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위한 『자경문』

율곡 이이 『자경문』의 현대적 재해석

by 근쌤
베이지색과 분홍색 일러스트 전자책 책표지.png

새로운 시대를 위한 오래된 나침반


지난 글에서는 AI시대의 AI7030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글을 쓰고 주말에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받고 왔습니다, 같은 조에 계신 선생님들께서는 여전히 AI를 쓰는 것에 조금 거부감, 자기가 모르는게 생각보다 많았다는 충격과 공포, 불안도 느끼셨다고 합니다.


여전히 많은 교사들이 AI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은 오히려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s4x7cbs4x7cbs4x7.png

이번 글에서는 AI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AI시대에 가장 필요한 '주체성'과 '평생 학습자'를 키워드로 "AI자경문"이라는 실천적인 지침을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율곡의 자경문

AD_4nXc_elDalno11ByfqqwQotpWqZLiNQQt3Gzx9-3S_G2NxVBp28wbfc3L7galW2Bb2DShUhRXMleGFoAequYb0e9AFYvBlaQqShMYSPKr7FVjt1R-g0ltEgTwdtQXLcaKtC0pBmzmvA?key=bDO5jhSyxJgUXlx9IRlrcA

자경문이란 율곡이이가 19세에 학문에 본격적으로 정진하기 위해 학문에 대한 뜻과 자신의 내면을 수양하기 위한 글입니다. 자경문은 당시 학자들이 모두 필사하고 따라했을만큼 문장과 뜻이 대단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굳이 약 500년 전의 사람을 지금 들고 왔을까요? 율곡의 자경문이 시대와 분야를 초월한 힘을 갖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율곡 이이의 『자경문』이 시대를 초월하는 힘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극심한 실존적 위기를 겪은 한 청년이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벼려낸 치열한 자기 극복의 도구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경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이 탄생한 용광로, 즉 율곡의 삶과 시대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율곡이 살던 시기는 사화가 많이 일어나던 정치적, 정신적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대에서 율곡은 어머니 신사임당을 밑에서 공부하여 성인이 되기 전 장원급제를 무려 아홉 번이나 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율곡은 방황했습니다. 그는 삶의 의미를 찾으며 불교에 입적하기도 했지만 얼마 후 다시 유학자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유학자로 돌아오면서 학문에 대한 뜻을 세우고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 쓴 글이 자경문입니다.

저는 다음 3가지의 부분에서 율곡의 자경문이 오늘 날에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1. 주체성:

시대를 관통하여 인간이 공유하는 근본적인 과제는 우리의 방향을 흔들리게 하는 외부적 요소(율곡에게는 모친상과 불교, 사회적 혼란, 우리에게는 AI과 국내외적 혼란) 앞에서 어떻게 '주체성(主體性)'을 유지하는가입니다. 기술이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고 더 나아가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성찰의 힘'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됩니다. 율곡이 불교의 심오한 철학에 매료되었으면서도 결국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돌아섰던 것처럼, 우리 역시 AI의 편리함과 강력함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면의 중심을 세워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입니다.

<나는 나의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2. 시작점:


자경문은 자신의 방황을 끝내고 학문에 뜻을 세우면서 자신의 주체성을 알리던 '시작점'입니다. 자경문을 쓴 이후 율곡은 모두가 알다시피 꾸준히 수양하고 공부하며 조선을 대표하는 역사에 남을 성리학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율곡처럼 격변의 시대에 주체성을 가지고 시작하여 평생 학습자로서 AI를 바라봐야 합니다.


