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눈물도 났다.
황성초 4학년 6반 일기장
2000년 8월 10일 목요일 날씨 맑음
제목: <시장>
장날이어서 장 보러 갔는데 전어 파시는 할머니께서 계셨다.
이야길 들어 보니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하셨다. 너무 불쌍했다.
아침에 와 저녁까지.. 한 번 팔지 못한 그 할머니 눈가엔 눈물이 고여 있는 모습이 너무 불쌍했다.
돈만 있으면 사 드리는 건데...
다음 날 장에서 보면 어머니께 사자고 할 것이다.
그래서 난 하느님께 기도드렸다. 그 할머니 장사 잘 되라고...
하느님께서 들어주실까?!?!?!!?
사실 눈물도 났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면 일하는 할머니들의 눈이 가장 먼저 보였다. 할머니의 눈을 보면 그날의 고된 하루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뜨기 전 새벽 버스 첫차에 몸을 싣고 시장에서 짐을 풀었을 것이다. 길바닥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하루벌이를 기대하며 장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수중에 돈 몇 푼 쥐어진다면 손주에게 장난감 사줄 텐데 생각하며. 밥상에 올라갈 반찬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8월의 뜨거운 햇볕 속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이미 딱딱하게 구부러진 허리를 치료할 돈을 벌러 또다시 허리를 숙인 채 장사를 했을 것이다. 그러다 해가 저문 뒤 손에 쥔 돈 한 푼 없이 또다시 버스에 올라탔을 것이다. 할머니의 눈에서 그날의 하루를 읽을 수 있었다. 이날 나는 시장에서 할머니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았다. 엄마 몰래 눈물을 훔쳤다.
요즘도 나는 가끔 홀로 시장을 다닌다. 시장 할머니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길바닥에 야채와 과일들을 올려놓고 쭈구려 앉아 나를 불러 본다. 하지만 나는 그 할머니들의 눈을 들여다본 기억이 없다. 사실 그럴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나의 눈은 늘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인터넷 쇼핑과 비교했을 때 뭐가 더 쌀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고, 중국산인지 국내산인지 따져가며 비교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당장 내일 할 일을 생각했다. 나의 일상에 지쳐서 일까. 계산적인 인간으로 변해서 일까. 할머니들의 눈을 바라볼 여유는 사라졌으며 그들은 나와 무관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하루하루 벽을 쌓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릿해져 버린 눈으로는 볼 수 없었을 뿐. 그동안 무수히 지나쳐버린 할머니들의 눈에도 전어 할머니처럼 눈물이 고여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일 새벽 또 다시 첫차를 타고, 양손에 짐을 가득 쥐고, 시장으로 나서는 우리네 할머니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장사 잘 되게 해주세요"라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를 모든 시장 할머니들의 두 손이 가벼워져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