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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Nov 26. 2019

나의 회복 탄력성


요즘은 '회복 탄력성'에 대해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무딘 사람이 아니라 회복이 빠른 사람이었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좌절을 맞이해도, 맥주 몇 캔을 마시고 잠에 들면 다시 괜찮아졌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면서 좌절하는 경험이 잦아졌다. 맥주와 잠과 주말만으로는 미처 회복되지 못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됐다.


현재 나의 회복탄력성은 온전히 나의 절친한 친구가 맡고 있다. 내 축 처진 어깨를 발견하면, 친구는 내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나는 맥주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외투를 걸치고 동네에 조그만 펍을 찾는다. 맥주 한잔을 시키고 나의 하소연을 들어준다. 그리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준다. 


'나는 당신이 밝은 글을 많이 썼으면 좋겠어. 우울한 글이 싫다는 건 아닌데. 날씨로 치면 장마보다는 맑은 날이 많은 게 좋잖아.'

'나는 모닥불이고 자기는 숯불이야. 아니 전기장판. 나는 활활 타오르는데 금방 꺼지고, 당신은 은근하게 오랫동안 가니까. 끈기가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야.'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당신이 그걸 고민할 필요는 없어.'

'당신은 글을 써야 되는 사람이야. 소재를 얻어서 메모할 때마다 항상 웃음을 띄고 있고 있어. 그럴 때 기뻐 보여.'


그러면 나는 '그런가?'하고 반문했다가,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 조금 더 해볼게.'라며 머쓱하게 웃어 보이곤 했다. 엉켜있던 마음이 어느샌가 풀어지는 것이었다. 다정한 말들은 내게 어떠한 것보다도 가장 위로가 되었다.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는 고민하지 말 것. 당신이 괜찮은 사람이란 걸 잊지 말 것.


나는 이상하게도 당신을 만난 뒤부터 운명론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운명을 믿는다기보다는 모든 일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마음에 위로가 된다. 이를테면, 내가 이 사람을 만나 이런 말을 듣게 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라는 식이었다. 당신 같은 사람과 나 같은 사람은 어디든지 있을 수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하필 우리 둘이 만난 것은 정해져 있던 건 아니었을까 라고 나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당신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어떤 의미보다도 당신의 오늘 기분이 내게는 더 소중하다. 당신의 말에 나는 내일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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