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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쌤 Dec 13. 2023

[북 리뷰]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중요한 것은 다시 의지(意志)하는 마음


 너무 유명한 소설. 덧붙일 말은 딱히 없다.

헤밍웨이의 마초적 성격, 남성적 문체는 너무 유명하다.


 다만 이 소설의 모티브가 매우 흥미롭긴 하다.

해설에 따르면 이 책을 쓴 모티브가 한 어부에 관한 이야기 일 거라고 말한다.


 헤밍웨이가 쿠바 바닷가에서 살았을 때,

물고기를 잡다가 실신했던 어부의 이야기이다. 

이 어부는 청새치를 잡았지만 상어에게 거의 다 뺏긴 상태였다.

놀랍도록 노인과 바다의 줄거리와 닮아있다.


노인과 바다 줄거리


 맨 첫 부분에는 출항 전 날 이야기가 나온다. 늙은 어부는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다음 날, 그는 출항을 했다. 얼마 후 그는 물고기가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노인은 감각적으로 엄청나게 큰 물고기라는 것을 느꼈다. 그 물고기는 노인을 아주 먼바다로 끌고 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물고기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마침내 힘이 빠진 물고기는 노인과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노인은 매우 힘들었지만, 처절하게 버텨내며 결국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한다. 잡아 올린 물고기는 배보다 더 길었고, 노인은 결국 그 물고기를 배 옆에 매어 두고 다시 육지로 돌아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물고기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가 노인의 배를 쫓아왔다. 처음에는 한 마리가 따라왔다. 노인은 칼로 상어를 죽였다. 다음에는 두 마리, 노인은 물고기를 죽이지는 못하고 쫓아내는 데 까지는 성공했다. 마지막으로는 상어 떼가 몰려왔다. 노인은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뜯어먹는 상어 떼를 쫓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물고기를 거의 다 잃고 만다.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자신을 따르는 어린 소년이 지켜보는 옆에서 사자 꿈을 꾸며 긴 잠을 잤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 후반기 가장 화제가 된 말이 바로 '중꺾마'이다. 이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우승을 하지 못한 한 프로게이머가 오랜 시간 끝에 우승을 한 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노인의 싸움은 정말 처절하다. 그가 청새치, 상어와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노인은 몸이 마르고 여위었으며 목덜미에 주름살이 깊게 패어있었다. 

(중략)

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늙어 버렸지만, 그의 두 눈만은 바다색과 꼭 닮아 활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났다.

8p




  위의 묘사에서 알 수 있듯, 노인은 매우 늙고 지쳐 보이는 인상이다. 게다가 그의 배는 아주 작은 나무 배였으며 청새치는 550cm였다. 노인이 청새치를 잡을 때 식량도 거의 없었다.


아주 늙은 노인이, 식량도 없이, 2일 정도를 잠도 거의 못 자고 낚싯줄을 맨손으로 잡고 있었다.




실제 사진은 아니겠지만.. 어마어마한 물고기이다.

 

 물고기와 노인의 싸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노인은 거의 정신을 잃었었다.

그럼에도 노인은 말한다.




 결국 그는 청새치를 잡아내고 말았다.

이런 걸 보면  도대체 인간의 불굴의 의지는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 청새치를 잡는 과정에서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85일 만에 물고기를 잡고, 그 물고기를 팔 수 있다는 희망.


 그런데 그 후 상어가 나타나서 청새치를 뜯어먹는 걸 보는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희망마저 사라지는 중에도 노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상어를 몰아내려 노력하고 싸운다.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자신의 물고기를 지켜내려는 노인의 투쟁은 감동적이다.


의지 너머의 고독


  노인과 바다에서는 아주 좋은 설정들이 있다. 소설에서 설정한 요소가 하나라도 바뀐다면 이 소설이

 보여주는 불굴의 의지에 대한 감동 자체가 많이 반감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설정은 '불굴의 의지 뒤에 고독'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 뒤에 있는 '고독감'이 노인의 의지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렇게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던 강한 모습 뒤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유약함과 고독, 외로움이 대비되며 소위 말하는 '반전 매력'이 더 돋보인다.


이 소설의 설정에 대해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이것은 소설의 미학적 요소에서 아주 중대한 부분이다.

