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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쌤 Aug 27. 2023

니체처럼 살지 마라

니체에 대한 첫번째 반기이자 극복.





니체처럼 살지 말라는 것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니체와 같은 생활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는 니체의 사상을 본받지 말라는 것이다.


철학자로부터 어떤 사상을 본받고 산다는 것과, 그 사람의 인생대로 살라고 하는 것은 혼동될 수 있지만 매우 다른 차원의 말이다. 특히 '삶철학'이라 불릴 만큼 사상과 삶이 일치하다고 평가받는 니체의 경우에는 독자들이 두 가지 차원을 혼동하기 더 쉽다.



예를 들어, 비록 초기이긴 하지만, 몇 년 전 니체의 아래의 글을 읽은 나는 순진하게도 니체와 같은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독 속에 살고, 모든 것을 전복하는 그런 삶.






나는 어떤 철학자가 모범을 보이는 정도만큼만 그를 인정한다.

····중략···

그러나 단순히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삶을 통해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반시대적 고찰 3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 - 책 세상, 406~7p





물론 쇼펜하우어를 극복한 니체가 추후 이 문장에 대해 후회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어쨋든 철학자와 교육자는 그 사상과 삶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 생각이야말로 내가 니체에게 첫 번째로 들어 올린 반기이자, 극복이다.






삶의 모습에 대한 니체의 질문





니체를 읽고 그의 삶 자체를 따라 하려는 유혹은 뿌리쳐야 한다.


이 매력적이고 교활한 사상가는 독자를 홀려놓고 마지막에 영악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삶과 철학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때문이다.


니체가 묻는다.


" 이제 나처럼 살겠는가? "


이 질문에 대해 "그렇습니다"라고 하면 니체는 그의 앞에 있는 순진한 세례자의 고개를 단박에 잘라버릴 수도 있다.


이 질문을 한 사람이 만약 진짜 니체라면,

니체의 집사들이 아닌 정말 니체라면,

그리스도가 아닌 니체라면 말이다.


 기본적으로 니체가 전해준 바는 스스로 삶의 주인이되고 자신이 되라는 것인데 니체처럼 살겠다니?

니체는 자기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말보다, 자기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를 더 싫어하지 않을까.


게다가, 니체의 삶은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쓸쓸하며,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에는 정신마저 온전치 못한 상태가 되었다. 당신은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 나는 그러고싶지 않다.


이제 나는 니체의 면전에 대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니체 당신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밝고 명랑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고 싶다.


사실 당신은 삶의 모든 부분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철학 교수가 되지 못한 것도, 결혼을 하지 못한 것도, 바그너에 가려서 인기를 얻지 못한 것도 모두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질투하고 피해의식을 가진 것은 아닌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사례들이 니체 당신의 삶의 모습이 당신의 '긍정' 사상과 일치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그렇기에 나는 더 이상 당신이 살아온 모습을, 그 궤적을 따라가지 않겠다"



라고 말이다.









사상에 대한 니체의 질문




니체가 다시 묻는다.



" 이제 내가 전한 복음을 생각하며 살겠는가? "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말하는 나 같은 독자들을 보며 니체는 또 자아도취에 빠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영원회귀, 모든 것에 대한 긍정, 위버멘쉬, 두 가지의 도덕...

니체가 글로 그려낸 사상들이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는 점에 대해선 절대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니체는 우리가 기대어 쉴 나무 한 그루가 아니다. 우리가 터전을 잡을 비옥한 토지도 아니다.

우리가 오르고 정복해야 하는 하나의 거대한 산이자 개척해야 하는 넓은 황무지이다.


니체의 독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태도는 그에게 의지하고 기대며 자신의 삶을 니체의 가치관에 맞추는 태도이다. 진실한 니체의 독자라면, 니체의 사상조차도 의심하고, 전복하려 노력해야 한다.


'니체처럼 살겠다고 다짐했었던' 독자의 입장에서 니체와 같은 삶을 따라 하는 것은 안된다. 니체의 삶과 사상을 알게 된 후 그의 사상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며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다. 독자와 니체의 타협이 극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니체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들을 바람직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니체의 삶과 사상을 분리해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의 삶의 모습과 나의 삶을 모습을 일치시킨다면 당신은 니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나는 악의에 찬 웃음을 띠며 물어본다.





당신은 이제 니체와 같은 삶을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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