3. 실천적:

율곡은 굉장히 실천적 혁명가였습니다. 그는 기발이승일도설을 통해 삶에서 실천하는 "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했습니다. 그가 올린 다양한 상소문들과 정책은 지금봐도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글들입니다. 율곡처럼 우리도 불안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실천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자경문의 메아리: AI시대를 위한 율곡의 지혜

율곡의 『자경문』은 수백년의 메아리를 거쳐 오늘날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율곡이 제시하는 자경문은 단순히 16세기의 문제에 대한 해답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원리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현대 사회, 특히 AI가 가져온 새로운 도전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오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율곡의 자경문을 토대로 AI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식과 실천 의지에 대한 내용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자경문: 디지털 자기 수양을 위한 새로운 헌장

율곡의 지혜를 현대의 맥락으로 가져와, 제 나름대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새로운 자기 성찰의 헌장을 구성해보았습니다. 이는 율곡의 11개 조항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핵심 철학을 추출하여 오늘날의 도전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아래는 율곡의 『자경문』에서 현대인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핵심 조항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한 'AI 시대의 자경문'입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닌 저의 관점입니다.


시대를 잇는 다리: 율곡의 가르침에서 AI 시대의 원칙으로

SCR-20250730-iulp.png

1조. 입지(立志) - 인간 중심의 기술 통합:


첫번째로 생각할 문제는 AI가 수많은 과업을 자동화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당연히 써야 합니다. 율곡이 학문에 뜻을 두기로 결심했듯 우리도 AI를 활용하기로 결심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술에 끌려다니는게 아니라 자신이 주도해서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교육철학, 수업 방식, 교육과정 해석이 필요합니다.

AI시대에 살아남는 교사가 되려면 교육 철학이나 삶의 가치를 확립해야 합니다. 이 확고한 '뜻'이 있을 때 비로소 AI는 위협적인 '대체재'가 아니라 나의 목적 실현을 돕는 강력한 '비서'가 될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의 실천 예시]

ChatGPT로 수업자료를 만들되, 반드시 교사의 교육 철학과 학생 특성을 반영하여 수정합니다.

AI가 생성한 평가문항, 생기부를 그대로 쓰지 않고, 학생 개인별 성장 포인트를 고려해 재구성합니다.

2조. 독서(讀書) - 비판적 AI 리터러시 함양


율곡에게 독서는 지식 축적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실천에 적용하기 위한' 능동적 행위였습니다. 현대의 '읽기'는 AI가 생성한 방대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율곡의 독서법은 현대의 AI 리터러시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제시합니다. AI가 제시하는 그럴듯한 거짓 정보(환각 현상)에 속지 않기 위해 '일단 의심하고 반드시 확인하는'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AI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됩니다. AI를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게 하는 사고의 파트너로 삼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수업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성장도 이룰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의 실천 예시]

AI가 제시한 역사적 사실을 학생들과 함께 교차 검증하는 수업을 진행합니다.

Perplexity AI의 답변을 3개 이상의 출처로 확인하는 습관을 기릅니다.


3조. 근독(謹獨) - 디지털 윤리


율곡이 강조한 '홀로 있을 때 삼가는' 자세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윤리입니다. AI를 활용하여 과제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출처를 속이거나 자신의 생각인 양 포장하는 것은 '근독'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AI로부터 나오는 모든 산출물은 자신의 철학과 목적, 객관적 사실에 따라 검토 해야 합니다.


[교실에서의 실천 예시]

AI로 작성한 학부모 안내문에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명시합니다.

학생 생활기록부 작성 시 AI 활용 부분과 교사 관찰 부분을 구분합니다.


4조. 진성(盡誠) - 책임감 있는 AI 활용


율곡에게 '진성'은 해야 할 일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행하는 태도였습니다. AI 시대의 '진성'은 기술을 사용함에 있어 그 목적과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AI 알고리즘에 내재된 편향성을 인지하고, 그것이 사회적 편견을 담지는 않았는지 경계하며,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온전히 사용자 자신에게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교실에서의 실천 예시]

AI 번역기로 다문화 학생 상담 시,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재해석합니다.

AI 추천 학습 콘텐츠의 교육적 적절성을 교사가 최종 검토합니다.


