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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쌤 Oct 29. 2023

[북 리뷰]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요즘 의미 없이 유튜브를 넘기는 일들이 잦아졌다. 책을 읽다가도 무언가 정보를 찾으려고 bing chat을 통해 검색하다 보면 어느샌가 유튜브나 다른 콘텐츠들을 시청하며 결국 책 읽기를 관두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집중력이나 도파민 등의 내용을 다룬 책들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그중에서 이 책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집중력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고민하고 단체적인 집중력 되찾기 운동을 제안한다. 이 책의 제목 <도둑맞은 집중력>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집중력은 누군가에 의해 도둑맞은 것이지 스스로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과연 무엇이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 간 걸까?


집중력은 왜 도둑맞는 것일까?


 작가는 현대 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시민이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너무 많은 것에 시달리며 집중력을 잃는다고 느낀다. 더 나아가 작가 자신뿐 아니라, 인류 전체적으로 보아도 집중력을 잃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가는 스스로 사회적 격리를 통해 집중력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집중력이 왜 퇴화되는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진다. 그동안 작가는 이 문제의식에 대해 스스로를 탓했다. 



 그러나 그는 수많은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는 두 가지 방향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개인 스스로 자제력을 길러 최신 기기들이나 소셜 네트워크 등에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실제로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도 매일 시도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패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독자가 개인의 책임을 다하는 것을 나 또한 강력하게 지지한다.


 그러나 이 주제에 관한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 


그러한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해서는 문제의 한 단면만을 실천할 수 있을 뿐이다.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23p




 도둑맞은 집중력의 특별함은 두 번째 방향이다. 작가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고 연대적인 행동과 요구를 통해  거대 기업들에게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전체적인 흐름


  이 책은 완벽한 논리로 흘러가진 않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집중력 문제는 개인의 차원뿐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그 구조를 살펴보면 산업혁명 이후 제기되는 '경제 성장 논리'가 배경에 있다. 현대에 이르러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인터넷, 휴대폰, 전자기기, 소셜미디어 등이 발달했고 경제 성장 논리와 결합되며 거대 기업이 탄생했다. 이 기업들의 사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수익 창출이다. 문제는 이 수익 창출의 방법에 있다. 거대 기업들은 우리가 언제,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 파악하면서 콘텐츠를 제공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오랫동안 가상 공간에 머물러 있을수록 거대 기업의 이익은 커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우리가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경제 성장 논리 아래 현대인들은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먼저 경제적 안정이 되지 않을수록 더욱 스트레스를 받고,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양 극단의 상황에 내몰린다. 너무 긴 노동시간과 영양가 없는 식단도 현대인에게 집중력을 빼앗기는 중요한 원인이다. 이것은 아이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이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자유권을 엄청나게 빼앗아갔다. 아이들은 감독하는 어른이 없이는 놀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놀이를 통해서 배워야 할 사회적 협동, 규칙 준수, 창의성, 인내력 등을 스스로 배울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크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집중력의 위기는 인류의 위기


  요한 하리 작가는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집중력의 위기가 인류의 위기라고 말한다. 집중력을 잃으면서 인류는 깊게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거대한 담론에 합의하지 못하고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 사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기후 위기 등의 문제는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 따라서 집중력을 다시 되찾아야 하며, 그 방법은 개인적 노력의 차원을 넘어서서 집단의 요구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대 기업을 향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서 그들의 수익 창출 모델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 속에서 불가능해 보일 것 같은 일들이 집단의 지속적인 목소리로 인해 바뀌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인종차별, 성차별 등 현재 많이 개선된 사회적 불평등과 불합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집단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예를 통해 우리가 거대 기업의 집중력 도둑질을 막기 위해 집단적 행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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