가?
생존경쟁에만 매몰된 시대와 학교를 생각해 보면 이미 답은 나와있는 것 같긴 하다.
아! 마법처럼 'SW 교육을 통한 인성교육' 보고서 또는 지도안으로 수업을 하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이러한 지도서나 보고서에는 기괴한 생명체처럼 다음과 같은 문구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양보: 친구와 양보하며 SW 기기를 사용한다.", "협동: 모둠원과 협동하여 과제를 수행한다."
각종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학교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대의 학교에 가장 필요하다.
특히 저런 자본주의를 위한 미래산업역군 만들기 프로젝트 말이다.
학생들이 사회의 온갖 나쁜 공기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막고,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모습을 최대한 오랫동안 지켜줘야 하는 것이 학교가 아닌가?
2024년부터 시행한다는 이야기를 보긴 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년 안에 교대 교육과정을 다 바꾼다고? 그런 졸속 행정이 유효하다고 생각할까.
작년에 이야기 나온 학제 개편만 생각해봐도 뻔하다.
교육전문대학원의 학제 또한 교육과정 전체와 맞물려있기에 단시간에 개정 및 시행은 불가능하다.
또한 여론에 대한 수렴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24년부터 교전원으로 전환한다는건 믿기 힘들다.
우리 인생에 확실성을 가진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불확실하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져야만 한다.
교육제도와 교육 그리고 그 제도를 뒷받침하는 '교사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공립교육은 더욱 그렇다.
'계몽'이라는 미명 아래 현시대 국가의 요구와 필요를 '설파'하는 것이 공립교육이며
그 사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교육의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육'이라는 분야는 (교육이 신성시되지 않는 한에서)
'인간의 전인적인 성장'이라는 단 한 가지의 본질은 최대한 지켜야 한다.
국가 교육과 같이 복잡하고 커다란 담론을 경제논리로, 강압적으로 단순히 처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교사 양성의 내용과 제도' 또한 위에 말한 교육의 본질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