 *만약 주인공이 아주 건강한 청년이었다면?


 노인은 사실 포기했더라도, 아니 낚시를 아예 나가지 않았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

그는 이미 늙었고, 지쳤으며 이미 84일 동안이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가졌고, 또다시 바다로 나아간다.


 주인공이 청년이었다면, 그가 바다로 나가는 것은 인간의 의지를 극적으로 보여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쳤을 것이며, 무언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청년이었다면 이런 고독감을 극대화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바다라는 공간


 다음으로 바다라는 공간이다.

노인은 배 한 척에 홀로 타서 바다로 간다.

사람들과 땅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멀리 끌려갔다.

 바다라는 공간에서 노인은 고독하게 홀로 물고기를 상대해야 했다.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르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물고기와 며칠간이나 사투를 벌이고

그것도 모자라 상어와 사투를 벌였다.


  '노인, 바다, 홀로'라는 설정 모두 인간의 의지가 가장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노인과 바다를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노인으로 투영해 볼 것이다. 나는 노인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견디고 다시 의지할 수 있는가? 작가는 노인과 바다를 통해 인간의 의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발휘될 수 있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노인과 바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다시 의지하는 마음을 다질 수 있다.


당신이 잡고 싶은 물고기는?


 그럼 물고기는 어디에 투영될까? 자기가 이루고 싶은 목표에 투영되리라 생각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물고기를 잡고 싶은가? 

그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노인처럼 처절하게, 끝까지 싸워본 적이 있는가?


 물고기를 잡고 난 후에 나타날 상어 떼는 어떨까? 기진맥진했을 때도 노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이 말이 무색하게 노인은 나중에 상어 떼에게 패배하고 만다.

하지만 이를 미리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다잡는 노인을 보며 우리는 감동하고 용기를 얻는다.


 상어 떼에게 패하고 나서, 노인은 좌절하지 않았다. 패배를 직감했을 때, 패배를 받아들이고 가장 알맞은 판단을 하려 노력했다. 그는 더 이상 물고기도, 상어 떼도 신경 쓰지 않고 나직이 말한다.



개인적으로 노인과 바다의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노인이 일어나서 다시 바다로 나가면서 결말을 맺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다시 의지(意志)하는 마음


 사실 의지를 유지하는 건, 마음이 꺾이지 않는 건 쉽지 않다. 특히 노인처럼 극한의 상황이 되었을 때 말이다. 나의 경험상도 그렇다. 내가 아픈 걸 알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의지를 잃을 때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금방이라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보이지도 않는 병과 모든 부작용 그리고 후유증을 마주하고서 

의지를 발휘하는 게 쉽지는 않다. 컨디션이 약간이라도 회복된다면 의지가 살아나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꺾이는 게 '환자의 의지'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사회 초년생일 수도, 취업 준비생일 수도, 큰 병에 걸린 사람일 수도,

아주 건강하지만 또 다른 목표를 찾아 나서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신은 삶에 아주 만족하며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당신이 누구든 인간이라면, 분명 그 의지가 꺾이는 순간이 온다.


 우리는 당연히 노인이 된다. 그리고 혼자가 된다. 노인처럼 원하는 것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얻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고군분투해서 그 물고기를 만나더라도 싸움에서 질 수도 있다. 물고기를 잡더라도 누군가에게 빼앗겨버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싸울 여력도, 의지도, 희망도 잃어버릴 수 있다. 한 번 의지를 가졌다고 해서 그 의지가 평생 이어질 수는 없다.

"나는 절대 의지를 잃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는

"다시 의지(意志) 하는 마음" 아닐까?


" 꺾이지 않는 마음 "을 가지려고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꺾인다면 다시 의지를 세우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 지금도 우리는 꺾여가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너무 꺾이지 않으려고 하지 말자. 의지가 꺾이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하니까. 꺾이는 것은 창피한 게 아니다. 무능력한 게 아니다. 작심삼일도 계속하면 꾸준함이 된다. 꺾였다면 다시 의지(意志)하는 마음을 갖자.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면 헤밍웨이를, 

바다 위에서 홀로 싸운 노인을 떠올리자.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우리에게 의지를 잃을 때가 있다는 게 분명한 만큼이나,

우리는 다시 불굴의 의지를 발휘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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