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제대로 협업하는 3가지 기초
올해 초, 동료 교사 선생님께서 저에게 문의를 주셨던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계획하는데, AI가 영 신통치 않다고요. 그래서 제가 똑같은 주제로 몇 가지 만들어 드렸더니 확연히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며 놀라셨습니다. 그 차이가 뭘까요?
바로 AI와 '대화'하는 기술의 차이였습니다. 현재 AI 기술을 활용하는 주된 방법은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위해서 AI에게 채팅창으로 명령어를 입력해서 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에게 물어볼 아이디어이지만 아이디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는지가 결과물의 차이를 나눕니다.
ChatGPT, Gemini, Claude부터 Canva, 미리캔버스까지, 이제 AI 기능이 없는 에듀테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 수많은 도구들 앞에서 우리는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모든 툴의 사용법을 일일이 익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다행히도, 어떤 AI를 만나든 통하는 핵심 원리가 있습니다. 바로 프롬프트(Prompt)를 설계하고 컨텍스트(Context)를 제공하는 능력입니다. 이 두 가지를 프롬프팅 엔지니어링,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모든 AI 활용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기본기죠. AI기술의 초기에는 프롬프팅 엔지니어링이 주목받았다가, 최근에는 컨텍스트가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그저 일반적인 결과물만 내놓습니다. '알아서 잘해줘'라는 말은 사람에게도, AI에게도 좋은 소통 방식이 아닙니다.
AI의 성능은 우리의 질문 방식에 달려있습니다. 명확한 지시와 풍부한 배경 정보를 제공할수록, AI는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마치 좋은 질문을 받은 학생이 깊이 있는 답변을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글에서는 AI와의 대화를 '명확한 지시'에서 ‘깊이 있는 협업'으로, 나아가 '창의적인 공동 탐구'로 발전시키는 3단계를 다뤄보겠습니다. AI를 열정 가득한 신규 교사로 맞이하여, 결국에는 최고의 파트너로 함께 성장시키는 여정이죠.
처음 AI로 수업 자료를 만들어보려다 좌절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3학년 체육 시간에 할만한 활동 추천해 주세요'라고 입력했더니 너무 뻔하고 현실성 없는 결과물만 나왔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AI에게 지시할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 이후 여러 강의도 듣고 연수도 참여하며 공부했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프롬프팅의 기초 기술들은 놀랍도록 비슷했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 모델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질문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입니다. 특히 반복적이지 않고 단기적으로 짧은 맥락을 가진 질문을 할 때 최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한 방법이죠.
쉽게 말해, AI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배운 내용들을 종합하여, 좋은 프롬프트를 구성하는 5가지 핵심 요소를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CRAFT 프롬프팅 기법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장인이 작품을 정교하게 '만들어간다(CRAFT)'는 의미를 담아, 프롬프트를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영어 단어 Craft는 본래 '기술', '공예', '장인정신'을 의미하며, 나아가 '정교하고 세심하게 만들다'라는 동사로도 쓰입니다. 이는 단순한 '만들기'를 넘어, 신중함과 정성, 고도의 기술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계획을 세심하게 세우다(craft a plan)"라는 표현처럼, 치밀한 설계와 창의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장인정신'의 개념은 AI 프롬프팅의 핵심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AI에게 좋은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을 즉흥적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5가지 핵심 요소를 꼼꼼히 따져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CRAFT 기법은 AI와의 대화를 단순한 질문과 답변이 아닌, 의도를 가진 창작의 과정으로 승화시킵니다.
핵심 팁: 다른 것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역할(Role)과 형식(Format)만 지정해도 AI 답변의 수준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다른 건 몰라도 역할과 형식 두 가지는 꼭 생각하고 입력을 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1. 복잡한 문제에는 단계별로 생각하게 하기가 효과적입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연극을 준비하는데 역할 분담 문제로 다투고 있어. 이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단계별 접근법을 너의 사고 과정과 함께 설명해 줘."
이렇게 입력하면 결과물을 내놓을 때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단계에 따라 설명해 줍니다.
