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의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나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의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생각대로' 사는 것과 '생각으로' 사는 것은 다르다.
'생각대로' 사는 것은 운이 좋은 것이다. 쇼펜하우어식으로 말하자면 의지와 표상이 일치하는 것인데, 이건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자신이 '생각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운이 좋거나, 자신의 표상이 의지에 맞춰가는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 사는 것은 나의 행동이나 생각의 판단 근거가 '나 자신'으로부터 정립된다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인생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산다는 말이다.
나의 인식과는 관계없이 흘러가는 의지 속에서,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판단 근거들은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는 중인가? 여기에서 '정상적'이라는 말은 어떤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과 판단을 하고 있느냐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전문가, 주변 사람, 이웃 등 다른 이들의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가.
특히 극단주의자들에게 말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순간과 공간에서 어딘가에 휩쓸려가고 있는 것 같다.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기후처럼, 우리의 사상과 생활도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중세 시대에는 '종교'와 그 교리에 따른 '선'에 의해서 모든 자아를 잃었듯이,
현대 민주 사회는 '절대적인' 자유와 평등을 자처하는 극단주의자들에게 세뇌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중세 시대에 일어났던 마녀사냥 또는 여러 가지 사례 등에서 미개하고 야만스럽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눈에는 대부분의 현대인이 그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오늘날 우리는 극단주의자들이 부르짖는 민주적 가치들에 의해서 스스로를 검열하고, 비난하고, 감시하는 숨 막히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상식이 아닌 것들이 상식처럼 되어버리고, 극단주의자들이 벌려놓는 말들을 '상식'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신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공감과 무조건적인 이해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극단주의자들의 말을 퍼나르며 깨어있는 척, 남들과는 다른 척,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 공감하는 척하는 것은 아닌가?
특히 언론과 매체라는 것들은 극히 일부의 자극적인 것들 만을 대부분의 사례이며 올바른 의견인 양, 연일 보도하며 이런 현상들을 부추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이 보도하는 것들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는 (자기도 모르게 그게 진실인 줄 아는) 우리의 모습이다.
내가 청년에게 바라는 것은 밤낮 저를 잃고 남만 높여서 남의 발뒤꿈치를 따르는 것으로 잘난 체를 하지 말라. 제 뇌로, 제정신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백범 일지
들려오는 소식과 뉴스, 수많은 사람들의 판단 등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발 다시 한번만 생각해 보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그러면서도 항상 나 스스로의 판단도 경계하자.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기 마련이니..
나 자신까지 포함해서 아무것도, 아무도 순순히 믿지 않는 자세로 신중하게 판단하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나를 발견할 때 스스로를 경멸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길. 자신이 삶(판단과 행동)의 주체가 되길.
자신이 자신의 입법자와 판관이 되길.
특히, 나의 '생각으로' 삶을 채워나가면서 당당하게 말하고 가르칠 수 있는 용기와 그러면서도 세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혜가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