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민은 자꾸만 '있어 보이는' 글을 쓰려는 마음이다. 나도 모르게 고상한 말과 현학적인 표현을 찾게 된다. 그래야 글 좀 쓰는 사람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내가 이런 표현을 쓰다니! 뽐내는 글을 쓰고는 한껏 으스댄다. 이런 글은 며칠이 지나 다시 읽게 되면 오그라들고 만다. 나를 넘어서는 과욕의 글, 깊이가 없는 글이다. 본질은 없고 형체에만 집착하는 꼴이다. 바람이 슬쩍 불면 휙 쓰러져버릴 것만 같은 빈 깡통처럼.
좋은 글은 나의 관점이 뚜렷한 글이다. 한마디로 자신만의 내공과 철학이 담긴 글. 그러면서도 쉽게 쓰인 글이다. 문체만 보면 중학생이 쓴 글처럼 어설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간명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다. 핵심을 관통하면 촌스러워 보여도 묵직하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단순히 많이 읽고 쓰기를 반복한다고 되는 일은 아닐 테다. 좋은 글을 쓰려면 그런 삶을 사는 게 첫 번째다. 글에는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생각일 필요는 없다. 일상의 평범한 속에서도 작은 깨달음을 포착해낸다면 그 또한 당신만의 훌륭한 관점이 될 수 있다. 솔직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유려한 문체와 표현법은 그다음 문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게 순서다. 시간 투자의 순서가 바뀌어 버리면 헤맬 수밖에 없다.
멋진 관점을 가진 삶을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 스스로를 아직 알지 못했기에, 솔직해지기란 어렵기에. 그래서 나는 있어 보이는 표현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