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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쌤 Jul 25. 2023

초등교사는 전문직인가?

전문직인듯 전문직아닌 전문직같은 초등교사



 우리 교장 선생님께서는 항상 '교육전문가'라는 말을 강조하신다.

현장에 있다 보면 도대체 초등 교사의 전문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중등과 고등은 각 과목별로 전문가 느낌이 물씬 나는데 초등은 도대체가 '전문가'라는 근거가 애매하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전문가(expert)'라는 느낌은 있지만 이마저도 와닿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성인들은 무의식중에 자기도 초등 교사는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처럼 느껴지는 건 너무 과대망상인가?

 의사, 변호사, 건축가 등은 '전문직'이라는 데 전혀 이견이 없다. 하지만 왜 유독 교사만 '전문직'이라는 게 애매한 것일까?


 작금에 들려오는 초등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들, 학부모님들의 민원 등에 대한 원인도, 결국 초등 교사가 전문직이라는 인정과 존중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에 기반한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부를 때 모르는 사람에게도 '선생님', 주민센터 민원인들에게도 '선생님', 미용사에게도 '선생님' 이런 말을 사용하는건 아닐까? 우리 주변엔 선생님이 너무 많다.


도대체 초등 교사는 어디에서 전문성을 찾아야 할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네이버에서 이야기하는 전문의 뜻은 이러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사전에서 이야기하는 전문직은 이런 뜻이다.

두 가지를 합쳐보면 '전문직'은 어떤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오직 그 분야만 연구하거나 맡는 직업'


 인터넷상에서 여러 가지 검색을 해보면 '전문직'의 특성들에 대해 나오지만 그냥 내가 생각하는 전문직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1. 전문성은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에서 온다.



 예를 들어 전문직이라고 하는 법조인, 의사, 엔지니어 등은 오랫동안 공부와 수련을 하면서 그 직종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쓴다. 우리는 그것을 '용어'라고 한다. 


 이러한 사례를 생각해 보면 초등 교사들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4년 동안 대학에서 공부한 교육학과 교과교육학 등의 과목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나 학부모 상담을 할 때도 그리고 서로 수업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도 말이다.


 잠재적 교육과정, 메타인지, 인지부조화, 동화와 조절, 스캐폴딩 등의 교육학 용어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전문가처럼 느껴질 것이다.


 특히 공립교사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에 대한 이해력이다. 교육과정에는 우리나라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에서부터 초등학교 교육목표, 이에 도달하기 위한 교과별 성취 기준과 핵심 아이디어 등이 담겨 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내용들이 자신의 성향이나 생각과 다를 수 있겠지만 공립학교 교사들은 서로 교육과정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개별 교사가 추구하는 교사 교육과정도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인간상 성취기준과 을 바탕으로 적용해야 교사로서, 교육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아이디어, 내용체계 등보다는 교과서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교육과정은 너무 방대하기도 하고, 경력이 오래된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말만 바뀌었지 가르치는 내용은 똑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고 의견을 나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왜냐하면 교육과정 분석과 재구성은, 단순히 이 내용을 '하자 or 말자' 정하는 게 아니라 교사의 교육철학과 그동안에 쌓인 노하우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개정 교육과정의 추구하는 인간상과 교과 편제 등은 반드시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교육과정을 제대로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적용을 할 수 있을 때 초등 교사의 전문성은 비로소 인정받을 것이다.





2. 그 직종이 사회 전반적으로 존중받고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각 직업별로 직종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위에 말한 전문직이 사용하는 언어는 '용어'라는 말이 붙는다. '법률 용어', '의학용어'처럼 말이다. 하지만 직종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이 '은어'라고 불리는 직업들이 더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직종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의 존중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판사와 변호사의 말 한마디, 의사의 적절한 처방은 한 사람의 인생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교사의 한 마디도 그에 못지않은 힘을 가진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농구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때 농구부 선생님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너는 키가 너무 작아'


 나는 그 말을 듣고 '아 나는 운동선수를 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깊숙이 새겨졌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도 교사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5학년 때 선생님이 '돈도 없는 데 왜 학교를 오냐, 꺼져라'라는 말을 했다. 이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최근 들려오는 안 좋은 뉴스들을 보면 교사에 대한 신뢰와 교원의 지위가 많이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교사를 존중하고 교육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사실 그렇게 믿고 싶고, 그래야만 이 일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활용하는 언어가 '은어'가 아닌 '교육학 용어'로 불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항목에서 보면 교원은 전문직에 충분히 속할 수 있다.