2. 예시를 주면 훨씬 원하는 답변과 가까워집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조사 보고서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pdf 또는 사진 파일을 업로드해서 "몇 학년 무슨 주제의 수업에 다음 형식을 포함하는 조사 보고서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싶어. 조사 보고서를 분석해서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수업 내용을 제시해 봐. "
3. 개조식으로 질문하기
알아두면 좋은 프롬프트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마크다운이라는 형식인데, 이 형식을 따라 하면 좀 더 이해를 구체적이고 좋은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주제에는 ##, 그 아래는 개조식으로 분명하게 요청하면 됩니다.
"## 페르소나: 당신은 10년 차 3학년 교사입니다. ## 요구 사항
- 2022 개정교육과정의 ~~ 성취기준에서 ~~ 주제로 조사 보고서를 만드는 활동을 포함한 수업을 합니다.
- 업로드 한 파일을 분석해서 어떤 내용이 포함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수업 내용을 제시하세요."
2번에서 예로 든 프롬프트와 똑같은 내용인데 조금 더 구체화하고 개조식으로 표현했습니다.
4. 다음 단어를 포함해 보세요.
- 구체적으로, 비유를 들어서, 이해하기 쉽게, 단계적으로. 등
- 표로 정리해 줘, 비교해서 설명해 줘, 시각자료로 나타내줘, 엑셀의 csv 형식으로 정리해 줘. 등
AI에게 질문하는 과정은 곧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훌륭한 프롬프트는 나의 교육적 의도를 명료하게 만드는 데 진정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프롬프트를 만들어도, AI는 단편적인 지시만으로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합니다. 프롬프팅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1. 일반 채팅창에서 프롬프트를 활용하다 보면 여러 기술적 제약에 부딪히게 됩니다. 대화당 토큰 수 제한(토큰은 AI가 처리하는 텍스트 단위)과 대화 길이 제한 때문에 대화를 지속할수록 점점 답변의 품질이 떨어지죠. 그렇다고 새로운 채팅창에서 매번 모든 맥락 정보를 다시 업로드하는 것은 굉장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이런 번거로움은 결국 지속적인 활용을 어렵게 만듭니다.
2. AI는 우리의 질문에 대답을 할 때 저장된 정보 또는 웹에서 가져온 정보를 기반으로 대답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한 내용과 동떨어진 내용을 가져와서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수학 성취기준에 대해 질문할 때, 저는 2022 개정교육과정 기준으로만 답변을 원하는데 AI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답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2022 개정교육과정 파일을 미리 맥락으로 설계해 두면,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더라도 항상 2022 개정교육과정 내에서만 답변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제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AI와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연간 수업 계획서, 교과서, 지도서, 교육과정 문서, 공문 등 다양한 자료가 컨텍스트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입니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LLM 모델로 반복적이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때, 모델이 참고해야 할 모든 정보, 답변 구조, 사용 도구 등을 미리 설계하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더욱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죠. 이렇게 설정하면 대화창을 새로 시작해도 정해진 맥락 안에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어, 장기 프로젝트나 반복적인 작업에 매우 유용합니다.
주요 LLM 도구들의 컨텍스트 기능
개인화 챗봇: Gemini의 Gems, GPT의 GPTs
프로젝트 기능: Claude, Grok, Perplexity의 프로젝트 기능
최고의 컨텍스트 기반 LLM: Google Notebook LM
실용 팁: 대부분의 AI 도구들은 PDF나 이미지, 각종 파일 업로드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한글 파일(.hwp)은 직접 업로드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한글 파일에서 '인쇄'를 선택한 후 PDF로 저장해서 업로드하시면 됩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들을 AI에게 제공해야 할까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주요 자료들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청킹)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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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라는 단어는 '부유한'이라는 뜻 외에도 '풍부한', '다채로운', '깊이 있는', '맛이 진한' 등 매우 폭넓은 의미를 가집니다. '비옥한 토양(rich soil)', '다채로운 경험(rich experience)'처럼, 양적인 풍요로움과 질적인 깊이를 동시에 나타냅니다.
이 개념은 AI사용에 있어서 컨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AI에게 단편적인 정보만 주면 피상적인 답변밖에 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참고 자료, 내부 규정, 실제 데이터 등을 함께 제공하면 AI의 이해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이는 마치 척박한 땅이 아닌, 영양분이 풍부한 '비옥한 토양'에서 훨씬 더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과 같습니다.
