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종교
인간이 지구상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일까?
자의식? 그렇다면 자의식은 무엇인가?
자의식은 곧 고도의 시간에 대한 인지능력이 아닐까?
자의식은 나를 고도로 객관화함으로써의 인식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객관화는 곧 생물학적 경계를 벗어난 현재로부터 외부 시공간(타인, 과거, 미래) 안에 놓여진 나를 상상함으로써 이뤄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타 생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한 능력이고, 가장 인간다움을 결정하는 요인이기도 한 것이다.
동시에, 인간은 개체 자신의 생물학적 시간을 훨씬 뛰어넘는 시간(사후)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므로 이로부터 자연스레 종교가 탄생한 것이다.
생물학적 내가 없는 시공간 안에서도 내 존재를 투영시킨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강한 욕망은 스스로 착각하게 만든다.
마치 내가 영원한 존재인 것처럼...
이런 내재된 본능은 종에게는 승리를 가져다주지만, 각 개체가 존속하는 시간 안에서는 고통과 불행을 느끼게 하는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인간은 이러한 내재된 본능과 현실에서의 고통과 불안을 절충(조화) 하기 위해 종교가 필요했다.
단순하게 보면, 모든 종교의 본질은 자연계 안에서의 적자생존의 결과로써 대부분의 인간 개체가 가지는 특질의 발현일뿐이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고 나면, 오히려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
왜 내가 영속해야 하지(죽어서 천국? 환생?)?
나도 그저 봄에 잠시 피고 지는 꽃일 뿐인데..
봄이 짧다고 봄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아니, 짧아서 봄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