5조.과언(寡言) - 정밀한 소통과 명료한 지시

율곡은 말을 아끼되, 핵심을 찌르는 정밀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AI와의 효과적인 소통, 즉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본질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알아서 잘 해봐"와 같은 모호한 지시는 인간에게도 AI에게도 최악의 소통 방식입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명확히 알지 못하면 AI는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AI에게 '풍부한 맥락과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훈련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더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며, 이는 고도의 지적 훈련입니다.

[교실에서의 실천 예시]

"우리 반 수학 부진 학생을 위한 분수 개념 설명 자료 만들어줘" (X)

"초등 4학년, 구구단은 되지만 나눗셈 개념이 약한 학생을 위한 시각적 분수 설명 자료 만들어봐" (O)


6조. 용공지효(用功之效) - 지속적인 학습과 경험의 공유


율곡의 공부는 오늘날의 '평생학습'입니다. 기술이 급변하는 AI 시대에 이 가르침은 더욱 절실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입니다. 집단 지성을 이용하고, 동료와 함께해야 합니다. 자신이 AI를 활용하며 겪은 성공담뿐만 아니라 값진 실패담을 동료들과 나누고 공유할 때, 공동체 전체는 더 빠르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동료들과의 연대를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교실에서의 실천 예시]

교내 AI 활용 수업 사례 발표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실패한 AI 수업 경험을 동료와 나누며 개선점을 찾습니다.


'디지털 선비(Digital Seonbi)'의 길


지금까지 율곡의 가르침을 통해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자경문을 추출해보았습니다. 새로운 AI시대의 자경문은 기술을 지혜롭게 사용하며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디지털 선비(Digital Seonbi)'의 길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 이미지도 있겠지만, 선비는 자신만의 주체성을 가지면서도 끊임없이 평생동안 공부를 하는 존재였지 않습니까? 그러한 선비의 모습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다시 재조명해야 할 AI시대에 필요한 모습입니다. 다음은 디지털 선비로서의 AI시대에 생각해볼 자경문과 실천 방안입니다.

AD_4nXcxZeHUUnbDPsBhq7PmZf3duVimt6y0OmxHdWqMeYhPUc0kGfJ472U9ID7Caivv4qZlrZZk2FPjxTSVc_ArNHeb7XgCSaWgMFKXMkQQZT5i_aGhnmc5Qflm1pAwkhiS868Mch3NNQ?key=bDO5jhSyxJgUXlx9IRlrcA


' AI 시대의 자경문'은 추상적인 선언이 아닙니다. 교육자와 학습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실천적 인식 변화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기술적 숙련과 화려함이 아닙니다. 개인적 성장과 주체성의 확립을 통한 교육적 철학 구성의 과정에서 AI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결론: 계산될 수 없는 자기(自己)의 함양

AI 시대의 도래는 우리에게 기술적 숙련도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인간됨의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율곡 이이의 『자경문』을 통해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에 끌려다니지 않을 '주체성'과 '평생 공부'를 강조했습니다.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지만 그 두려움을 에너지로 전환하여 새로운 AI 기능을 익혀가는 과정에서 자기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AI는 우리를 성장하게 해줄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AI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기술의 부속품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사용하여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것인가? 율곡의 『자경문』은 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 답은 우리 각자의 마음을 닦는 데 있음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30일 오전 02_24_01.png

제가 주체성과 인간의 역할에 대해 많이 강조를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도외시하면 안됩니다. 인간의 존재와 주체성이 중요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주체성이 AI기술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자경문'은 AI 7030을 실천하기 위해 돌아봐야 할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지침입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당신만의 AI자경문을 작성해보고 댓글로 남겨주시면 어떨까요 ?

당신이 만드는 AI시대의 자경문


<블로그의 이전 글> - AI 7030의 개념


<이것도 한 번 읽어보실래요?>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근쌤의 생각

교사 자신의 교육철학과 교육 과정 생각해보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시대 교사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