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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Nov 03. 2019

응급실 침대맡에서


응급실을 찾았다. 가까운 친구가 요 며칠째 갖은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엔 힘없는 몸뚱이를 붙들고 응급실을 찾았던 것이다. 친구가 초진을 받는 사이, 나는 보호자로서 수납했다.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


'CPR 환자 들어옵니다. 길 비키세요.' 갑자기 응급실이 소란스러워졌다. 곧이어 중년 남성이 실려 들어왔다. 그 남성의 가슴 위에는 심폐소생을 위한 기계가 강하게 펌프질 중이었다. 양 옆에는 구조대원들이 함께 달리고 있었다.


뒤이어 보호자들이 도착했다. 배우자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은 오열하고 있었다. 의사는 상황을 알기 위해 몇 가지를 질문했고 그녀는 아주 간신히 대답해냈다. 운동을 하고 돌아온 뒤였다고 했다. 방 안에 인기척이 없어 들어가 봤더니 의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의사는 몇 분 뒤 돌아왔다. 현재 환자의 심장이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계속 CPR은 진행하고 있으나 30분 이상 지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죽음을 선고한 것이다. 그녀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그 찰나의 침묵이 어떤 울음보다도 가장 슬프게 느껴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들을 단 한순간도 쳐다보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타인의 죽음을 목도했다. 나는 그의 죽음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의사는 곧바로 다른 환자를 돌보기 위해 뛰어갔다. 담담하게 돌아가는 저 의사들은 얼마나 많은 죽음을 마주했던 것일까. 나는 복잡한 마음이 일었다.


저 편에는 가까운 친구가 누워있었다. 그 앞에 앉아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애써 웃어 보였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정말로 많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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