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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르바 Nov 21. 2020

오늘도 헬스장에 가는 이유

후회 없는 삶에 대한 생각

살다 보면 후회되는 일이 참 많다. 오늘도 아주 작은 결정부터 후회로 가득 찬 하루였다. 중식당에서 게살 짬뽕을 골랐는데 맞은편 지인의 차돌박이 짜장면이 그렇게나 맛있어 보이더라. "손님에게 정말 잘 어울려요"라는 점원의 말에 휩쓸려 산 옷이 집에 와보면 보잘것없어 보인다. 늘 가지 않은 길을 뒤돌아본다. 만약 그 길을 걸어갔다면 어땠을지 상상한다. 가않은 길 위에 서 있는 내 모습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하루 몇 번을 후회하며 살아갈까. 매일매일 후회가 쌓여가니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후회막심한 세상 속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후회되지 않은 일이 하나 있다. 바로 헬스장에 가는 것이다. 헬스장에 가기 전부터 설레어서 펄쩍 뛸 만큼 미쳐있는 놈은 아니다. 사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그로기 상태로 소파에 누워있으면 이 한 몸 일으켜 세우기도 버겁다. 졸려서 막상 헬스장에 가더리도 바벨을 들다 잠들어버릴 것 같은 피로가 훅 물려온다. 추위를 뚫고 헬스장까지 걸어가기도 귀찮고 짜증 나고 힘들다. '지금 컨디션으로는 절대 헬스를 하지 못할 거야. 오늘은 쉬는 게 맞아.' 뇌가 몸에게 간절한 신호를 보낸다. 뇌의 속삭임을 따랐다가는 절대 헬스장에 갈 수가 없다. 뇌가 더 이상 유혹하지 않도록 생각하기를 멈춘다. 일단 헬스장으로 발을 이끈다. 헬스장을 찍고 오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다짐한다. 스장에 도착해 스트레칭을 하고, 5분 정도 운동할 때까지도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스스로에게 야박하게 굴 필요는 없지 않니'라고 외치는 뇌의 투정이 이어진다.


하지만 딱 십 분을 버티면 놀라 온 변화가 생긴다. 처음엔 피곤함에 절어 팔 굽혀 펴기 한 개도 못할 것 같았는데 한 개를 하면 두 개를 하게 되고, 스무 개를 하게 된다. 한 세트를 하니, 두 세트, 세 세트 쭉쭉하고 싶어 진다. 근육도 자연의 일부인지라 관성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다. 삼십 분을 넘어서면 '아, 헬스장 오길 잘했다' 이 말이 툭 튀어나온다. 헬스장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표정은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처럼 상반된 표정이 된다. "10년 넘게 헬스 했는데 아무리 가기 싫은 날도 일단 헬스장에 가면 정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수습기자 시절 우연히 알게 된 몸짱 경찰관 형님의 말. 헬린이이던 시절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이제야 납득이 간다.


여러 이유가 있을 터인데 우선 몸을 움직인다는 행위 자체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보통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일만 하다 보 몸이 굳고 찌뿌둥해진다. 근육을 움직여주고 땀을 내 찌든 스트레스가 달아난다. 책임과 의무로 가득차 있던 머리가 비어지며 개운해진다. 호르몬적으로도 운동을 하면 도파민과 엔드로핀이 분비가 되며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키가 수십 권의 책을 내면서 달리기에 빠져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펌핑이 된 몸을 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영어공부나 글쓰기, 회사일 같은 것들은 투자 효과가 단기간 눈으로 쉽게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헬스는 즉각 결과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 가능하다. 하루에 성취감을 느낄 만한 일이 얼마나 있던가.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은 자존감을 높여주고 뿌듯함을 준다. 늘 후회로 가득 찬 하루 속에서 언제나 후회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여지 없이 후회가 반복되는 하루다.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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