3. 육체노동



 보통 '전문직'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볼 때 육체노동의 비중이 현저히 떨어진다. 다른 직업과 직종에 대한 비하는 아니지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육체노동의 비중이 적은 직업들을 전문직으로 인식하는듯하다.


 교과 활동에서 또는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은 생각보다 많은 단순노동, 육체노동을 한다. 하지만 그 비중이 낮다고 생각하기에 이 항목에서 본다면 교원은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다. 




4. 이론적 바탕과 법적 지위(자격증 여부)


 그런데 오늘날 사회에서는 육체적인 노동의 비중으로 전문직을 구별할 수는 없다. 육체노동의 비중이 높더라도, 이론적인 교육을 받거나 공부해서 이론적 바탕이 있는지의 여부는 '전문직'에 해당하는 매우 큰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같은 건축 현장에서 일하더라도 일용직 노동자를 '전문가'라고는 하지 않는다. ('숙련공'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건축가들은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수년간의 공부를 통해 이론적 바탕을 갖추고 현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에서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면허' 또는 '자격증'이다. 아무리 숙련된 노동자라고 해도 이론적 바탕이 필요한 '면허' 또는 '자격증'을 소지하지 못하면 전문직 또는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한다.


 교사는 대학 4년간 이론적 바탕과 실습을 통해 '가르치는 일'을 배우고 실천한다. 그리고 법으로 정해진 시험을 통해 교원자격증을 얻는다. 이런 관점에서는 교사를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5. 수련 기간과 공부량, 난이도의 차이


 의사,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군에 비해서 교사는 수련 기간, 공부량, 난이도와 경쟁률 등에서 다소 쉬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단순히 이 부분을 생각하면 교사는 전문직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교육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 심리, 사회, 철학 등 전반적인 교과목을 다 알아야 한다. 특히 학년성에 맞는 의사소통과 학습 내용 수준 조절, 학급과 개인에 맞춘 적절한 피드백 등은 절대적인 난이도를 비교하기 어렵다. ( 그래도 수술이나 재판보다 숙련 기간이 짧다고 할 수는 있겠다.)


  어쨌든 이번 항목을 일반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교사는 전문가라고 부를만한 수련 기간과 내용의 난이도가 타 직군에 비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생각하는 전문직의 조건은 위의 5가지 항목이다. 몇 가지 관점에서 교사는 전문직이라고 볼 수도 있고, 몇 가지 관점에서는 교사가 전문직이라고 말하기는 부족한 바도 있는 것 같다. 




 다만 나는 스스로를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연봉도 높지 않고, 애매모호하더라도 나에게 교사는 '전문직'이다. 그 근거는 교사들이 사용하는 용어, 이론적 바탕과 꾸준한 교육 활동, 법적 지위로 봤을 때 교사는 전문직이다. 그렇기에 교사와 교사의 교육활동은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사실 이번 글은 최근에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안 좋은 이야기들에 대해 나 스스로를 다독이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몇 년 전부터 벼락 거지, 상대적 박탈감 등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많은 선생님들에게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교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이 대세를 이루지만, 나의 인식 밖에서 들려오는 것들이 내가 교직을 포기하거나 스스로를 깎아내릴 이유는 되지 못한다. 운이 좋게도 나는 아직 교직을 비하할 만한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 말이 그 선생님들을 탓하거나 그분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탓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분들의 겪은 일이 언제든지 나에게도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다독일 뿐이다. 


나의 생각으로 살아가기




   나는 머지않아 교사에 대한 인식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 믿는다. 위에서 말했듯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과 교사에 대한 존중심은 아직 높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교사들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 이상 우리가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아니다. 교육 현장의 여러 가지 제한점을 제쳐두더라도 교육과정을 읽어내고 적용시킬 수 있는 능력,  교육전문가로서 적절한 용어 사용 등의 전문성을 보여야 교사에 대한 신뢰가 더 빨리 되돌아올 수 있다. 




 만약 어떤 선생님께서 이 글을 보셨다면, 아래 링크에 가서 방학 동안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이라도 한 번 보심을 조심스레 권해본다.


2022개정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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