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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르바 Dec 12. 2020

오늘 나의 주가는 얼마일까?

나도 주식을 시작했다

퇴근길에 우연히 잘 빠진 하얀색 테슬라를 마주쳤다. '조만간 전기차로 도로가 가득해지겠는데.' 신호를 기다리며 테슬라 주식을 사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집에 와 친구 결혼식 축의금을 카카오페이로 보냈다. 제대 후 대학 동기에게 "카톡이 뭐야?"라고 묻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카카오 주식을 샀어야는데.'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모두 요 며칠 사이 생긴 변화다. 쥐꼬리만 한 은행 이자와 달리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코스피. 나 역시 수중의 돈을 가만 둘 수 없었다. 끝내 주식 계좌를 팠다. 내 돈이 들어가자 온 세상이 새롭다.


하루 종일 기업을 분석하고 주가 차트만 보니 이런 생각까지 든다. '나의 적정 주가는 얼마일까?' 삼십 년 인생의 주가 차트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올라갈 때가 있었고 내려갈 때가 있었다. 올라감에 취해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죽을 듯 바닥에 머물다 끝끝내 다시 올라선 기억이 되살아났다. 오늘 나는 올라가는 중일까, 내려가는 중일까. 아니면 긴 시간 '박스피' 에서 횡보하는 중일까.


2020년 12월 12일 삼성전자 주가


주식투자의 기본은 재무제표라고들 한다. 자본흐름, 사업방향, 사업규모, 부채비율, 영업이익 등 기업가치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어서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재무제표 보듯 들여다보지 않으면 내면의 목소리를 알아채기 어렵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다섯 가지, 행복을 느끼는 장소, 짜증 나는 순간, 언제 많이 웃는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일처럼. 기업 분석 없이 남들 따라 사고파는 '묻지 마 투자'는 투기다. 운에 맡기는 도박과 다를 바 없다. 나를 알지 못한 채 매 순간 내리는 선택은 도박과 무엇이 다를까. 


재무제표분석하면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실제보다 저평가됐는지 고평가 됐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는 것.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잘났다고 치켜세우지만 실상은 손 빈 강정인 사람이 있다. 고평가 된 사람이다. 이들은 운이 좋거나 튀는 행동으로 잠깐 주목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지않아 탄로나기 십상이다. 관심에서 멀어지 추락할 수밖에 없다. 반짝 뜨고 지는 테마주나 작전주처럼 말이다. 반대로 알아주지 않아도 탄탄히 자기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묵묵히 나아간다면 결국엔 빛을 발하는 저평가 우량주다. 나는 후자가 되고 싶다.  


내실이 아무리 튼튼해도 주가떨어지는 기업도 있다. 미래 가치가 없을 때가 그렇다. 십여 년 전 전성기를 누리던 중공업과 조선업 등 굴뚝산업이 대표적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폭락했다. 반면 최근 삼성전자 주가 치솟는다. 과거 삼성의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스마트폰의 성공은 이미 반영된 가치다. 앞으로 비메모리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도전에 대한 반영이다. 급변하는 흐름 속에 예전처럼 평생 하나의 일만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부족한 점은 채워가며 도전하며 성장하고 싶다. 비단 일과 능력뿐 아니라 내면의 성숙도 함께.




"시장을 예측하지 말고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라." 가치 투자 전도사로 유명한 메리츠 자산운용 존 리 대표의 말이 떠오른다. 당장 내일 주식의 오르내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기업 가치는 꼼꼼이 분석하면 장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중간중간 오르내림이 반복될 수 있어도 훗날 가치에 걸맞게 평가받고 성공한다는 말이다. 오늘은 여기가 좋대, 내일은 기가 좋대. 유혹의 목소리로 가득 찬 세상이다. 유혹에 휘둘려 오늘의 오르내림에 불안해하기 보다, 진짜 나의 가치를 깊게 들여다보라는 말처럼 들린다. 자신을 믿고, 크게 상상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일론 머스크처럼. 십년 뒤 나의 주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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