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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주 Jan 20. 2023

북큐레이션  황금용

이주노동에 대한 우아하고 비극적인 서사

희곡집 '황금용'(롤란트 시멜페니히 지음, 이원양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은 현재 독일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의 작품 ‘황금용’과 ‘과거의 여인’을 담은 작품집이다.  작품 ‘황금용’으로 작가는 2010년 뮐하임 희곡작가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 · 공연 돼 큰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중국-베트남-태국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황금용’에서 일하는 중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꼬마’가 치통을 겪지만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멜페니히는 주인공 ‘꼬마’를 중심으로 황금용 레스토랑에 드나드는 인물과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는 건물의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주와 세계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독특하게 그려낸다. 그가 인물을 묘사하고 보여주는 방식은 해체적이고 현대적이다.  작가는 마치 원거리에서 망원경으로 황금용 레스토랑을 바라보듯이 담담하게 장면을 그려나가는데, 등장인물의 대사가 지문과 해설을 포함하기 때문에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시멜페니히는 남성 배우가 여성역할을, 여성배우가 남성 역할을 하게 했고 5명의 배우들이 무대 가장자리에서 등퇴장하면서 소품과 가발 등을 이용해 앙상블로 17개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러한 방법은 희곡 속 인물과의 거리감을 관객에게 제공하고, 이로써 개인으로서 이주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관계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공연의 후반부에서는 모자이크처럼 서로 짜 맞춰지면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의 참상을 바라보게 한다.


"황금 용" 공연 @포르츠하임 극장 그레이트 하우스 (사진출처: 포르츠하임 극장)


특히 여동생을 찾아 입국했던 '꼬마'의 시신이 황금용이 그려진 카펫에 돌돌 말려 강물에 던져지고, 큰 바다로 흘러가 고향에 도달하는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이다. 시멜페니는 어떻게 참혹한 서사를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가장 우아하고 잔인한 풍경화로 완성해낼 수 있는 것인지, 놀랍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돼  윤광진 연출이 당시 제6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연출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한국연극지 '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했다.



나는 다리에서 물속으로 떨어집니다. 내 육신은 차가운 강물에 빠집니다. 이가 빠진 틈으로 물이 내 몸속에 흘러들어 오고, 나는 헤엄쳐서 집으로 갑니다. 강물이 나를 포용합니다. 나를 싣고 흘러갑니다. 1킬로미터 지나 또 1킬로미터를. (...) 그런데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대체 얼마나 오래 여행했나요? 수주일? 수개월? 또는 수년? 먼 여행이었습니다. 아주 멀고 먼 여행이었지요. 길 떠난 지 여러 해가 됐을 수도 있겠지요. 내 꼴은 어떤가요? 바닷물과 강물에 씻겨 버린 뼈에는 살점이 붙어 있지 않겠지요. 해초만 몇 잎 붙어 있겠죠. 아마도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 겁니다. 다시 집에 돌아와서 기뻐요.


- '황금용'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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