RICH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AI의 답변을 단조로운 정보의 나열이 아닌, 깊고 '풍미 가득한(rich)'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활용해보세요.
1. 3학년 고장의 생활 단원을 가정해서 컨텍스트와 프롬프팅을 실행한다면,
"[첨부파일: 우리 고장 탐방 보고서.hwp]와 [지난 수업 아이들 질문 목록]을 참고해서, 초등 3학년 사회 '고장의 생활' 단원 서술형 평가 문항 5개를 만들어줘. 우리 고장의 '중앙시장'과 '시립박물관’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아이들이 탐방 경험을 떠올리며 답할 수 있도록 구성해 줘."
제가 직접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는 체육수업 도우미 Gems입니다. 체육 수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 (학생 수, 학급 수, 기자재, 학교 환경 등)과 교육과정, 각종 체육 수업 참고 자료들을 넣어두고 활용 중입니다. 어떻게 구성했는지 살펴보시고 과목, 상황에 맞춰 활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맥락을 설정할 때 pdf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문서의 몇 쪽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라고, 또는 어떤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요약해 보라고 점검해 보세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개념을 알고 있어도, 복잡한 수업을 설계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구조화된 프롬프트를 짜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고 막막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조차 막막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이때, AI를 답변자가 아닌 조력자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에게 정답을 묻는 대신, '좋은 질문' 그 자체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이걸 메타프롬프팅이라고 합니다. 메타프롬프팅은 인공지능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를 인공지능 스스로에게 생각해보게 하는 기술입니다. 물어봐야 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면 단순한 주제를 던지면서 프롬프트를 구체화시킨 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 다른 채팅에서 다시 물어보는 방법입니다.
완벽한 프롬프팅, 정답인 프롬프팅은 없습니다.
부담감을 줄이고 단 한 줄로 시작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것, 그 여정을 AI와 함께 시작해 보세요.
이론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적인 질문을 좋은 프롬프트로 바꾸는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단순 프롬프트: "우리 반 애들 싸웠는데 어떡하죠?"
-> 개선된 프롬프트: "초등 3학년 담임교사 입장에서, 쉬는 시간 놀이 문제로 다툰 두 학생의 갈등을 교육적으로 중재하고 싶습니다. 두 학생이 서로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는 대화 시나리오를 단계별로 작성해 주세요. 회복적 생활교육 관점을 반영해 주면 좋겠습니다."
-> 추가 컨텍스트: 상담 기법 자료, 교육청 매뉴얼, 우리 반 학생 특성(A는 주장이 강하고 B는 내성적) 등
아래에 제시된 단순 프롬프트를 3가지 보고 개선된 프롬프트와 추가 컨텍스트를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보시죠! 지금 바로 해보면 분명 매일 사용할 수 있으실 겁니다.
1. 내일 쪽지시험을 봐야 하는데 시험 문제 만들어줘. (himt : 과목, 문항 수, 단원, 성취기준)
2. 학급 아이들이 더 협력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어. 어떤 활동이 좋을까? (hint: 과목, 시간, 학급 상황 등)
3. 체육시간에도 학생들이 종목과 관련된 개념과 용어를 학습하게 하고 싶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AI에게 일을 시키는 기술이라면, 콘텍스트 엔지니어링은 함께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며, 메타 프롬프팅은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맺는 기술입니다.
결국 이 모든 대화법은 인간의 사고력(70)에서 출발해서 AI(30)의 능력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주체적인 사유와 창의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과정입니다. 기술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이끌며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것, 이것이 바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선비'가 걸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선생님께서는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계신가요?
그 질문이 바로, 우리의 생각을 정교화하는 여정이 됩니다.
## 참고 자료: GPT, Claude, Gemin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공식 가이드
각 모델별 공식 홈페이지(공식 문서 내 직접 확인 가능한 주소)에서 제공하는 프롬프팅 또는 컨텍스트 사용법 공식 문서의 정확한 링크입니다. 이걸 참고하시면 더 프롬프트에 대한 감각과 지식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2. AI시대의 자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