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펠리에게

첫번째 편지 - 2025.12.18

by Didi

안녕, 나의 사랑하는 아펠리.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트람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어쩌면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먼저 와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너에게 믿을 수 있는 세계를 건네주기 위해서.


내가 정말 그럴 수 있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완벽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향해 매 순간 노력하겠다고 약속할게. 나는 평생 완성된 어른으로 너 앞에 설 순 없을 거야. 다만, 네가 경험할 세계의 일부를 함께 건너는 진실한 어른으로 너를 마주할 수도록 최선을 다할거야.


나는 약속이 자주 흐려지던 세계에서 자랐고, 그 안에서 오래 흔들렸단다. 그래서 이또한 개인적인 욕심이거 투영일 수 있겠지만, 네가 마주할 세상이 언제나 우리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네가 그 세계와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알아가는 존재이길 바라.


그런 나의 작은 바람이 네 이름에 스며들어 있단다.


Aphelie.


아펠리는 태양을 도는 천체가 궤도 위에서 태양과 가장 멀어지는 지점을 말한다고 해. 가장 멀어지는 순간이지만 가장 차갑지도, 세상의 계절을 바꾸지도 않아.


가장 먼 지점이면서 이미 다시 태양을 향해 돌아오고 있는 자리라는 것, 그 의미가 나에겐 깊게 닿았단다.


언젠가 내가 세상을 함께 건너갈 소중한 존재를 맞이하게 된다면, 그 아이가 빛과 어둠, 따뜻함과 차가움을

스스로의 속도로 경험하며 자기만의 궤도를 만들어 가기를 바랐어.


누구의 속도에도 쫓기지 않고 자기 리듬으로 움직이면서, 관계 속에서 다양한 거리를 배우고 매번의 궤도마다 성장하는 존재이기를.


그런 소망이 담긴 이름, 아펠리. 내가 너에게 건네는 첫 번째 선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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